진 레스토랑은 HS 이공대 교내에 있는 독립적인 레스토랑이다. 가격이 비싸기에 학교 선생님들이 외부 인사를 접대하거나 학생들이 생활을 개선하고 싶을 때 가는 곳이다.
단톡방에는 열 사람이 있었고 모두 회장님이 만세라고 대답했다.
오직 진명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회장님, 저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못 가요.”
이런 모임에 그가 가는 것은 난감한 일이었다.
그가 가난하기에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츄리닝도 없고 배트도 없었다. 그는 공을 줍고 장소를 정리하며 생수를 사 오는 일을 전담하는 사람이었다.
지위가 낮아서 동아리에서 회식할 때마다 그는 물을 붓는 종과 같았지만,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그 돈을 아껴 이봄에게 립스틱을 사주기 위해 억울해도 계속 참고 참석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진명은 부자가 되었기에 더는 자신을 그런 곳에서 종처럼 당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단톡방에 장천천의 화가 가득 담은 문자가 떠올랐다.
“진명, 너 무슨 뜻이야? 내가 너 당장 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거니?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와서 시중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공짜로 먹고 노는 것으로 부족하니? 5분 안으로 바로 도착해! 아니면 죽을 줄 알아!”
진명은 어이없어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몇 걸음 걸지 않은 진명은 장천천과 배드민턴의 다른 여학생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진명은 자신이 가던 길이 진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과 같은 길인 것을 알아차렸다.
장천천은 진명을 보더니 말했다.
“어머, 빨리 왔네? 그것도 식당 알바할 때 입은 옷을 입은 채로? 어머 더러워. 냄새까지 나잖아.”
오후 내내 수업을 들은 진명은 옷을 갈아입을 기회가 없었기에 어쩔 수가 없어서 말했다.
“너 문자 보고 바로 달려왔지.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어디 있어?”
장천천은 듣더니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
“그래, 말을 잘 듣네. 나 장천천이 언제 동아리 회원들을 섭섭하게 한 적 있나? 너 매번 우리랑 같이 먹고 놀면서 돈 한 푼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잖아. 그래, 나의 가방을 잘 들고 있어. 이거 루이 비통 가방이야. 더럽히지 마!”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천천 옆에 서 있던 여학생들도 자신의 가방을 진명한테 건네주었다.
진명은 본의 아니게 받아들었고 앞으로 다시는 장천천의 가방을 들어주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 순간 은은한 향기가 났다. 배드민턴 동아리에서 유일하게 진명과 관계가 좋은 여학생인 안현미가 뒤에서 미소를 번지면서 진명을 보고 있었다.
안현미는 상 학원 2학년생이고 청순하고 이쁘게 생겨 인증받는 얼짱이었다.
티비에서 나오는 여자 스타들보다도 더 이쁜 그녀는 대시하려는 남학생이 다른 학교에도 수두룩하다고 소문이 났다.
안현미는 수많은 남자를 홀리게 하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진명아. 너는 왜 매번 천천을 거절하지 않는 거야? 왜 매번 도와주는데?”
“습관 됐나 보지 뭐.”
진명은 어쩔 수 없이 웃었다.
예전에는 공짜로 얻어먹어서 거절할 면목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려져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장천천이 이미 멀리 가버렸다.
안현미는 말했다.
“너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중요한 일이면 나한테 얘기해도 돼.”
죽을 놈의 하균 선생님이 수학 문제를 엄청나게 많이 내주었기에 오늘 저녁 중요한 일이 당연히 숙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현미를 본 진명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져 실연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 같아서 말했다.
“너를 보니 갑자기 가고 싶어지네.”
안현미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더니 말했다.
“입만 살아서. 너 여자친구 있잖아? 그러면서 지금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진명은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
“차였어. 나와 같은 고향 친구인 금수저하고 바람을 피워서 우리 헤어졌어.”
그는 이봄과 2년 동안 사귀면서 진심을 바쳤는데 진심이 개한테 물려갔는지 배신을 당했고 그는 이봄을 생각하면 슬픔이 터져 나왔다.
안현미는 눈썹을 치켜들더니 슬퍼하는 진명을 보고 위로를 해주려는 참에 장천천이 와서 인사를 했다.
“현미야. 너 왜 이제 오는 거야? 어머, 진명. 너 맨날 우리 현미를 따라다니지 마. 자신의 위치를 아직도 모르겠어? 됐어. 현미야. 가방은 진명한테 주고 우리는 가자.”
장천천은 늦을까 봐 안현미를 끌고 걸어갔다.
진명은 들어야 할 가방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그는 머리를 저으면서 앞으로 배드민턴 동아리에 계속 참가해야 하는데 먼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냥 받아들였다.
진 레스토랑의 VIP 룸 안에는 두 개의 큰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분위기가 엄청나게 뜨거웠다.
장천천은 모든 사람의 자리 배치를 하고 나서 일어나 손을 들었다. 동아리의 회원들이 그녀의 제스처를 보고 모두 조용해졌다. 장천천은 이것을 보고 자신이 사람 위에 있는 것 같아 몹시 흐뭇했다. 하지만 그는 안현미의 옆에 서빙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진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눈에 거슬려서 미간이 구겨지면서 말했다.
“현미야, 내 옆에 와서 앉아.”
안현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 똑같아. 조금 있다가 오는 사람이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 아니야? 너의 옆자리를 남겨두어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하게 될 사람은 확실히 장천천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예쁜 안현미가 스스로 뒤로 물러서 주는 것이 단짝의 매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또 하나의 도련님이 나타났다.
그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은 그의 손에 있는 아우디의 차 키에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도련님은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안녕. 난 전기공정학과의 조군이라고 해. 전에 배드민턴을 칠 때 장천천한테 졌거든. 남자면 약속한 대로 해야지 않겠어? 그래서 이렇게 한턱내게 된 거야. 오늘 마음껏 시키고 술도 마음껏 마셔 내가 쏠 테니까.”
“그래!”
모든 사람은 환호하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진 레스토랑은 맛있지만, 너무 비싸서 누가 한턱낸다면 당연히 고마운 일이었다.
장천천은 갑자기 조군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어머, 조군아. 너 손에 그거 뭐야? 차 뽑은 거야? 아우디?”
조군 흐뭇한 미소를 번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엄청 새로운 아우디 A6, 원래 겸손하게 A4를 사려고 했는데 영업원이 A4는 한 달 기다려야 되는데 A6는 현물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네. 하하하.”
장천천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어머나, 그러면 끝나고 나서 나 데리고 드라이브를 해주라.”
조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제안을 동의했다.
조군이 이 차를 산 목적은 그냥 잘 난 척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장천천한테 작업을 걸었는데 장천천이 안목이 높은 탓에 조군은 이렇게 돈을 많이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는 일부러 배드민턴을 칠 때 장천천한테 져주고 한턱내겠다는 핑계를 만들어 자신의 새 차를 자랑하면서 장천천의 허영심을 만족시켜주려고 했다. 그러면 그녀를 바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군은 앉자마자 코를 시큰거리더니 이상해서 말했다.
“뭐지? VIP 룸에서 왜 썩은 냄새가 나는 거야?”
모든 사람은 진명을 바라보았다.
진명은 점심부터 갈아입지 않은 옷 때문에 냄새가 진동했다.
안현미를 빼고 모든 사람은 진명과 두 사람의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다.
듣기 좋게 그의 자리가 음식이 오르는 자리기에 멀리 떨어져 앉았다고 하지만, 사실 그를 멀리하기 위해서였다.
“저 사람은 누구야?”
조군은 이상해서 물었다.
“서빙인가? 너희 동아리에 서빙하는 사람도 있어? 이렇게 저질이야?”
장천천은 얼굴이 빨갛게 변하더니 진명의 옷 냄새가 이렇게까지 진동할 줄 몰라 엄청나게 창피했다.
만약 조군이 그녀의 지인이 모두 이런 거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을 얕보게 될 것이고 나중에 조군과 사귀더라도 약점이 되어 얕잡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솟아 소리쳤다.
“진명. 너 뭐야! 썩은 냄새 풍기면서 여기에 와서 얻어먹으려고 한 거야? 당장 가서 씻고 오지 못해?”
시작할 때 오지 않겠다는 진명을 억지로 오게 한 사람이 장천천이였다. 진명더러 가방을 들게 하고 자신이 고상하다는 것을 뽐내더니 지금 또 진명을 나가라고 소리를 치는 장천천을 보고 있던 진명은 어이가 없어 말없이 일어나서 떠났다.
진명은 룸에서 나오고 욕하기 시작했다.
“재수 없어. 아깝게 배달음식도 버렸잖아. 4000원인데.”
“진명아... 기다려....”
진명은 그를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현미가 가방을 들고 따라 나온 거였다.
진명은 놀라서 물었다.
“현미야, 너 왜 먹지 않고 나왔어?”
안현미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기분이 나빠서 나왔어. 무슨 이유가 있겠어?”
진명은 자신이 끌려갔다가 또 쫓겨나는 것이 대신 화가 나서 나온 안현미를 보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는데.”
진명은 이런 것이 일상이기에 습관이 되었다.
안현미는 이 얘기를 더 하기 싫어서 걸으면서 말했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진명아, 너 진짜 차였어? 너 여자친구에게 아이폰을 사주려고 하루에 알바 세 개를 뛴다고 들었어. 너 그렇게 지극정성인데 걔는 어떻게 너한테 그래?”
진명은 마음이 쓸쓸해지더니 말했다.
“나랑 같이 있으면 뭐해. 고생만 하잖아. 지극정성이 무슨 쓸모가 있어. 내가 사랑했던 여자이니까 원망하지 않아. 그냥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지. 왜 돈을 빨리 벌지 못했을까? 내가 돈을 좀 더 많이 벌었더라면 조금이라도 걔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안현미는 진명의 옆모습을 보면서 그의 말에 감동하였다. 이렇게 순정적인 남자가 자신이 배신을 당하면서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녀는 진명의 어깨를 두드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
“기운 내. 내일의 태양은 또다시 뜨게 될 거야. 나는 네가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서 알바하는 모습이 엄청나게 멋있어. 지금 모두 가난을 웃어도 창녀는 웃지 않는다고 하지만 너 지금 이 순수한 마음을 계속 지켜야 해. 앞으로 꼭 성공할 거야.”
진명은 안현미한테서 위안을 받았더니 기분이 좋아져 한숨을 내면서 말했다.
“그래, 현미가 위로해주었는데 보답할 줄도 알아야지. 배고프지?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DY 레스토랑에 가자. 그곳이 미슐랭 별 세 개를 가진 레스토랑이어서 맛이 죽여줘.”
안현미는 혼을 내는 모습을 하고 말했다.
“나한테 이렇게 돈을 써도 돼? 금방 차이고 나한테 바로 작업을 거는 거야? 역시 남자는 믿을 것이 하나 없다더니.”
진명은 그녀가 화가 난 줄 알고 다급히 설명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좋은 레스토랑이 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래. 너를 데리고 분식집에 갈 수는 없잖아. 너의 옷도 비싼데 분식집에 가면 격이 떨어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