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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박 씨 도련님은 조울증이 있다

  • 사모님이 만든 음식이라면 아무리 간단한 볶음밥 한 그릇, 국수 한 그릇이라도 도련님은 맛있게 다 먹었다.
  • 요 몇 년 간 집사는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도련님이 결혼한 후로 차갑고 욱하던 성격도 많이 가라앉았는데 특히 사모님과 함께 계시면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 두 사람은 놀랍게도 곧 이혼한다.
  • 집사는 속으로 무척이나 그들 둘이 이혼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 이혼하면 도련님의 위는 어떡하지?
  • 안영은 동작이 신속했다. 먼저 반죽이 다 된 전을 오븐에 넣고 물을 올리고 면을 삶았다.
  • 일련의 동작은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우아했다.
  • 마치 그녀는 면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 같았다.
  • 박환희는 주방 문 앞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우울했다.
  •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 그가 다가온 걸 눈치챈 안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방긋 웃었다.
  • “금방 돼.”
  • 그녀는 살구빛 볼에 오뚝한 콧날과 빨간 입술까지 더해져 워낙 예쁜 외모였다. 뒤돌아보며 웃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더욱 심쿵 하게 만들었다.
  • 박환희는 목젖이 아래 위로 움직이더니 눈빛이 어두워지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뒤에서 가볍게 안았다.
  • 안영은 그의 변화를 느끼고 그를 등진 채 눈을 희번덕거리며 하루 종일 쉴 새가 없다고 말했지만 말투가 굉장히 부드러워 전혀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 “면 불어, 얼른 저리 가!”
  • 다 만든 비빔면을 접시에 담고 그녀는 오븐에서 파전을 꺼내러 갔다.
  • 박환희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습관적으로 면을 두고 다시 몸을 돌려 그녀 손에 든 파전을 건네받았다.
  • “뜨거우니까 조심해.”
  • 집사는 이 훈훈한 장면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묵묵히 안타까워했다. 분명 이렇게 사이가 좋은데 왜 이혼하려고 하지?
  • 애 둘쯤 낳아 그한테 맡기면 좋지 않을까?
  • 분명히 도련님과 사모님 사이에 아이가 없기 때문일 거다.
  • “아저씨, 이리 와서 한 그릇 드세요.”
  • 안영은 집사 아저씨를 불렀다.
  • “사모님 저 점심 먹었어요.”
  • 집사는 얼른 대답했다.
  • 이봐, 사모님처럼 좋은 여자를 어디서 찾을까? 하인들에게도 매우 정중하고 태도도 엄청 좋았다.
  • 휴-
  • 생각하면 할수록 아쉽고, 생각하면 할수록 이혼하면 안 될 것 같았다.
  • 박환희가 면을 한입 먹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
  • 집사는 일어나 문을 열러 갔는데 찾아온 사람을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 “아가씨, 누굴 찾아오셨나요?”
  • “박 대표님 계세요?”
  • 노란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 박환희는 눈썹을 찌푸리더니 식당에서 걸어 나와 문 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 “왕시아 씨,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어요?”
  • 박 씨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인 요즘 가장 핫한 왕시아였다. 웹 멜로드라마를 한 편 찍고 나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아, 얼마 전에 그녀의 남편 박환희와 스캔들이 났었다. 그녀는 박환희가 직접 띠운 거라 그녀를 연예계 원탑으로 만들기 위한 모든 자원은 박환희가 준 것이다.
  • 스캔들에서 왕시아가 정식 부인인 그녀를 끌어내리고 자리를 꿰차려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 안영은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밥을 먹었다.
  • 자기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무관심했다.
  • “박 대표님, 다음 주 토요일이 제 생일인데 처음 생일 파티를 여는 거라 긴장돼서 그러는데 대표님을 그 자리에 모셔도 될까요?”
  • 왕시아는 문 앞에 서서 자신의 샤넬 백에서 초청장을 한 장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