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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일찍 일어나 운동 많이 해

  • 더 이상 180이 되는 남자 두 명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아파트로 들어갔다.
  • 강송 별장 구역은 소문난 고급 주택단지인데 이곳에 사는 사람은 신분이 있거나 재벌이다.
  • 이곳의 별장 한 채의 가격은 몇 십억에 달한다.
  • 하지만 안영은 별다른 매력을 못 느낀다.
  • 그녀는 정말로 다신 오고 싶지 않았다. 지문인식으로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니 박환희가 노트북을 무릎 위에 놓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 소리를 듣고 박환희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 “어디 갔다 왔어?”
  • “아, 하루 종일 집 구하러 다녔어.”
  • 어차피 이혼할 사이이고 그녀가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 과거 4년 동안 관심한 적이 없던 남자고 아마 앞으로는 더욱 알려고 하지 않을 거라서 안영은 거짓말을 했다.
  • “정말로 이 별장을 받을 생각은 없어?”
  • 박환희는 노트북을 덮으며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 안영은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부드러운 모습으로 바꾸고 그에게 다가갔다.
  •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자기 허벅지에 앉히고 품에 안았다.
  • 안영은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보면서 늘씬한 그의 목을 감싸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 “안 받아.”
  • “집 구하고 있다면서?”
  • 남자는 오뚝한 콧날로 가볍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 “받으면 더 이상 구할 필요가 없잖아.”
  • “나 많이 게으르잖아. 이렇게 큰 집을 아주머니를 구해서 청소할 돈이 어딨어.”
  • 안영은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었다.
  • 박환희는 눈앞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
  • “아무것도 안 받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아?”
  • “4년 동안 당신은 나랑 싸운 적도 없고 푸대접한 적도 없이 먹는 거 입는 거 다 최고로 해줬잖아.”
  • 안영의 눈빛은 티 없이 맑았다.
  • “그러니까 내가 왜 손해야?”
  • 기념일마다 그는 고대의 왕들이 왕비를 기르듯 희한하고 한정판처럼 화려한 것들만 골라 선물을 보냈다.
  • 비록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은 없었지만 서로를 엄청 깍듯하게 대했다.
  • 박환희는 안영을 안았다.
  • “당신 정말 나한테 아무런 미련이 없어? 내 곁에 있기만 하면 갖고 싶은 건 다 손에 넣을 수 있어.”
  • 안영은 아무런 욕심도 없는 듯했다. 결혼한 4년 동안 그녀는 다른 여자들처럼 그한테 차며 집이며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 박환희가 다정하게 다가오자 안영은 그의 넓은 품속에 기대 나긋하게 눈을 반쯤 감은 모습이 마치 한 마리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 이 결혼은 그녀에게 목숨을 구하는 지푸라기와 같았다.
  • 그녀를 4년이나 살려줬으니 끝낼 때가 되었다. 그녀는 돈과 사랑을 바라는 여자가 아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살아가는 것뿐이다.
  • 박환희의 말처럼 어차피 이혼할 바에는 매 번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 늦가을의 새벽은 조금 쌀쌀하지만 공기는 매우 신선하다.
  • 안영은 잠에서 깼다.
  • 박환희는 큰 손으로 그녀의 손과 깍지를 끼고 짙은 눈동자는 치명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 그는 생김새가 뛰어나고 콧날이 오뚝한 데다 특히 가느다란 눈에는 남다른 존귀함이 느껴졌다.
  • 그녀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 “나 좀 더 자고 싶어.”
  • 그는 나지막이 웃었다.
  • 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벌써 한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