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0화 나랑 함께 비행 한번 하자

  • “결혼한 지 4년인데 당신 한 번도 내 비행기에 타 본 적 없잖아.”
  • 박환희는 손을 뻗어 안영의 얇은 허리를 감싼 채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 갑자기 그녀와 함께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하고 싶어졌다.
  • 4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들은 함께 여행한 적이 없고 또한 함께 외식을 한 적도 없으며 보통 부부처럼 영화를 보러 다니고 영화 본 적은 더더욱 없다.
  • 제일 많이 있은 곳은 이곳 별장과 그리고...
  • “오늘 저녁에 타 봐.”
  • 안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를 밀쳤다.
  • “나 옷 좀 골라볼게. 여보, 나 무슨 옷 입을까?”
  • “우리 여보는 아무거나 입어도 예쁘지.”
  • 박환희는 손을 뻗어 셔츠 단추를 잠그며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대답했다.
  • 그가 한 말은 결코 기분 좋으라고 한 게 아니었다. 안영은 몸매가 좋고 예뻤는데 남행 항공의 스튜어디스들보다 더 예쁘고 박 씨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보다 더 빛났다.
  • “오늘 비행 목적지는 어디야?”
  • 안영은 자기 옷장의 노란색 치마를 보다가 방금 전에 위층으로 올라오면서 본 그 여자 연예인의 노란색 치마가 떠올라 잠깐 손이 굳었다. 뒤에서 바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런던.”
  • 런던이라.
  • “그럼 내일 저녁 항공편으로 돌아오는 거네?”
  • 안영은 노란색 치마를 꺼냈다.
  • “응, 오늘 밤은 거기서 묵을 거야.”
  • 박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면 짐을 챙겨야 하는데 안영은 짜증이 났지만 감정을 잘 숨겼다.
  • 치마를 입고 한 바퀴 돌면서 박환희를 향해 이쁘게 웃었다.
  • “여보, 나 예뻐?”
  • “예뻐.”
  • 그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 “우리 여보가 제일 예뻐.”
  • “왕시아 보다 예뻐?”
  • “당연하지.”
  • 박환희는 사실대로 말했다.
  • 왕시아는 이쁘지만 전혀 특징이 없었고 안영처럼 몸매도 완벽하지 않았다. 특히나 이 노란색 치마는 그녀의 몸매와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 안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왕시아 질투해?”
  • 박환희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4년 동안 그의 신변에 어떤 여자가 나타나도 안영은 여태껏 질투 안 하고 얌전했다.
  • 이것이 그가 안영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 “왕시아 씨가 정말로 너한테 마음이 있다면 난 괜찮다고 생각해. 우리 이혼하고 나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면 되잖아.”
  • 단추를 잠그던 박환희의 손은 멈칫했다.
  • 역시나 이 여자는 여전히 말을 잘 듣고 흐름을 읽는다.
  • 안영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짐을 싸기 시작했다.
  • 그녀는 런던에 가기 싫었지만 반드시 가야 한다. 그가 아직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그가 사인을 하지 않으면 또 공을 들여 이혼하려고 하려면 피곤해진다.
  • 그녀가 물건을 다 정리하자 박환희가 입을 열었다.
  • “내 물건들도 넣어.”
  • 안영은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
  • “응.”
  • 눈앞의 물건들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
  • 그녀는 온몸에서 난폭함이 드러났다.
  • 짐을 다 정리한 후,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이미 기장 제복으로 갈아입은 그를 보았다. 평소의 차가운 모습과는 달리 약간 퇴폐미가 더해졌다.
  • 특히나 어깨에 있는 네 줄은 더욱 엄숙하고 기품 있었다.
  •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서 차에 올랐고 박환희는 그녀의 옆에 앉아 습관적으로 손을 잡았다.
  • “좀 있다 난 회의실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