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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얼짱 기장

  • 송강은 몹시 당황했다. 그는 안영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면 어떻게 답할 것인지까지 모두 준비해 왔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오히려 그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 그는 오랫동안 박환희의 곁에 있었기에 박환희의 결혼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며 안영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
  • 그는 개인적으로도 안영과 박환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내심 대표님과 안영이 이혼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는 외부인이라 당연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안영 씨, 박 대표님과 결혼할 때 혼전 계약서를 체결했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 “당연히 기억하죠. 그의 재산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와 이혼하더라도 한 푼도 나누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죠.”
  • 안영은 송강의 뜻을 잘 알고 있었고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세요. 저는 그렇게 탐욕이 그지없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
  • 애초에 그들의 결혼은 각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것이었기에 지금 헤어지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안영도 박환희를 떠나서 살지 못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 안영은 커피숍을 나와 강경원이 마련해 준 경운 별장으로 향했다. 경운 별장은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강변 옆에 위치해 있었다.
  • 별장 안의 몇 명 검은 옷차림을 한 남자들이 그녀를 보자 바로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 안영은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강경원은 그녀를 보자 바로 마중을 나왔다.
  • “보스, 잘 다녀오셨습니까?”
  • “나 이혼했어.”
  • 안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고 그녀의 싸늘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 그녀는 소파에 앉아 탁자에 놓여 있는 노트북을 켜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누르더니 바로 교통 시스템을 해킹해 들어갔고 교통 모니터링 영상 중에서 그녀가 머물렀던 모든 흔적들을 지웠다.
  • 그녀가 모든 일을 끝낸 뒤 고개를 들어보니 강경원은 여전히 멍하니 서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 그녀는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 “왜 그렇게 멍하게 서있어?”
  • “보스, 진짜 이혼했어요?”
  • 강경원은 조금 헷갈렸다. 결혼이 애들 장난도 아닌데 그녀한테 이혼은 물에 밥을 말아먹듯이 쉬워 보였다.
  • “내가 왜 결혼했는지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 안영은 매끈한 손을 뻗어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오라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 “뉴 시즌 영업실적이나 얼른 가져와 봐.”
  • 강경원은 덩치가 크고 아주 핸섬하게 생겼다. 그와 박환희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한 명은 냉철하고 악당 같았으며 한 명은 아주 반듯한 이미지였다.
  • 몇 년 동안 그는 안영의 오른팔이었다.
  • 안영은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고 몇 분 뒤 강경원이 서류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뒤져보기 시작했다.
  • 강경원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 “보스의 남편은 남행 항공에서 얼짱 기장이자 박 씨 그룹 대표인 박환희예요. 모든 사람들이 망상하고 있는 그 누구보다 잘 생긴 박환희를 놓아주고 후회 안 할 자신이 있어요?”
  • 안영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강경원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 “너 쓸데없는 소리를 계속하면 바다에 던져버리는 수가 있어.”
  • 이 말을 듣고 키가 180센티가 넘는 남자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 그 누구든 건드려도 되지만 앞에 있은 이 여인을 건드리면 결과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10분 뒤 안영은 서류를 강경원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 “판매량이 전 시즌보다 10%가 상승되었으니 내 예상보다 5% 높게 나왔네.”
  • “이게 다 보스가 잘 돌봐주신 덕분이에요.”
  • 강경원이 어디를 봐서 냉철하고 자부심이 많은 대표님의 모습이란 말인가?
  • 안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난 방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 “댁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주무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 강경원은 어리둥절해졌다.
  • “이혼 서류에 사인도 했는데 내가 그곳에 가서 뭐 할 건데?”
  • 안영은 바보를 쳐다보듯 계단에 서서 강경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