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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우리는 이미 이혼을 했다

  • 강경원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 안영은 방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박환희였다.
  • “여보세요.”
  •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에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 “시간이 늦었는데 아직도 집에 안 들어오고 어디서 뭐 하는 거야?”
  • 안영은 어리둥절해졌다.
  • “우리 이미 이혼한 거 아니었어?”
  • ‘왜 전화를 한 거지? 게다가 빨리 집에 들어오라고 다그치기까지 하는 거야? 오늘은 주말도 아닌데 이 남자가 왜 강송 별장에 있는 거지?’
  • “내가 아직 사인을 안 했으니까 이혼 합의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어.”
  • 박환희는 보좌관 송강이 그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명쾌하고 시크한 걸까?
  • 퇴근 후 그는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강송 별장으로 왔지만 평소에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등은 켜져 있지 않았다.
  • 문을 열었더니 집안은 썰렁했고 안영은 집에 없었다.
  • 알고 보니 그녀는 짐을 싸 집을 나간 것이었다.
  • 안영은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억누르며 부드러운 어조로 응석 부리듯 말했다.
  • “여보, 난 이미 사인했어. 그리고 이혼도 당신이 먼저 제안했던 거잖아?”
  • 만약 그녀가 냉정한 태도로 대하면 변덕스러운 박환희가 그 자리에서 생각이 바뀌어 이혼을 안 하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 그렇게 되면 그녀는 또다시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혼할 방법을 찾아야 된다.
  • 그녀는 매우 바빴으며 언제 박 대표와 이혼하고 결혼하는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다.
  • “우리 귀염둥이 그러지 말고 우선 집에 오면 안 될까?”
  • 박환희는 창가에 서서 창밖의 등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 마치 늦게 귀가하는 아내를 기다리는 좋은 남편처럼 말이다.
  • 안영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 “알았어. 30분만 기다려.”
  • 계단을 내려오자 안영은 싸늘하고 무서운 표정을 지었고 온몸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기운이 퍼져 있었다.
  • 검은 옷차림을 한 남자 몇 명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 “보스… 지금,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 “강송 별장으로 데려다줘.”
  • 안영은 차갑게 말했고 그녀는 자신의 몸속에서 나오는 난폭한 기운을 억제할 수 없었다.
  • ‘침착해야 돼, 침착해야 돼… 넌 금방 이혼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고 견디자.’
  • 강경원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따라 나오면서 물었다.
  • “오늘 여기서 주무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 “그 입 다물어.”
  • 안영은 박환희를 한 방에 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지만 그 화를 강경원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
  • “훈련실에 가서 과녁을 100번 쏘고 다 쏘지 못하면 잘 생각하지도 마!”
  • “보스.”
  • 강경원이 절규하는 소리가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 그리고 요조숙녀 같은 그녀는 랜드로버의 차 문을 닫고 먼지를 휘날리며 떠났다.
  • 랜드로버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질주했다
  • 검은 옷차림을 하고 뒷좌석에 앉은 두 명의 남자는 날아갈 듯한 속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보, 보스…”
  • “왜?”
  •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달리면 안 될까요?”
  • 겁쟁이는 보스가 운전하는 차에 타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 운전석에 앉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에 청초한 눈동자로 앞을 주시했고 매끈한 손가락으로 능숙하게 핸들을 조종하며 액셀을 밟으며 앞서가는 차량들을 추월하였다는데 모든 동작이 거침이 없었다.
  • 토할 것 같았지만 보스가 폭주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안영은 한 시간 거리를 미친 듯이 운전하여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 랜드로버가 강송 별장 앞에 멈추자 두 명의 남자는 길가의 화단을 향해 뛰어갔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마구 토했다.
  • “너희들은 너무 약해, 돌아가서 연습들을 더 해야겠어.”
  • 안영은 한심한 듯 그들을 보며 말했다.
  • “이 정도의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토하는 걸 보니 만약 내가 전력을 다해 운전했다면 너희들은 아마도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