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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초콜릿 복근

  • 기지개를 켜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씻으러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욕실 문이 열렸다.
  • 그는 흰색 수건을 두르고 나왔는데 선명한 가슴 근육과 초콜릿 복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그는 몸매까지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다.
  • “오늘 비행 없어?”
  • 그녀는 의문스러운 듯 예쁘게 반짝이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 “나 저녁 비행이야.”
  • 박환희는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 “집은 천천히 구해도 돼. 천천히 구하고 이사해도 되니까 급해 하지 마.”
  • 안영은 어젯밤에 집을 구한다고 거짓말한 것을 조금 후회했다.
  • 지금 좀 난처해졌다.
  •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건 남편밖에 없어.”
  • 그는 수건을 건네주며 그녀 앞에 앉자 그녀는 자연스레 받아 부드럽게 그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
  • 물기가 거의 다 닦이자 수건을 한편에 두고 헤어 드라이기를 꺼내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 헤어 드라이기의 바람은 윙윙거리며 따뜻하게 나오고 박환희가 날카로운 눈동자를 살짝 감은 모습이 한 마리의 나른한 사자 같았다.
  • 안영은 다시금 감탄했다. 마치 정말로 애정이 넘치는 부부 같네!
  • 머리도 말리고 진득하기까지 했다.
  • 이게 어떻게 당장 이혼할 사람들이지?
  • “다 말랐어.”
  • 안영은 헤어 드라이기를 거두었다.
  • “비빔면 먹을까?”
  • 박환희는 비스듬히 침대에 기대 턱을 괴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 “파전도 먹을 수 있을까?”
  • “그럼.”
  • 안영은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숙여 그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 “만족스러울 거야.”
  •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당겼다.
  • “이제 박 사모님이 하는 요리를 못 먹을 걸 생각하니 조금 서운하네.”
  • “아줌마 솜씨도 좋아.”
  • 안영은 그를 살짝 밀치더니 수줍게 얘기했다.
  • “빨리 놔, 배고파 죽을 거 같아!”
  • 집사 아저씨는 안영이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 들어가는 걸 보더니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 “사모님, 냉장고에 식재료 준비해 두었습니다.”
  • “네.”
  • 안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 집사 아저씨는 박환희 곁에 오래 있어서 그의 입맛을 제일 잘 안다. 도련님은 늘 자기가 편식을 안 한다면서 식탐이 많은 걸 인정하지 않는다.
  • 때문에 박 씨 집에 오는 아줌마와 셰프로 하여금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다.
  • 짜거나 달지 않으면 맵거나 시다고 한다.
  • 양식은 먹기 귀찮고 일식은 너무 담백하고...
  • 어떤 요리에도 다 흥미가 없었다.
  • 먹는 것에 끔찍할 정도로 엄격했다.
  • 하지만 이런 그는 항상 자신은 편식을 안 한다고 우겼다.
  • 매번 아줌마와 셰프가 뭘 드실 거냐고 물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다 된다고 대답한다.
  • 도련님의 욱하고 차가운 성격은 음식 앞에서 더욱더 그를 우주 밖으로 내던져 자멸하게 만들고 싶게 한다.
  • 분명 다 된다고 얘기하고 막상 상에 올라오면 꼭 그릇을 던지면서 이런 쓰레기를 자기한테 먹이냐고 한다.
  • 그래서 박 씨 집안의 도련님은 모시기 어렵다.
  • 집사는 도련님에게 밥을 많이 먹이려고 온갖 애를 다 썼다.
  • 도련님은 이런 끔찍한 편식 때문에 병까지 얻어 한밤중에 위가 아픈 일이 다반사였다.
  • 그러다가 4년 전 도련님이 결혼해서 사모님을 데리고 왔다.
  • 사모님은 성격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요리 실력은 미슐랭 셰프 아니 미슐랭 셰프보다 더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