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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비행기를 조정하는 너무 잘 생긴 그

  • 안영은 순간 그녀가 아내로서의 의무가 생각나 그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알겠어. 나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송강이 같이 있어줄 거야.”
  • 박환희가 차갑게 답했다.
  • “응.”
  • 그 말에 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의 마음은 거부감으로 가득 찼다.
  • 그녀는 정말로 바빴다. 이 남자와 이혼 전에 이런 정을 나눌만한 시간이 없었다.
  • 그러나 조용히 이혼하고 싶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저 며칠만 더 참기로 마음먹었다.
  • 두 사람은 더 말을 하지 않았고 안영은 휴대폰을 꺼내 강경원에게 몇 줄의 카톡을 보냈다.
  • 그녀는 강경원에게 곧 비행기에 올라 내일 밤 비행기로 돌아오니 그더러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하라고 전했다.
  • “남편분이 이혼해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런던은 왜 같이 가시는 거예요?”
  • “어쩔 수 없었어. 그 사람한테 강하게 나가고 싶지도 않아. 사이가 틀어져봤자 좋을 것도 없고. 지금도 귀찮아 죽겠어.”
  • “그래요. 무슨 마음인지 알겠어요.”
  • 강경원은 뒤이어 멘붕이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 안영은 곧바로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는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 ‘짜증 나.’
  • 차는 삼십분도 되지 않아 남행 항공에 도착했다.
  • 송강과 안영은 함께 있었고 그녀는 박환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잘 가 남편.”
  • 박환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어졌다.
  • 남행 항공 회의실
  • 박환희는 비행 이륙 전 한차례의 검사를 거친 후 상석으로 자리를 잡고는 부기장이 나눠 준 기상정보를 고개 숙여 열심히 읽고 있었다.
  • 사무장이 몇 명의 스튜어디스를 데리고 이륙 전 점검을 시작하는데 한 스튜어디스의 시선이 계속 박환희에게로 향했다.
  • 사무장 한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 하도연은 대체 어떻게 된 게 박기장이 분명 결혼했다는 얘기를 진작에 했었는데 아직까지도 사심을 가질 수가 있지?
  • 공항 대합실 안
  • 송강이 안영에게 표를 건네주며 말했다.
  • “티켓은 도련님께서 이틀 전에 이미 분부하신 것입니다. 저희 두 좌석은 붙어있고 창가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 ‘이틀 전에 미리 사 놨는데 왜 이제서야 얘기를 하는 거지?’
  • 안영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저 미소를 지은 채 표를 받아들었다.
  • “런던은 아름답겠죠.”
  • 그때, 송강이 시계를 보더니 일어나 그녀를 향해 말했다.
  • “사모님, 따라오십시오.”
  • 안영은 송강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건데요?”
  • 그러다 송강이 서류 가방에서 망원경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 “사모님, 저기 남쪽 방향을 보십시오, 도련님이 보이실 겁니다.”
  • 아, 그녀더러 박환희를 보라고? 박환희가 볼게 뭐가 있다고? 아무리 절세미남이라지만 4년을 봤으니 이젠 좀 질렸다.
  • 그러나 그래도 그녀는 망원경을 들어 남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 그러자 늘씬한 몸에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기장 제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 그 심각해 보이고 진중한 얼굴에는 자신의 아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별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그런 기력을 쓸까.
  • 그녀는 여느 승객과 똑같이 대기하고 똑같이 탑승했다.
  • 탑승 수속이 완료된 후 공항 방송에서는 나긋한 목소리로 탑승을 재촉하고 주의 사항을 읊는 소리가 울렸다.
  • 송강은 안영을 데리고 탑승구로 향했다.
  • 그 시각 조종실에서는 박환희가 여러 계기판을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 “고도계 정상, 경사 선회계 정상, 수직 속도계 정상…”
  • 그는 조종석에 앉아서 부기장과 비행 요점에 대해 반복했다.
  • 부기장은 양빈이라고 부기장이 된지 갓 반년째인 어린 녀석이었다. 박환희보다는 두 살이 어린 그는 늘 박환희를 잘 따랐다. 이 반년간 박환희가 일하는 모습을 무수히 봐왔지만 그는 자신의 기장의 세상 뒤집어지는 외모에 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