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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4700억 원의 이혼 선물

  • 이혼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그는 방금 전 이혼 두 글자를 들었을 때 왜 자신이 그렇게 조급해지고 짜증이 났는지 몰랐다.
  • 안영과의 4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그의 감정에는 약간의 파동이 일었고 조급한 마음에도 조금의 안정이 찾아왔다.
  • 그는 그저 약 때문일 것이라고 자인했다.
  • 박환희가 화장실에서 진정하고 걸어 나왔을 때 그는 안영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강송 별장을 갖고 싶지 않으면 프레스티지 단지 전부 다 당신 명의로 해줄게.”
  • “뭐라고?”
  • 안영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얼어붙었다. 게임에서 상대방의 한 방에 쓰러졌고 결국죽어버린 캐릭터는 신경도 쓰지 못한 채였다.
  • 남자는 통 유리창 앞으로 다가섰다. 빛이 그에게 내려앉자 그의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긴 다리가 더 돋보였다.
  • “프레스티지 단지의 열 개 동, 삼백 개 가구는 이제 다 네 것이야. 어떻게 살지는 네가 정해.”
  • 프레스티지 단지, 그건 박 씨 그룹 산하의 부동산 회사가 새로 개발한 매물로 듣기로는 다음 달 1일부터 분양을 시작한다고 했다.
  • 어떻게 분양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의 것으로 될 수 있지?
  • “아니, 아니, 박 기장님, 박환희 도련님. 돈이 있다고 이렇게 쓰는 건 아닌 것 같아.”
  • 안영은 기겁하며 사절했다.
  • “내 개인 재산으로 구매할 거야. 박 씨 그룹과는 상관없어.”
  • 박환희의 가벼운 말투는 마치 근처 마트에서 장이라도 보는 듯한 뉘앙스였다.
  • 전체 박 씨 그룹이 그의 것인 건 맞지만 박 씨 그룹의 재산을 그대로 그녀에게 떼어주는 건 맞지 않았다.
  • 게다가 그는 분양가보다 10프로 더 비싼 가격을 불렀다.
  • 박 씨 그룹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손해 보는 것이라고는 박환희 한 명뿐이었다.
  • 안영은 순간 이 남자가 미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여보, 우리 곧 이혼해. 협의서에 명백하게 써져있잖아. 당신 재산은 나와 상관없는 부분이야.”
  • “4700억쯤, 아무것도 아니야.”
  • 박환희는 담담한 말투로 타들어 가는 마음을 철저히 덮었다.
  • 안영은 골치가 아팠다.
  • 이 프레스티지 단지를 받았다간 나중에 박환희와 이혼을 하더라도 여러모로 엮이게 될 것이었다.
  • 짜증 나게 말이야.
  • 그러나 박환희는 도리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밖에 못 나가는데, 다른 의미 있는 일을 더 할까?”
  • “싫어.”
  • 안영은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
  • 저녁 7시.
  • 귀국하는 비행기는 제시간에 이륙했고 안영은 여전히 송강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몸이 부서질 듯했다.
  • 감기에 걸리더니 이제는 온몸이 쑤시다니.
  • 그녀는 대뜸 왜 박환희에게 감기를 옮기지 못했나 하는 유치한 생각도 들었다.
  • 스튜어디스가 야식을 나눠주는데 안영은 영 입맛이 없어 거절했다.
  • “좀 드세요, 도련님께서 아무것도 안 드신 걸 아신다면 저…”
  • 송강이 난처한 얼굴로 그녀를 설득했다.
  • 안영은 마지못해 좀 먹었고 다 먹었을 때쯤 송강은 컵을 그녀 앞으로 들이밀었다.
  • “약도 드셔야죠.”
  • “왠지 그 사람이 시킨 것 같은데요?”
  • 안영은 정말 약이 지겨웠다. 그녀의 몸은 원체 건강한 체질이라 감기에 걸렸다고 약을 먹은 적이 없었다. 그저 며칠 지나면 나을 것인데 뭐 하러.
  • 그러나,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고 싶어 그녀는 그저 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 왜 예전에는 송강이 이렇게 말이 많은 줄 몰랐을까.
  • 박환희가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안영이 얼굴을 찌푸린 채 송강을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 그녀의 표정은 아주 생동했다.
  • “약 먹었어?”
  • 그녀의 앞에 선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드셨어요.”
  • 송강이 얼른 대답했다.
  • “사모님께서 왠지 물 마시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아요.”
  • “물은 많이 마셔야 좋아.”
  • 박환희는 담담히 말했다. 기장 제복을 걸친 그는 지나치게 잘생겨 주변의 적지 않은 여자 승객의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