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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안하무인인 여자

  • ‘할아버지, 앞으로 더 이상 효도할 방법이 없을 것 같고 평생 동안 저를 아껴주신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으니 마지막 가시는 길 편히 모셔다드릴게요.’
  • 모두가 깜짝 놀라 안영을 바라보았고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 박 씨 집안과는 무슨 관계일까?
  • 박환희를 제외한 박 씨 집안의 자손은 아무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 박환희는 그녀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경이로운 표정을 지었고 그녀가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깊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 안영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고사를 마친 뒤 바로 자리를 떠났다.
  • 그녀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갈 때도 신비롭게 떠났다.
  • “저 여자는 누구지?”
  • “진짜 예쁘게 생겼어요.”
  • “참, 박환희 도련님한테 숨겨둔 와이프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 같은 자리에도 참석 못 하게 했나 봐요?”
  • “사랑을 못 받는 거 아닐까요? 이혼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 안영은 우산을 쓰고 내려오다가 귀부인들이 뒤에서 따라 내려오면서 말하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들었다.
  • 그녀들은 평소에 할 일이 없으면 재벌가의 스캔들을 가십거리로 하고 있었다.
  • 그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만약 그녀들이 의논하고 있는 사람이 그녀들 앞에 서 있다고 하면 아마도 놀라서 눈에서 눈알이 빠져나올 것이다.
  • “안영 씨, 잠깐만요.”
  • 갑자기 뒤에서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 안영은 실눈으로 쳐다봤다.
  • 큰 발자국 소리와 함께 키가 180센티되는 소년이 안영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는 잘 생긴 외모와 달리 까칠하게 말했다.
  • “안영 씨, 앞으로 감싸줄 할아버지도 안 계시니 언제까지 잘 난척하는지 두고 볼 거예요.”
  • “둘째 도련님, 저한테 이 말을 해주려고 그렇게 급하게 쫓아오신 거였어요?”
  • 안영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 그녀의 앞에 서있는 소년은 박영우였다. 그는 박 씨 집안의 둘째 아들이며 박환희의 이복동생으로 올해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 “경고하는데 박 씨 집안의 재산을 한 푼이라도 가져갈 생각하지 말아요.”
  • 박영우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박환희 앞에서는 아주 얌전한 척하며 매우 가식적으로 굴었다.
  • 그녀는 분명히 뒤돌아서면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데 박환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모르고 있었다.
  • 박영우는 환희 형이 더 이상 이 여자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그녀와 박환희가 결혼한 사실은 박 씨 집안 삼 남매와 할아버지만 알고 있었다.
  • 박 씨 집안 셋째 박영지는 쭉 외국에만 있었으며 할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서둘러 귀국했을 것이다.
  •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산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차에서 서둘러 내리고 있는 박영지와 마주쳤다. 박영지는 트렌디한 패션을 하고 머리 왼쪽에는 드레드락 헤어스타일을 한 것이 아주 자유분방해 보였다.
  • 그녀는 워커 부츠를 신었고 스모키 화장을 하였으며 귀에는 과장된 커다란 동그라미 귀고리를 달고 있었다.
  • 그녀는 활달하고 독특한 비주류 소녀였다.
  • 박영지는 안영을 보자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안영 씨, 내가 충고하는데 당장 우리 오빠랑 이혼해요. 우리 오빠는 잘 생겼고 조건이 좋아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천지에 깔렸어요. 자신의 주제를 좀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대사를 바꿔 볼 생각은 없어요?”
  • 안영은 눈을 내리깔고 박영지를 째려보았다.
  • 안영은 바로 차에 올라타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를 떠났다.
  • 젠장, 이 빌어먹을! 박영지는 또 한 번 안영에게 무시당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 이 여자는 여전히 안하무인이었다.
  • 안영은 커피숍에 도착하였다.
  • “안영 씨,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만 하시면 박 대표님과 이혼하시는 거예요.”
  • 박환희의 보좌관 송강은 서류를 안영의 앞에 놓았다.
  • “네, 알겠어요.”
  • 안영은 서류를 읽어 보지도 않고 맨 뒷장으로 넘겨 사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