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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도도한 박 기장님이 다정할 때도 있다니?

  • 박환희 앞에서 안영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 설마 그가 여기 온 것이 오로지 그녀가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려고 온 것인가?
  • 그녀는 이미 송강의 강요로 물을 두 컵이나 마셨다.
  • 계속 화장실에 가는 것도 엄청 뻘쭘한 일이 아닌가?
  •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하도연은 물을 마셨느니, 약을 먹었느니 하는 말을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예리한 촉으로 그 여자가 송강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오히려... 박 기장님과 긴밀한 관계처럼 보였다.
  • 박환희는 손을 뻗어 안영의 무릎에 덮고 있던 담요를 위로 끌어당겼다. 그의 행동은 단호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 “잘 덮어.”
  • 그러고는 하도연에게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 “하나 더 가져와요.”
  • 하도연은 입술을 깨물고 담요 하나를 가져와 안영미에게 주려고 하는데 길고 힘 있는 팔이 바로 낚아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안영의 몸에 덮어주면서 말했다.
  • “밤에는 추워.”
  • 하도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 차갑고 도도한 그들의 박 기장님이 이렇게 다정할 때도 있다니?
  • 이 여자한테 담요를 덮어준다고?
  • 이게 무슨 상황이지?
  • 송강의 여자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 하도연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알았어.”
  • 안영은 중얼거렸다.
  • “안 돌아가도 돼? 비행기는 누가 조종해?”
  • “부기장이랑 교대했어.”
  • 박환희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고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 “날 쫓는 거야?”
  • 안영은 그 말에 아부하듯 말했다.
  • “그게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지. 이 비행기에 탄 백여 명의 목숨이 당신 손에 달려있잖아.”
  • 박환희는 피식 웃었다.
  • “됐어.”
  • 그러고는 곧장 조종석으로 향했다.
  • 안영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는 그가 이런 말을 듣기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 스튜어디스가 아직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 그녀는 스튜어디스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 “혹시 저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있나요?”
  • 하도연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 “아,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으실까요?”
  • “없어요.”
  • 안영은 고개를 저었다.
  • 보아하니 이 여자도 박환희의 매력에 빠진 여자 중의 한 명인 듯했다.
  • 그게 아니라면 돌아서 가는 뒷모습마저 저렇게 당황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 하도연의 심장이 걷잡을 수없이 빠르게 뛰었다. 잘못 본 거 아니겠지? 얼음장 같았던 박 기장님이 그 여자한테 다정하게 웃다니? 마음속에서 치솟는 질투를 숨길 수가 없었다. 그 여자는 누구일까?
  • 그녀가 돌아갔을 때 다른 스튜어디스들도 방금 전의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 “세상에, 박 기장님이 진짜 그 여자한테 담요를 덮어줬다고요?”
  • “설마 사모님은 아니겠죠?”
  • “근데 결혼한 지 4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사모님이 이렇게 어리다고요?”
  • “그러니까요. 그럴 것 같지 않은데요.”
  • 하도연이 오는 것을 보더니 그들은 갑자기 토론을 멈췄다.
  • 하도연의 마음속에 온갖 감정들이 뒤섞였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물을 한 잔 따라서 마셨다.
  •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는 이미 4시가 넘었다.
  • 하늘이 희끄무레 밝아오기 시작했다.
  • 새벽의 찬 공기가 불어와 온몸이 서늘해졌다.
  • 안영은 샤넬 외투를 입고 있었다. 박환희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이 외투가 더없이 고마웠다.
  • 그녀는 송강과 함께 셔틀버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송 팀장님, 저 여쭤볼 게 있어요.”
  • “말씀하세요, 사모님.”
  • “박환희 씨가 언제 사인할까요?”
  •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 “내일이면 사인할 것 같아요?”
  • “사모님, 도련님의 결정은 제가 간섭할 수가 없습니다.”
  • 송강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모님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