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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팽팽한 자리 싸움

  • 세상 고고한 척 턱을 한껏 쳐들고 하대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윤소희의 눈빛과 행동에 민지훈은 배신감과 증오가 내면을 갉아먹은 듯 허탈했지만 지금 상황상 그런 걸 따지고 들 겨를이 없었다, 분명 자신이 예약한 자리가 맞는데 어쩌다 최영도의 예약석이 된 거지?
  • “지훈아, 여기 분명 우리가 예약했다고 했는데 저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와서 뺏으려 하잖아, 내 오늘 반드시 여기서 결판을 내고 만다, 감히 누가 더 헛소리 지껄일 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 발작하듯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르는 박효신, 마음속의 들끓는 분노를 자제할 길이 없는 그가 최영도네 무리에 덮치려 하자 민지훈이 냉큼 그를 막아서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웨이터 분한테 물어보면 돼, 이 자리 분명 우리가 예약한 자리 맞아!”
  • “웨이터 부른다고? 그런다고 이 자리에 네 자리가 될 것 같아?”
  • 찬 물을 확 끼얹어도 시원찮을 처연한 저 얼굴, 최영도는 늘 그랬듯이 벌레보듯 한 눈빛으로 민지훈을 노려보았고 거만한 기세는 당장이라도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 “그래, 어디 한 번 불러봐, 웨이터!”
  • 그러자 민지훈의 얼굴엔 조소가 스친 웃음이 서렸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냉랭함과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 부름을 받은 웨이터가 한달음에 달려왔고 기 등록 정보를 확인해보더니 얼굴에는 살짝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고 이내 어두워진 표정으로 정중하게 말했다.
  • “죄송합니다만 이 자리는 민지훈 님 앞으로 예약이 되어있습니다...”
  • “그럴리가요? 민지훈이 무슨 수로 이런 자리를 예약한단 말이죠? 그럼 우리는요?”
  • 웨이터의 말에 윤소희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어지러웠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현실을 부정하는 말투로 웨이터에게 따지고 들었다.
  • “뭔가 잘못 아셔도 단단히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민지훈 쟤 돈 한 푼 없는 빈 털터리라고요!”
  • “확실합니다, 이 자리는 민지훈 님 앞으로 예약된 자리입니다.”
  • 옆에 있던 웨이터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금 확인을 해주었다.
  • “그럴리가 없다니까요, 6번 테이블 분명 우리가 예약했다고요!”
  • 불리한 상황에 놓인 최영도가 펄쩍 뛰면서 묻고 따졌다.
  • “손님 분께서 예약하신 자리는 밑에 층에 있습니다, 여기는 VVIP들만 이용 가능한 6번 테이블이고 손님 분은 일반석입니다, 1층 로비 6번 테이블로 가주십시오...”
  • 웨이터가 상황을 또박또박 설명하자 최영도는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생각해보니 그가 예약한 자리는 확실히 일반석이 맞았던 것이다.
  • “이래도 아니신가? 그만 밑에 층으로 내려들 가시지요, 여기 더 있어봤자 엄청 쪽팔리실 텐데, 푸하하...”
  • 옆에 있던 박효신은 내기에서 이겼다는 쾌감에 통쾌한 복수를 한 사람마냥 큰 소리로 웃어댔다.
  • “어떻게 된 거죠? 일반석이라뇨? 전 일반석 안 갑니다, 여기 뷰가 너무 좋으니까
  • 꼭 이 자리에 앉아야겠어요!”
  • 뭘 씹은듯 얼굴 표정이 썩은 윤쇼희, 이미 상황 정리가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최영도를 밀어내며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었다.
  • 최영도는 이를 악물고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억지로 화를 가라앉히려 했다, 이제 금방 윤소희를 꼬셔서 넘어오나 싶었는데 이렇게 쪽팔려서야 원, 한창 고민에 빠져있던 최영도가 호주머니에서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들어 웨이터에게 말했다.
  • “여기 매니저 불러와요, 난 오늘 꼭 이 자리에 앉아야겠으니까 나머진 매니저님더러 알아서 하시라고 해요!”
  • 블랙 카드를 본 웨이터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미안한 기색으로 민지훈을 쳐다보았고 냉큼 매니저 사무실로 향했다.
  • “뭐냐?”
  • 박효신의 얼굴 표정도 삽시에 변했다.
  • “괜찮아,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여기서 먹는 거다! 매니저? 흥, 매니저 할아비를 불러와봐라, 아무도 우릴 못 건드려!”
  • 뒤바뀐 상황에도 전혀 동요없이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민지훈.
  • “여기서 먹는다고? 야, 민지훈, 너 돈은 있냐? 허세 좀 그만 부려! 너 알바 한달 내내 죽어라 해 봤자 여기서 밥 한끼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 윤소희가 어이없다는 듯 민지훈을 쏘아붙이자 이때다 싶어 한 술 더 떠가며 민지훈을 욕보이려는 최영도.
  • “내 말이, 꼭 없는 것들이 저렇게 유세를 떨어요, 어떻게 된 건지 곧 상황 정리가 되겠지만!”
  • 쌍으로 덤벼들며 민지훈을 내리 까려는 최영도와 윤소희의 공격에서 민지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얼굴 빛은 맑았다 흐린 날씨처럼 점점 어두워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각 진 정장을 쫙 빼입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더블유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그들한테 다가왔다.
  • 이미 상황 파악을 완료한 듯 매니저는 최영도 손에 쥐여져 있는 블랙 카드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민지훈에게 말했다.
  • “민지훈 님 맞으시죠?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으니 이만 돌아가심이...”
  • “그러게, 내가 뭐랬냐? 너희들 주제에 이런 고급 레스토랑이 말이 되냐? 이제 주제 파악이 좀 됐지?”
  • 민소희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쏘아붙이자 최영도는 더더욱 기고만장해서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 “어때? 이래도 안 꺼지겠다고?”
  • 이대로 물러서긴 너무 억울하다는 듯 박효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손님, 이제 그만 나가주십시오!”
  • 더블유 레스토랑 매니저는 살짝 분노한 목소리로 미간을 찌푸린 채 민지훈을 다그쳤다.
  • 민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매니저를 한 번 쳐다본 뒤 호주머니에서 유유히 카드 한장을 꺼내들었다, 보라색 꽃무늬로 포인트를 더 한 카드를 테이블 위에 딱 올려 놓는 순간 이내 전세역전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방금 나가라는 말, 저한테 하신 거 확실합니까?”
  • 민지훈이 꺼낸 카드를 보던 매니저는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고 입이 떡 벌어진 채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거듭 사과를 했다.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귀찮고 아니꼽게 쳐다보던 방금 전 상황과는 180도 달리진 매니저의 태도, 꿋꿋하게 서 있던 그가 이내 몸을 새우처럼 움츠리고 민지훈한테 굽신거린다.
  •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귀하신 분을 못 알아뵙고 그만 결례를 범했습니다, 정중히 사과드리오니 부디 용서하십시오, 이 자리 이용하실 수 있도록 빠르게 조치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다른 사람들 다 내보내겠습니다!”
  • 눈 깜짝할 사이에 급변한 매니저의 태도에 어리둥절해진 최영도와 민소희, 방금 전까지도 자신들 편을 들던 매니저가 손 바닥 뒤집듯 빠르게 태도를 바꾸다니, 그것도 민지훈한테 굽신거리면서 사과를 하다니!
  • 표정을 싸악 바꾼 매니저가 최영도네 무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 “죄송합니다만 아래 층 일반석으로 가주시지요!”
  • 당황한듯 살짝 벙 쪄있던 최영도는 이내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지금 뭐라고 했어? 지금 누구더러 아래 층으로 내려가라 마라야? 당신 밥 줄 끊기고 싶어?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래? 나 선샤인 주얼리 외동 아들이야, 내가 일 년동안 당신네 더블유에서 먹은 밥 값이 얼만줄 알아? 이 멤버십 카드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아냐고? 몇 백만원이야! 그걸 알고 지금 날 내 쫓으려는 거야? 당신 직장 잘리고 싶어서 환장했지?”
  • “그러니까...”
  • 윤소희가 약간 차가워진 시선으로 민지훈을 흘겨보더니 매니저한테 따지고 들었다.
  • “민지훈이 저 딴 카드 한 장 꺼내들었다고 우릴 내 쫓아요? 누구 맘대로? 쟤 툭 털어봤자 먼지밖에 안 나오는 알바쟁이에 가난뱅이라고요, 저 딴 애 때문에 우리가 왜 물러나야 하는데요?”
  •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어쩜 하는 짓거리마저 똑같은지, 민지훈은 마구 날뛰는 최영도와 윤소희를 보며 입술에 조소가 스쳤다.
  • 그러나 다시금 어두워진 얼굴로 매니저가 말을 이어갔다.
  • “죄송합니다, 이 카드가 무얼 의미하는지 몰라서 하시는 말씀 같은데 이 카드로 말할 것 같으면 저희 더블유 레스토랑 본점에서만 발급하는 최고의 VVIP카드입니다, 매년 더블유 누적 소비금액이 2억은 넘어야 발급 가능한 귀빈 카드지요. 더블유 레스토랑이 전 세계 900개가 넘는데 이 카드를 제시하는 손님은 반드시 귀빈 모시듯 깍듯이 최상급 서비스로 모셔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손님께서 이 카드를 제시한 이상 저희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거지요...”
  • “2억이요? 그럴리 없어요, 쟤가 무슨 돈이 있다고...”
  • 이 상황이 꿈이기만 바라는 윤소희,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적지 않게 당황한 얼굴은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갔다.
  • “당신 미쳤어? 저 자식 꼴을 좀 봐, 이런데서 2억이나 소비를 할 놈으로 보여?”
  • 황당한 건지 화가 난건지 최영도 역시 검으락 푸르락 마구 날뛰었다.
  • 그 상황에 민지훈은 더더욱 차분한 얼굴로 자기들 혼자 잘난 척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영도와 소희를 보며 비웃었다, 그동안 세상 혼자 사는 사람들처럼 기고만장하더니 자신들보다 훨씬 고귀하고 잘난 누군가가 있을거라는 건 왜 생각을 못한 건지.
  • “죄송합니다만 그만 내려가 주시지요!”
  • 매니저가 무거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 “싫어요, 난 꼭 여기서 먹어야겠어요, 이 테이블 내가 찜했다고요, 음식 오르면 사진 예쁘게 찍어서 SNS에 자랑하려고 내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데, 이제와서 나더러 아래층으로 가서 이 구린내 풍기는 거지새끼랑 같이 밥을 먹으라고요? 난 안가요...”
  • 매니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소희는 팔을 홱 뿌려쳤고 그 시각 매니저의 시선은 민지훈한테 멈췄다.
  • 그래, 소희야, 얼마나 지금 이 상황을 부정하고 싶을까?
  • 민지훈은 그런 소희가 안쓰럽다 못해 가엾게 느껴졌다.
  • “감히 누가 날 내쫓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나 여기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니까...”
  • 윤소희는 화가 나 씩씩거리며 투털댔다.
  • 그 모습이 너무 아니꼽게 여겨진 민지훈이 매니저에게 쏘아붙이듯 말을 했다.
  • “더블유에서 고객 관리를 이 따위로 합니까? 내 말이 말 같지 않아요? 지금부터 딱 2분 드릴테니까 쓸데없는 인간들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워줘요...”
  • 그 말에 매니저는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공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내 윤소희를 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 “손님, 계속 이렇게 억지 부리시면 저희는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영업 방해죄로 체포될 것이며 학교에도 다 알려질 거며 절대 가볍게 끝날 일이 아니지요...”
  • 윤소희는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고 민지훈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 그러거나 말거나 민지훈은 끄떡없이 꿋꿋한 목소리로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던졌다.
  • “다 치우라고요...”
  • 윤소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아래층으로 성큼성큼 발길을 옮기며 투덜댔다.
  • “까짓것 아래 층 가면 되지, 그래봤자 우리가 너보다 훨씬 더 비싼 거 먹을 거거든? 너 같은 거지새끼가 고급 레스토랑에 와 봤자 먹을 수 있는 건 싸구려 물 한 잔이 다겠지!”
  • 그러자 민지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웃으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 “아래층으로 간다니? 내 말 못 들었어? 다 치우라고 했잖아, 더블유 모든 사람들 다 여기서 나가라고, 여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