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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트집을 잡는 사람들

  • ‘이 사람들은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트집 잡으러 온 거였어?’
  • 민지훈은 경계심을 높여서 보고 있었다. 이때 임지영이 소리 질렀다.
  • “민지훈, 거기서 뭘 봐?”
  • 임지영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 “왜 손님을 맘대로 봐? 얼른 주방에 가서 일해! 우리 아빠가 도대체 왜 너 같은 멍청한 놈을 고용했는지 모르겠어!”
  • “민지훈, 들어와서 나 좀 도와줘!”
  • 임성은 민지훈의 어색함을 풀어주는 듯이 주방에서 소리쳤다.
  • 그러자 민지훈은 걸레를 내려놓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바로 이 순간, 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났다.
  • 민지훈이 고개를 돌려 보니 세 남자는 일어서서 임지영을 가리키며 책문하고 있었다.
  • “이게 뭔데?”
  • 겁에 질린 임지영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 민지훈이 급하게 달려갔더니 김호는 죽은 파리를 손에 쥐고 있었다.
  • “이런 식으로 가게 차릴 거야?”
  • “왜 음식 안에 파리가 있어?”
  • “감히 이렇게 더러운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어?”
  • 김호는 버럭 화를 냈다.
  • 깜짝 놀란 임지영은 어쩔 줄을 몰랐다.
  • “우리는... 말도 안 돼...”
  • “말이 안 된다고? 그럼 이게 뭔데?”
  • 김호는 임지영의 손목을 잡았다.
  • “똑바로 설명해 줄래? 말 똑바로 못하면 너희 가게는 망하게 될 거다!”
  • “죄송합니다, 저희는 늘 깨끗한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을 거예요. 세 분 먼저 여기서 앉아보시고 제가 가서 이 일을 알아볼게요...”
  • 당황한 임성도 얼른 나왔다.
  • “뭘 또 알아내? 목격자랑 증거가 다 여기 있는데 뭘 알아보려고? 네가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 같네...”
  • 임성은 난처했다.
  • “형, 배 아파요...”
  • 그중 한 명의 남자는 김호를 잡고 배를 끌어안았다.
  • “이봐, 내 동생이 배탈 난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 김호는 화를 벌컥 냈다.
  • 임지영은 김호의 무서운 모습에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 표정이 어두운 민지훈은 앞으로 다가가서 임지영을 잡아줬다.
  • 뒤돌아본 임지영은 급하게 손을 빼고 민지훈에게 소리 질렀다.
  • “뭐 하는 거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안 보여? 아직도 여기 서서 뭐해? 당장 꺼져...”
  • “시선을 돌릴 생각도 하지 마, 너희 가게의 음식을 먹어서 배탈이 난 건데 얼른 배상해! 900만 원 배상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장 위생국에 전화할 거야! 그때 가서 너희 가게는 망하게 될 거다!”
  • “뭐라고? 900만 원?”
  • 임지영은 배상 금액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 일이 커진 것을 본 임성도 얼굴색이 변했다. 만약 김호가 정말로 위생국에 신고하면 그들은 휴업할 수밖에 없었다.
  • 오미나도 겁에 질려서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 “900만 원이다, 조금도 모자라서는 안 돼...”
  • “우리가 잡아떼지 않을 거니까 고민할 시간을 조금 줍시다!”
  • 임성이 다급하게 말했다.
  • “그래, 저녁에 우리가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생각해. 배상하지 않으면 무조건 위생국에 신고해버릴 거야!”
  • 김호는 이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 임성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900만 원!
  • 지난 6개월 동안 임씨 가족이 아껴 먹고 아껴 써서 억지로 900만 원 벌었는데 이 돈이 없어지면 그들은 더는 여기서 생활할 수 없게 된다.
  • “아빠, 어떻게...”
  • 임지영은 눈물을 흘렸다.
  • 오미나는 화를 내면서 행주를 버렸다.
  • “정말 못 살겠네. 어떻게 파리가 들어가? 네 눈이 삐었니? 이혼하자! 900만 원 줄 거면 네가 줘, 이런 가난한 생활도 지긋지긋하다...”
  • 임성은 바로 고개를 들고 구걸하는 눈빛으로 오미나를 보았다.
  • 이 장면을 본 민지훈은 마음속으로 안쓰러워했다. 오미나처럼 돈에 눈이 먼 이기적인 여자와는 좋은 것만 같이 나눌 수 있지 고난을 같이 겪을 수 없었다.
  • 고작 900만 원 때문에 이혼하겠다는 것은 너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 “아저씨,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에요. 방금 그 사람들이 파리를 가져와서 음식 안에 버린 것을 제가 봤어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 사람들이 위생국에 신고해도 우리가 배상할 필요는 없어요!”
  • 민지훈은 한숨을 쉬며 임성을 위로했다.
  • “뭐라고?”
  • 임지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 “그럼 왜 계속 지켜보지 않았어? 네가 옆에서 지켜봤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 민지훈은 임지영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조금 전 그는 분명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임지영이 계속 일 시키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지금 당장 방법이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
  • 민지훈은 임지영의 책문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 “맞아... 누구와 친분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지!”
  • 임지영도 고민에 잠겼다.
  • “우리 반에 있는 학생의 아버지가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그의 아버지가 위생국 국장과 관계 좋다는 소문도 있었고, 그 학생한테 말해볼까...”
  • “그래, 얼른 전화해봐...”
  • 오미나는 돈이 많다는 말을 듣고 얼른 임지영에게 전화하라고 재촉했다.
  • 그러자 임지영은 전화를 들고 뛰어나갔다.
  • 조금 냉정해진 임성은 고개를 들었다.
  • “민지훈,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도 될까?”
  • “될 거예요! 아저씨, 여기서 기다려보세요. 저도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 민지훈은 임성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런 시기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 “그래, 고맙다!”
  • 임성이 말했다.
  • 민지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자 오미나는 민지훈을 우습게 여기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 “참 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이네. 가난뱅이 주제에 누구한테 전화하겠다는 거야?”
  • “적당히 해라, 민지훈도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는 건데...”
  • 임성이 말했다.
  • “좋은 마음이 있다고 뭐 쓸데가 있나? 강성에서 친구도 없고 밥도 못 먹는 애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 오미나는 임성을 째려보고 문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 “결국에 우리 딸이 나서야지! 당신이 온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음식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뭘 잘 할 수 있는데?”
  • 임성은 오미나의 모습에 놀라서 침묵했다.
  • 분식집에서 나온 민지훈은 골목길에 가서 김병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 김병규는 이 일의 전후 사정을 듣고 대답했다.
  • “해결하기 쉬운 문제야. 내가 비서를 보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
  • “그래!”
  • 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이때 임지영은 울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아빠, 그 학생에게 물어봤는데 이 일은 처리하기에 좀 까다롭대! 그래도 방법을 생각해 주겠다고 했어. 그러나 단 한 가지... 한 가지 요구가 있대!”
  • “무슨 요구?”
  • 임성은 순식간에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