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8화 양성호

  • 임지영은 말을 꺼내기가 민망했다.
  • “오늘 저녁에 만나자고 했어...”
  • “좋은 일이잖아! 그렇게 돈 많은 애가 너랑 만나겠다는 게 너의 복이지.”
  • 옆에 있는 오미나는 웃었다.
  • “이 문제를 해결하면 남자친구도 사귀게 될 수 있는데 뭐가 안 좋아?”
  • 임지영은 조금 불쾌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임성은 풀이 죽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 대학교 주변에서 가게를 차린 그는 대학생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사회에서 쉬운 일은 없다. 이 사람도 분명히 다른 마음으로 임지영과 만나자고 했을 것이다.
  • “아저씨, 방금 전화해봤어요. 큰일이 아니니까 해결해 줄 사람이 올 겁니다!”
  • 이때 민지훈이 들어왔다.
  • “정말?”
  • 임성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 “네가?”
  • 오미나는 민지훈을 비웃었다.
  • “지영이가 다른 사람을 찾았으니 넌 필요 없어! 자기 주제에 누구를 도와주겠다는 거야...”
  • 민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오미나를 더욱 싫어했다.
  • 임지영은 일어서서 다시 원래처럼 쌀쌀한 태도로 말했다.
  • “민지훈, 얼른 가서 청소해, 오늘 벌어진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절대 그 반달 월급을 안 줄 거야!”
  • 민지훈은 임지영의 말에 어어 없어서 헛웃음만 지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자 임지영은 더는 울지 않고 다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 민지훈은 이것이 그녀의 본질임을 알고 있었다. 원래 인간들은 몇 번 당해보지 않으면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오늘 벌어진 일은 임지영에게 준 교훈이기도 하다.
  • 민지훈은 청소를 하고 문 앞에 앉아 있었다.
  • 점심 이후 손님은 점점 적어졌고 민지훈은 점심을 먹고 가게 안을 깨끗이 청소했다.
  • 이때 돼지같이 뚱뚱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굵은 금목걸이를 찼고 눈 밑에는 심각한 다크서클이 달렸다.
  • “임지영 나오라고 해...”
  • 민지훈이 일어나 말을 하려고 할 때 이 남자는 민지훈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 “이게 누구야... 어젯밤에 더블유에서 만난 대단한 사람이네?”
  • 그러자 민지훈은 이 남자를 자세히 살펴봤다. 이 사람은 어젯밤에 최영도와 같이 더블유에서 쫓겨난 사람이었다. 민지훈은 여기서 이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
  • “네가 왜 여기 있어? 어제 그 오만한 모습은 어디 갔어?”
  • 민지훈이 차갑게 웃으며 말하려고 할 때 임지영이 뛰어나와서 반갑게 말했다.
  • “오빠, 왜 지금 왔어?”
  • 양성호는 음탕한 눈빛으로 임지영을 보다가 건성건성 대답했다.
  • “저녁에 오면 네가 바쁠까 봐 미리 와봤지. 그런데 이 사람은 너희 가게 아르바이트생인가?”
  • “민지훈?”
  • 임지영은 민지훈을 흘겨보고 말했다.
  • “그냥 불쌍한 거지야, 이 녀석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하자!”
  • “신경 쓰지 말자고?”
  • 양성호는 이상한 미소를 짓고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들어갔다.
  • “너희 가게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있는데 왜 날 찾았어? 넌 모르고 있었구나, 어젯밤에 더블유에서 이 자식이 얼마나 거만한지 나까지 쫓아냈거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여기 있는데 그냥 얘 찾으면 되겠네!”
  • 임지영은 양성호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가 생각에 잠겼다.
  • ‘민지훈이 더블유에서 양성호를 쫓아냈다고? 양성호는 강성에서 유명한 재벌인데 민지훈이 왜 양성호와 맞설 용기가 있지?’
  • ‘설마 민지훈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 이때 양성호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 “아... 맞다. 민지훈이 어느 부자의 지갑을 주워서 그 부자가 카드랑 몇백만 원을 그에게 보답했다고 들었어. 그래서 어젯밤에 한껏 허세를 부렸지.”
  • 그러자 임지영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 ‘이런 거였구나... 역시 그렇지, 이 거지가 무슨 능력이 있겠어!’
  • “성호야, 여기 와서 앉아, 그런 놈과 따지지 마.”
  • 오미나는 미소를 지으며 차 한 잔을 준비했다.
  • 임지영도 비웃으며 뒤돌아봤다.
  • “맞아, 오빠는 그런 놈 너무 신경 쓰지 마. 아르바이트생 주제에 무슨 능력이 있겠어? 오빠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을 텐데!”
  • “그래 맞아, 성호가 나서야 해결할 수 있지!”
  • 오미나는 웃으며 양성호에게 아첨했다.
  • “응응...”
  • 임지영은 활짝 웃으며 양성호의 손을 잡았다.
  • 그러나 양성호는 웃으며 민지훈을 바라보았다.
  • “지영아, 그런데 오빠는 너희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
  • 임지영은 잠시 멍해졌다가 냉담한 태도로 민지훈에게 말했다.
  • “민지훈, 너 오늘부로 해고야!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
  • 민지훈은 잠시 놀랐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 민지훈도 더는 이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지만 임지영이 먼저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여기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좋아했다.
  • “그럼 월급은...”
  • 민지훈은 아직 반달치 월급을 받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
  • “아직도 월급 타령이야? 네 눈이 삐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어?”
  • 오미나는 코웃음을 쳤다.
  • 임지영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맞아. 게다가 넌 더블유에서 오빠를 내쫓은 사람인데 이만한 월급을 따져? 구역질나게 하지 말고 당장 꺼져...”
  • 민지훈은 눈썹을 찌푸렸다.
  • 이때 임성이 급히 나와서 민지훈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민지훈, 먼저 돌아가 봐. 아저씨가 꼭 방법을 찾아서 월급을 줄게! 오늘 넌 나를 도와줬으니까 난 꼭 기억하고 있을게!”
  •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민지훈은 임성의 말을 듣고 조금 차분해졌다. 민지훈은 임성의 힘든 처지를 생각해서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요, 아저씨. 혼자 조심하시고 일 있으면 저에게 연락하세요...”
  • “그래!”
  • 임성은 허리를 굽히며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민지훈은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임성은 민지훈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의 눈에 민지훈은 쓸모없는 찌질이일 뿐이다.
  • 이 세상은 원래 그렇다. 사람들은 늘 약한 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미워하고 싫어한다.
  • 민지훈은 앞치마를 풀고 가게에서 나왔다. 그러자 양성호는 크게 웃었다.
  • “하하,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걱정하지 마, 네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사실을 네 전 여자친구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알려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