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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누가 와도 소용없어

  • 민지훈은 양성호의 비웃음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
  • 민지훈은 이런 사람을 많이 만나봐서 양성호와 따질 생각도 없었다. 임성이 아니었다면 그는 양성호를 한바탕 혼내주고 싶었다.
  • 민지훈은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위로하며 학교로 돌아갔다.
  • 이때 가게에 있는 양성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걱정하지 마, 내가 아빠 보고 위생국의 국장한테 말해보라고 했어!”
  • “정말 고맙네!”
  • 오미나는 또 차 한 잔을 준비하고 양성호에게 아첨했다.
  • “역시 성호가 최고다. 말 한마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 그러자 양성호는 우쭐거리기 시작했다.
  •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길 때 전화해 주시면 제가 꼭 해결해 드릴게요! 저는 여기서 앉았다가 저녁에 그 사람들을 만나볼게요...”
  • 오미나는 양성호의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 옆에서 듣고 있던 임지영도 감동했다.
  •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성공하는 거지. 양성호가 돼지처럼 생겼지만 돈만 있으면 되는 거지 뭐!’
  • 임성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 임지영과 오미나는 자신감이 넘치게 장담하는 양성호의 모습에 반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 저녁이 다가오자 트집을 잡았던 세 남자가 다시 찾아왔다.
  • 그 사람들은 들어오자마자 음탕한 눈빛으로 임지영을 보았다.
  • “돈은 준비됐어?”
  • 김호는 헤헤 웃으며 임지영의 맞은편에 앉았다.
  • 임지영은 무서운 듯 조금 뒷걸음질 쳤다.
  • “왜?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양인데, 돈을 준비하지 못했으면 우리는 당장 위생국에 고소해버린다...”
  • 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 “또는 당신 딸을 하룻밤 빌려주면 더는 따지지 않을게.”
  • “함부로 헛소리를 할 거야?”
  • 이때 양성호가 나섰다.
  • 그러나 김호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양성호를 힐끗 보았다.
  • “참 놔... 흑기사가 나왔네? 요즘 흑기사들은 거울도 안 보나 봐?”
  • 김호는 말이 끝나자마자 과도칼을 꺼냈다.
  • 양성호는 조금 당황해서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 “뭐 하는 짓이야? 칼을 쓰려고? 네가 칼을 쓰면 무조건 감옥에 들어간다! 위생국한테 전화해 봐, 내가 위생국의 사람과 말해봤으니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 “하하...”
  • 김호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 “이놈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위생국의 사람에게 말해 놓았다고? 내가 누군지 알아? 위생국의 국장이 우리 형부인데 네가 말해 놓았다고? 장난해?”
  • 양성호는 김호의 말을 듣고 얼빠졌다.
  • “네 형부라고? 말도 안 돼! 헛소리하지 마!”
  • 옆에 있는 임지영과 오미나도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김호가 보건국장의 처남이라는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우리 아빠는 해월 호텔의 사장님이야, 방금 진 국장과 협상을 했는데...”
  • “진 국장과 협상을 했다고? 진 국장은 하루 종일 회의에 참석했다가 방금 일이 있어서 나갔어. 네가 말한 협상이 뭔데? 장난해?”
  • 김호는 방정맞게 웃었다.
  • “말도 안 돼!”
  • 양성호는 조금 화가 나서 바로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들, 지금까지 진 국장을 못 찾았다. 급한 일이 아니면 내일 얘기하자. 난 지금 바빠서...”
  • 전화 너머로 양성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양성호는 양성웅의 말을 듣고 목에 핏대가 섰다.
  • “어떻게 된 거야? 얼른 가서 찾아봐!”
  • “진 국장이 전화도 받지 않는데 어떻게 찾으라고? 우리 집안이 아무리 대단해도 진국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 내일 얘기하자...”
  • 양성웅도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 “야, 왜 말을 안 해?”
  • 김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양성호를 보고 있었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허풍을 떨던 양성호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 “너희가 선택해... 돈을 못 주면 이 여자를 하룻밤 빌려줘.”
  • 김호는 다시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면서 방안의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 오미나와 임지영은 겁에 질려서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 “민지훈이 도와준다고 했어...”
  • 이때 임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아빠, 아직도 민지훈 얘기를 꺼내서 뭐해? 얘가 뭘 할 수 있겠어!”
  • 임지영은 울면서 임성에게 소리 질렀다.
  • “이혼하자! 정말 못 살겠네!”
  • 오미나도 소리를 질렀다.
  • 임성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 “난 민지훈이라는 사람을 알아, 그는...”
  • “아빠, 그만해!”
  • 임지영은 창피한 듯 급하게 임성을 잡았다.
  • 김호는 콧방귀를 뀌었다.
  • “민지훈? 민지훈은 또 뭐 하는 놈인데?”
  • 임성은 김호의 반응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졌고 할 말을 잃었다.
  • “민지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말했잖아! 왜 얘 이름을 꺼내는 건데!”
  • 임지영은 임성에게 외쳤다.
  • “민지훈을 아는 분이 있습니까?”
  • 이때 문밖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문밖에는 정장을 입은 여자가 서있었다. 하얀 피부, 물결 모양의 긴 머리를 가진 이 여자는 금테 안경을 썼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이 여자가 문 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임팩트가 있었다.
  •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미녀를 보고 전부 얼빠졌다.
  • 임지영과 비해 이 여자는 더욱 성숙하고 품격 있어 보였다.
  • “저... 제가 민지훈을 압니다!”
  • 임성이 바로 대답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하 법률 사무소에서 온 배현경입니다. 민지훈님의 위탁을 받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 배현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이건 저의 명함입니다! 진 국장님은 지금 제 차 안에 있고 저는 이미 진 국장님과 소통을 했습니다! 그리고 민지훈님이 이곳에 계신다면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배현경은 말이 끝나자마자 겸손한 태도로 몸을 굽혔다.
  • 임성은 배현경의 이런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양성호도 얼굴색이 변했다.
  • ‘진 국장이 이 여자의 차 안에 있다고? 이게 무슨 말이지? 아빠의 전화도 안 받는 사람이 이 여자와 같이 있었다고?’
  • 김호도 혀를 내둘렀다. 그는 형부가 이 여자의 차 안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김호는 형부한테 걸리면 무조건 죽게 될 것이다.
  • 김호가 자주 이런 짓을 해서 형부는 딱 봐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이다. 만약 이 자리에서 잡히면 그는 분명히 욕을 한바탕 얻어먹게 될 것이다.
  • “민지훈님을 만나길 바랍니다!”
  • 배현경은 얼빠진 사람들을 보고 다시 한번 몸을 굽혔다.
  • 임성은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옆에 있는 오미나는 간 떨어지는 줄 알았고 놀란 임지영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 ‘이 여자가 민지훈을 보기 위해 이런다고?’
  • ‘민지훈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 ‘그나저나 내가 이미 민지훈을 해고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