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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 얼굴 치워 둬

  • 임지영은 거의 울 지경이 되어 급히 말했다.
  • “아니야. 나 지훈이랑 친해. 매일 만나는 사이야. 마음속으로는 절친한 친구이라고...”
  • 배현경은 웃기지만 친절하게 말했다.
  • “그럼 다행이지. 진 국장님이 이번에는 손해를 보긴 했지만, 이번 일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다들 알아서 조심들 해! 진 국장이 어쨌든 너희 위잖아. 민지훈 씨는 나한테 이번 일만 맡긴 거니까 앞으로 일들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 “네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 오미나는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따금 문밖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민지훈이 나타나지 않으니 그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 ‘민지훈이 안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민지훈이 안 온다고 해서 배 변호사가 제대로 신경 안 쓰지는 않겠지?’
  • 임지영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임성만 조금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민지훈이 약속한 일이니 그가 꼭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십몇 분 후에야 민지훈은 비로소 학교를 걸어 나왔다.
  • “왔다!”
  • 오미나가 한 손으로 멀리 보이는 민지훈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마도 그녀가 민지훈을 보며 처음으로 기뻐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 배현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서 걸어오는 민지훈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 ‘생각보다 어린데?’
  • 배현경은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바로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소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 “지훈이 왔구나!”
  • 임성은 웃음을 지으며 달려나가 그를 맞이했다.
  • “너 아니었으면 이번 일 처리하기 정말 어려웠을 거야.”
  • 민지훈도 웃으며 공손히 말했다.
  • “아니에요. 아저씨 아니었으면 저는 일찍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르는 걸요.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말씀 마세요!”
  • “그래 네 말이 맞다! 가족이지 아무렴!”
  • 임성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 “지훈아 왔으면 빨리 안 들어오고 뭐 해?”
  • 오미나가 식당 밖으로 나와서 활짝 웃어 보였다. 원래 그를 대하던 태도와는 백팔십도 변한 모습이었다. 민지훈은 의심스러워 눈썹을 추켜올렸다.
  • “지훈이 왔어? 물 좀 마셔!”
  • 임지영도 다정한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 “필요 없어!”
  • 민지훈은 손사래를 치며 차갑게 거절했다.
  • “어느 분이 신데 나 따위한테 물을 따라줘? 그럴 수 없지! 내 앞에서는 그 얼굴 치우고 안 보이게 해줘!”
  • 임지영은 순간 제자리에서 몸이 굳어 웃던 표정이 점점 굳었다.
  • “지훈아 물 안 마시면 내가 과일 깎아 줄게!”
  • 오미나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했다.
  • “필요 없어요.”
  • 민지훈은 역시나 차갑게 말했다.
  • “민지훈 의뢰인님!”
  • 배현경은 식당을 나와 민지훈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 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 “네 알겠습니다.”
  • 배현경은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 옆에 있던 오미나는 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임지영은 더욱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민지훈이 너무하다고 생각해서 눈물이 차오를 지경이었다.
  • 민지훈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아서 그녀를 내심 화나게 했다. 게다가 저 배 변호사라는 사람은 자신에게는 전혀 예의도 없고 차갑게 굴더니 민지훈을 만나고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싶었다. 오미나는 놀랐고, 임지영은 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치켜 뜨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 식당에 들어간 민지훈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구석에 앉아 있는 양성호를 보고 약간 놀랐다. 양성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가기도 남기도 모호해서 잠시 이곳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민 선생님, 저는 김 사장님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제가 의뢰 받은 것은 선생님의 생활 상의 사소한 일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 배현경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지훈은 김 비서가 자신에게 생활을 도와줄 사람까지 붙여줄 정도로 잘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배현경을 훑어보더니 조금 놀랐다.
  • ‘생각보다 예쁜 걸.’
  • 배현경은 확실히 예뻤다. 특히 가슴을 쫙 펴면 셔츠가 터질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게다가 옅은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에 콧등에 얹은 금테 안경은 그녀의 지적인 매력을 더해주었다.
  • 배현경은 옆에 서서 민지훈의 눈빛이 반짝 빛나는 걸 보고는 내심 기쁜 마음으로 일부러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 “알겠어요!”
  • 민지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배현경도 눈앞에 있는 이 팔자 핀 부잣집 도련님이 이렇게 순수할 줄은 몰랐다. 그의 모습에 그녀의 마음 속 깊은 어딘가가 요동을 쳤지만, 그녀는 이내 목소리를 어여삐 가다듬고 말했다.
  • “민 사장님, 집 열쇠와 일부 재산은 이미 제가 받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다면 당장 서명하여 집행할 수 있습니다! 또 이쪽은 제가 맡아온 회사의 몇 가지 프로젝트들인데, 관심이 가신다면 둘러보셔도 됩니다!”
  • 배현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다. 민지훈은 고개만 끄덕인 채 별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딱히 자산이 필요 없었다. 특히 비즈니스 상에 관리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 졸업만 잘할 수 있다면 그 재산들이 그에게 중요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우선 학업에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기에 학업 외 다른 일들에 대해 지훈은 아직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 “이 가게 일은 어떻게 처리했어요?”
  • 민지훈이 한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물었다.
  • “이미 경찰에 신고 해서 경찰 쪽에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제가 우선 진 국장님께 연락은 드렸습니다만, 진 국장님도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누구 편드는 것 없이 법대로 처리하자는 입장입니다.”
  • 배현경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렇다면 우선 이대로 진행하세요! 만약에 이 가게에 또 다른 문제 생기면 많이 도와주시고요. 제가 김 비서님께는 잘 말씀 드릴게요!”
  • “알겠습니다.”
  • 배현경은 웃으며 말했다. 민지훈은 몸을 일으켜 임성을 향해 말했다.
  • “아저씨, 우선은 문제는 해결된 것 같으니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그리고 이번 보름치 급여는 다음 달에 받으러 올게요!”
  • “알았다! 이번 일은 너 아니었으면 정말 어찌 해결할지 몰랐을 거다! 정말 고맙구나.”
  • 임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민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 “저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해결한 걸요. 그래도 해결해서 다행이죠. 저희도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로 문제 안 되게 주의만 하면 될 것 같아요!”
  • “그럼, 주의해야 하고 말고!”
  • 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민지훈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갈 때 양성호를 발견하고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 “아저씨, 사람들이 허풍 떨면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가서 그 사람이 정말 실력이 있는지도 봐야 해요! 능력도 안되면서 사기 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러다 전 재산 탕진하면 얼마나 억울해요?”
  • “민지훈, 지금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 양성호는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짜증 냈다. 민지훈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 “그쪽 말하는 거지. 알아듣기는 했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