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행이지. 진 국장님이 이번에는 손해를 보긴 했지만, 이번 일이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 다들 알아서 조심들 해! 진 국장이 어쨌든 너희 위잖아. 민지훈 씨는 나한테 이번 일만 맡긴 거니까 앞으로 일들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네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오미나는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따금 문밖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민지훈이 나타나지 않으니 그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민지훈이 안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민지훈이 안 온다고 해서 배 변호사가 제대로 신경 안 쓰지는 않겠지?’
임지영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임성만 조금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민지훈이 약속한 일이니 그가 꼭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십몇 분 후에야 민지훈은 비로소 학교를 걸어 나왔다.
“왔다!”
오미나가 한 손으로 멀리 보이는 민지훈을 가리키며 외쳤다. 아마도 그녀가 민지훈을 보며 처음으로 기뻐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배현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서 걸어오는 민지훈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어린데?’
배현경은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바로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소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훈이 왔구나!”
임성은 웃음을 지으며 달려나가 그를 맞이했다.
“너 아니었으면 이번 일 처리하기 정말 어려웠을 거야.”
민지훈도 웃으며 공손히 말했다.
“아니에요. 아저씨 아니었으면 저는 일찍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르는 걸요.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말씀 마세요!”
“그래 네 말이 맞다! 가족이지 아무렴!”
임성도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지훈아 왔으면 빨리 안 들어오고 뭐 해?”
오미나가 식당 밖으로 나와서 활짝 웃어 보였다. 원래 그를 대하던 태도와는 백팔십도 변한 모습이었다. 민지훈은 의심스러워 눈썹을 추켜올렸다.
“지훈이 왔어? 물 좀 마셔!”
임지영도 다정한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필요 없어!”
민지훈은 손사래를 치며 차갑게 거절했다.
“어느 분이 신데 나 따위한테 물을 따라줘? 그럴 수 없지! 내 앞에서는 그 얼굴 치우고 안 보이게 해줘!”
임지영은 순간 제자리에서 몸이 굳어 웃던 표정이 점점 굳었다.
“지훈아 물 안 마시면 내가 과일 깎아 줄게!”
오미나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했다.
“필요 없어요.”
민지훈은 역시나 차갑게 말했다.
“민지훈 의뢰인님!”
배현경은 식당을 나와 민지훈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배현경은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옆에 있던 오미나는 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임지영은 더욱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민지훈이 너무하다고 생각해서 눈물이 차오를 지경이었다.
민지훈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아서 그녀를 내심 화나게 했다. 게다가 저 배 변호사라는 사람은 자신에게는 전혀 예의도 없고 차갑게 굴더니 민지훈을 만나고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싶었다. 오미나는 놀랐고, 임지영은 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치켜 뜨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간 민지훈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구석에 앉아 있는 양성호를 보고 약간 놀랐다. 양성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가기도 남기도 모호해서 잠시 이곳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민 선생님, 저는 김 사장님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제가 의뢰 받은 것은 선생님의 생활 상의 사소한 일들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배현경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지훈은 김 비서가 자신에게 생활을 도와줄 사람까지 붙여줄 정도로 잘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배현경을 훑어보더니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예쁜 걸.’
배현경은 확실히 예뻤다. 특히 가슴을 쫙 펴면 셔츠가 터질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게다가 옅은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에 콧등에 얹은 금테 안경은 그녀의 지적인 매력을 더해주었다.
배현경은 옆에 서서 민지훈의 눈빛이 반짝 빛나는 걸 보고는 내심 기쁜 마음으로 일부러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알겠어요!”
민지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배현경도 눈앞에 있는 이 팔자 핀 부잣집 도련님이 이렇게 순수할 줄은 몰랐다. 그의 모습에 그녀의 마음 속 깊은 어딘가가 요동을 쳤지만, 그녀는 이내 목소리를 어여삐 가다듬고 말했다.
“민 사장님, 집 열쇠와 일부 재산은 이미 제가 받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다면 당장 서명하여 집행할 수 있습니다! 또 이쪽은 제가 맡아온 회사의 몇 가지 프로젝트들인데, 관심이 가신다면 둘러보셔도 됩니다!”
배현경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다. 민지훈은 고개만 끄덕인 채 별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딱히 자산이 필요 없었다. 특히 비즈니스 상에 관리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졸업만 잘할 수 있다면 그 재산들이 그에게 중요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우선 학업에 집중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기에 학업 외 다른 일들에 대해 지훈은 아직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가게 일은 어떻게 처리했어요?”
민지훈이 한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물었다.
“이미 경찰에 신고 해서 경찰 쪽에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제가 우선 진 국장님께 연락은 드렸습니다만, 진 국장님도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누구 편드는 것 없이 법대로 처리하자는 입장입니다.”
배현경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민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다면 우선 이대로 진행하세요! 만약에 이 가게에 또 다른 문제 생기면 많이 도와주시고요. 제가 김 비서님께는 잘 말씀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배현경은 웃으며 말했다. 민지훈은 몸을 일으켜 임성을 향해 말했다.
“아저씨, 우선은 문제는 해결된 것 같으니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그리고 이번 보름치 급여는 다음 달에 받으러 올게요!”
“알았다! 이번 일은 너 아니었으면 정말 어찌 해결할지 몰랐을 거다! 정말 고맙구나.”
임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민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해결한 걸요. 그래도 해결해서 다행이죠. 저희도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로 문제 안 되게 주의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주의해야 하고 말고!”
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민지훈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갈 때 양성호를 발견하고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아저씨, 사람들이 허풍 떨면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가서 그 사람이 정말 실력이 있는지도 봐야 해요! 능력도 안되면서 사기 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러다 전 재산 탕진하면 얼마나 억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