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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쓰레기

  • “너...”
  • 양성호는 화가 나 붉어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민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방금 나 쫓아낼 때처럼 거만하게 해보시지. 왜 말을 못 하시나?”
  • 양성호는 화가 나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게다가 날씨도 더워 온몸에 땀이 빗물처럼 흘렀다.
  • “너는 뭐가 그리 잘났냐? 가방 하나 주웠다고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줄 알아?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 여자가 이리 극진한 대접을 할 줄 알아? 자기 주제도 모르고 정말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되는 줄 알아!”
  • 민지훈은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설명하기도 귀찮아 그냥 대답했다.
  • “맞아. 당신 말이 다 맞아!”
  • 옆에서 듣던 배현경도 웃음만 지을 뿐 별말은 하지 않았다.
  • “가죠!”
  • 민지훈은 더는 양성호를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문밖으로 향했다. 그러자 멀리 있던 BMW 한대가 빠른 속도로 민지훈 앞으로 달려오더니 급브레이크를 밟아 0.5미터 정도 미끄러져 멈췄다.
  • 차문이 열리더니 최영도가 내렸다.
  • “이게 누구야? 어젯밤에 아주 대단하셨던 민지훈 아니신가? 오늘은 어째 이런 작은 식당에 계신 대? 오늘도 밥 못 먹어서 여기 와서 얻어먹으러 왔나?”
  • 민지훈은 막무가내인 최영도의 모습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반감이 들었다. 반대쪽에서는 윤소희가 내렸다. 그녀는 민지훈을 멸시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민지훈의 옆에 서 있는 배현경을 보았을 때 그녀는 순간 제자리에서 멈칫했다.
  • “선배를 봤는데 인사도 안 하나?”
  • 최영도가 걸어와서는 비웃으며 그를 훑어보았다. 그러다 옆에 있는 배현경을 보고 살짝 멈칫하더니 말했다.
  • “다른 사람 지갑 줍더니 아주 팔자 폈네? 이제 아가씨까지 데리고 다녀? 그래도 말이야 이런 식당에 데리고 오는 건 좀 아니지. 너무 짜게 구는 거 아니야? 돈이 없나? 없으면 어디 꿇고 형님하고 불러 봐, 내가 또 조금이라도 줄지 아나?”
  • 민지훈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최영도를 향해 말했다.
  • “형님?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세요! 이 여자 분은 제가 좋아하니까 여기 데리고 온 거에요. 제가 기쁘면 되죠. 됐죠? 모든 여자가 다 그렇게 세속적이지는 않아요~ 제가 여기 데리고 왔으니 이 분도 좋아할 걸요!”
  • “네 맞아요. 아주 기뻐요!”
  • 배현경이 앞으로 나가 민지훈에게 팔짱을 끼어 아주 가까운 모습을 연출하며 기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 “어디 있든 지훈씨와 함께 라면 제겐 최고의 장소에요!”
  • 최영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옆에 있던 윤소희는 더욱 매서운 눈으로 배현경을 쏘아보았다.
  • “들었지? 다 그렇게 돈을 중시하는 건 아니야!”
  • 민지훈은 크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윤소희를 바라보고는 배현경과 팔짱을 낀 채 몸을 돌려 걸어갔다.
  • “민지훈, 이 여자 누군데?”
  • 윤소희가 갑자기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 “누구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 “민지훈 내가 충고하는데 괜한 사람 그만 속여! 나 속인 거는 그렇다 쳐. 그래도 이 정도면 자기 주제를 너무 모르는 거 아니니? 가진 거 하나 없으면서 여자들이나 속이고 다니고, 이게 쓰레기가 아니면 뭐니?”
  • 윤소희가 매섭게 말했다.
  • “내가 쓰레기이든 아니든 너랑 상관이 있나?”
  • 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윤소희에게 물었다.
  • “뭐가 그렇게 대단한 대? 지갑 하나 주운 게 그렇게 대단해? 저기요. 이 사람 가진 거 하나 없는 거지에요. 지금 제 말 듣고 이 사람이랑 헤어지면 제가 더 좋은 사람 소개해 줄게요. 최소 BMW는 몰아야죠.”
  • 최영도가 비웃으며 말했다.
  • 배현경은 고개를 저으며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배현경은 차 키를 들어 자신의 람보르기니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 “BMW가 그렇게 좋아?”
  •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당황했다. 특히 최영도는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그녀의 차는 수억 원을 호가했다. 일이억에 불과한 그의 BMW와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람보르기니 정도의 차를 끄는 사람들은 가정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도 낮을 리가 없었다. 최영도와 윤소희는 이런 그녀가 민지훈과 사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 배현경과 민지훈은 차를 타고 큰 소리를 내며 빠르게 이들 앞으로 와서 멈추었다. 배현경이 창문을 내리더니 웃음 가득한 얼굴로 윤소희에게 말했다.
  •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그쪽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네요. 그리고 해충 한 마리를 주우신 것 같은데... ... 그냥 그렇다고요. 그쪽이 잘 못 한 것도 아니죠. 단지 눈이 먼 것 같긴 하네요.”
  • “당신 지금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 윤소희는 화가 나 배현경을 향해 발길질하며 말했다. 배현경은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얼른 차창을 올리고 빠르게 출발했다.
  • “너무 화가 나!”
  • 윤소희는 배현경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애꿎은 도로 위에 발길질할 뿐이었다. 최영도는 얼른 그녀를 달랬다.
  • “신경 쓰지 마. 지갑 하나 주웠다고 지금 대단한 줄 아나 봐. 저 여자도 지금 민지훈이 지갑 주운 거 때문에 옆에서 맞춰주고 있는 것 같아. 곧 기색을 보이겠지.”
  • “이제 오셨어요...”
  • 양성호가 식당에서 나와 최영도를 보고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 “방금 민지훈 놈이 얼마나 멋대로 였는지 몰라요 그 여자랑 둘이 붙어먹어서 아주 얼마나 유세를 떨던지...”
  • “그 여자 정체가 뭐야?”
  • 윤소희가 물었다.
  • “나도 모르지! 내 생각에는 민지훈이 지갑 주운 일 때문에 상대편에서 감사 표시하려고 이 여자를 대신 보낸 것 같아. 아니면 민지훈이 이런 여자를 알 리가 없잖아? 별 능력도 없는 가난한 놈이 어디서 알겠어?”
  • 양성호가 옆에서 말을 하며 임지영까지 끌어들이려 했다.
  • “어쩌면 지갑도 이 식당 안에서 주운 걸 수도 있지! 그럼 눈 뜨고 코 베인 격이지!”
  • “그러게 지갑 주워서 알게 된 걸 수도 있겠네!”
  • 최영도도 말했다. 임지영은 양성호가 하는 말을 어리둥절하게 듣고 있었다.
  • “지영아. 이런 사람이 제일 나쁜 거야. 걔 쫓아낸 거 아주 잘한 일이야. 그 지갑을 가게에서 주워 놓고는 너한테 한마디도 안 한 거 아니야? 자기 혼자 가서 누리고 있는 거 보면 애초에 너를 뭐로 생각한 거겠어?”
  • 양성호가 반문하자 임지영의 낯빛이 순간 변했다.
  • “지영아?”
  • 윤소희가 임지영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다가가 어깨를 건드렸다.
  • “민지훈은 내가 잘 알잖아. 그냥 거지야 거지. 밥 먹을 돈도 없잖아. 너희 가게 아니었으면 굶어 죽었을 거야! 생각해봐 걔가 너한테 지갑을 돌려줬으면 저 변호사를 알게 된 건 너였을 거야. 왜 굳이 저런 거지를 만나겠어?”
  • 임지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변호사가 자기를 대하던 태도를 생각했다. 민지훈을 봐야만 자기네를 도와주겠다는 그녀의 태도가 내심 임지영을 불쾌하게 했었다. 만약에 민지훈이 지갑을 주워서 자기에게 줬었더라면 이 여자가 자신을 어떻게 대했을지 생각했다. 그럼 임지영도 민지훈을 찾아 빌고 전화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 “그 새끼 얼굴만 보면 화가 난다니까!”
  • 양성호가 한마디 했다.
  • 최영도도 눈알을 굴리며 차갑게 말했다.
  • “지갑 주운 거라고 했지? 그럼 우리가 교무처로 찾아가자. 너희는 내 말대로만 해. 그럼 그 새끼도 별수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