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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

  • “다른 사람한테 이 일에 대해 말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 김유영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 “그럼, 문제없지!”
  • 민지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 “특히...”
  • 가려는 민지훈을 보며 김유영이 다급히 말을 이었다.
  • “응? 특히 뭐?”
  • 민지훈이 그녀에게 물었다.
  • “특히 내 얼굴에 대해서 다른 애들에게 말하지 말아줘...”
  • 민지훈이 웃으며 천천히 김유영 앞으로 걸어갔다. 김유영은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뒷걸음질치며 겁에 질린 눈으로 민지훈을 쳐다보았다. 민지훈도 당황하여 말을 이었다.
  • “알겠어. 비밀 지킬게. 그런데 너 되게 예쁘던데 왜 여드름으로 외모를 가리는 거야? 평소에 조금 더 자신 있게 다니면 더 좋을 것 같아!”
  • 김유영의 눈빛에 슬픈 기색이 스쳤지만, 그녀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민지훈도 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손을 흔들며 멀리 걸어갔다.
  • 김유영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멀리 떠나가는 민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쓸쓸히 여자 기숙사로 걸어갔다.
  • 민지훈은 김유영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생활이라고 생각해 많이 묻지는 못했다. 기숙사에 들어서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효신은 별로 좋지 않은 기색으로 반쯤 침대에 누워 있었고, 주환은 일찍이 잠들어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 진우만이 고개를 들어 지훈을 힐끗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책을 보았다.
  • “돌아왔어? 진우랑 얘기 좀 해 보지! 진우 자식 팔이 바깥으로 굽었을지도 몰라!”
  • 효신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안 그랬어!”
  • 진우가 고개를 들고 아주 안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훈이 웃으며 답했다.
  • “뭘 얘기해! 다 형제나 마찬가지인 친구들인데 진우가 날 어쩌기라도 하겠어? 다들 일찍 쉬자!”
  • “정말 마음 한 번 넓으시군.”
  • 효신이 몸을 돌려 누우며 차갑게 웃었다. 지훈도 어깨를 으쓱하고는 침대에 올라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다음 날은 월요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지훈은 특별히 일찍 잠들었다. 이른 아침 수업 종이 울리자 지훈은 효신과 함께 서둘러 교실을 향해 뛰어갔다.
  • 교실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사람들이 누군가를 비난하며 비웃고 있는 듯한 소리였다. 지훈이 고개를 내밀어 한 번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 유정훈이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에 앉아서 시시덕거리며 김유영 자리 쪽을 보면서 계속 큰 소리로 비웃고 있었다.
  • “김유영, 사 백만원 밖에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정말 그 정도로 거지가 된 거야?”
  • “그 돈으로 화장품 산 거 아니야?”
  • “쟤 생긴 걸 봐. 얼마나 써야 멀쩡해지려나? 사백만 원 가지고는 모자랄 텐데, 아마 사천만 원은 필요할걸?”“
  • 김유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술을 꽉 다문 채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민지훈은 이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쉬며 지나갔다.
  • “민지훈 왔네. 민지훈 왔다. 얘들아!”
  • 왕예빈이 크게 웃으며 민지훈을 가리켰다.
  • “민지훈이 김유영 대신 돈 갚아준 대!”
  • 유정훈도 큰 소리로 외쳤다.
  • “미녀를 구하신 영웅이 오셨는데 다들 박수 안 쳐? 민지훈이 돈이 자기한테 있다고 그랬다고!”
  • “미녀를 구한 영웅이다!”
  • 민지훈은 차가운 낯빛으로 자리에 앉아 화가 난 듯 말했다.
  • “우리 모두 같은 반 친구들인데 굳이 이렇게 여자 한 명을 난처하게 해야겠어?”
  • “난 이렇게 못 생긴 친구 둔 적 없는데...”
  • “못 생긴 건 그렇다 쳐, 돈까지 훔쳤잖아!”
  • 김유영은 순간 주위의 비웃는 시선을 더는 견디기 힘들어 울음을 터뜨리며 책상 위에 고개를 파묻었다. 민지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 “누가 김유영이 돈을 훔쳤다고 그래? 그 돈 계속 나한테 있었다고. 한 푼도 안 썼어!”
  • “오... 너한테 있었다고? 너랑 김유영이랑 돈도 맡길 만큼 그렇게 친한지 몰랐네?”
  • 왕예빈이 코웃음을 치며 눈을 치켜 뜨고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 “그럼 어서 돈 내놔! 우리 반 누가 너랑 김유영이 제일 가난하다는 걸 모르겠어? 근데 돈이 너한테 있다고?”
  • “그러니까 천생연분의 짝이지!”
  • 유정훈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 민지훈이 왕예빈을 밀치고 몸을 일으켰다. 왕예빈은 민지훈의 거친 동작에 당황하였다. 그녀는 생긴 건 보통이었지만 꾸밀 줄 알아서 매번 심혈을 기울여 노출이 있는 옷을 고르고 얼굴에 두껍게 화장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학급에서도 많은 남학생이 그녀를 좋아하여 평소에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언행을 삼가고는 했다. 이런 상황이 그녀가 누구에게나 지적하기 좋아하는 오만한 성격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 “민지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 왕예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지훈을 바라보았다. 민지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뭘 뭐 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을 보고 말해.”
  • “너...네 꼴이나 보고 말해. 가난뱅이 주제에 나한테 감히 뭐라 해? 돈 빨리 안 내어놓으면 교무실로 찾아갈 거야.”
  • 왕예빈은 매우 화가 나서 민지훈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 “민지훈, 너 지금 잘 못 한 거야. 여자한테 이렇게 말하면 어떡해?”
  • 유정훈이 민지훈을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 민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반문했다.
  • “왜? 내가 이렇게 여자한테 말하는 건 안되고, 너희가 그딴 식으로 김유영에게 말하는 건 잘하는 짓이야? 왕예빈은 여자고 김유영은 여자가 아니기라도 한가?”
  • “쟤처럼 못 생긴 애를 어디다 나한테 비교해?”
  • 왕예빈이 화가 가득한 얼굴로 민지훈을 보며 말했다.
  • “김유영이 여자야?”
  • 유정훈이 손을 벌리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주위에서 왁자지껄 웃으며 모두 김유영을 가리켜 비웃기 시작했다.
  • “김유영같이 못 생긴 애를 여자라고 하면 암퇘지를 여자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김유영은 못 생겼으니까 이렇게 말해도 되지! 못 생겼으니까! 예빈이한테는 당연히 안 되지! 예빈이는 모두의 여신인걸?”
  •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돈이나 가져와!”
  • 왕예빈이 차갑게 말했다.
  • “이제 와서 돈 없다는 소리할 생각은 말고!”
  • 민지훈이 차갑게 웃으며 핸드폰을 만졌다.
  • “그 돈이 그렇게 중요해? 오늘 일은 정말 같잖다. 고작 사백만 원을 가지고 반 친구한테 이러다니, 너희가 쓰레기가 아니면 뭐냐?”
  •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 왕예빈이 순간 화를 내며 민지훈을 가리켰다. 민지훈도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보며 핸드폰을 켜고 물었다.
  • “누구한테 이체해주면 돼?”
  • “나한테 보내. 내가 우선 금액이 맞나 확인해야겠어.”
  • 왕예빈이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민지훈이 냉소를 머금고 손가락으로 은행 앱을 눌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핸드폰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
  • 고장 났다!
  • 민지훈은 순간 후회스러웠다. 이 핸드폰은 일 년 조금 넘게 썼는데, 살 때도 이미 맛이 조금 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순간에 고장 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 “뭐해? 돈 보내!”
  • 왕예빈이 민지훈을 가리키며 물었다.
  • “돈 있는 거 맞아? 돈도 없는 데 있던 척한 거 아니야? 정말 웃기지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