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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억울함

  • “나 지금 운산 카지노에 있어. 누나, 돈 모두 가지고 와.”
  • 양림이 말했다.
  • “너….”
  • 양지혜는 몹시 화가 났다. 그녀는 원래도 화가 나 있던 차에 동생이 또 도박하러 나갔으니 화가 난 그녀는 핸드폰을 망가뜨릴 뻔했다.
  • 강려는 핸드폰을 받아 들고 관심 조로 물었다.
  • “림아, 너 얼마나 빚진 거야?”
  • “당신은 양림의 어머니지? 이 녀석이 아직 우리의 돈 십억을 갚지 못했어. 한 시간 줄 테니 돈을 가지고 와. 안 그러면 이 녀석의 두 손을 잘라버릴 거니까.”
  • 핸드폰 저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 이어 팍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십억!”
  • 강려는 몸이 휘청거리며 핸드폰도 떨어뜨릴 뻔했다.
  • 그들이 어디에 가서 십억을 구해 온다는 말인가!
  • “엄마, 제가 평소에 걔를 너무 오냐오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지금 봐요. 사고를 쳤잖아요? 우리더러 어디에 가서 십억을 구해 오라는 말이에요?”
  • 양지혜는 강려의 손에서 핸드폰을 건네받으며 속으로 몹시 불쾌해했다.
  • “지혜야, 너한테는 동생이 양림 하나밖에 없잖아. 엄마가 걔를 아까지 않으면 누구를 아끼겠어? 엄마 노후는 앞으로 걔한테 달렸지!”
  • 강려는 울상을 하고 말했다.
  • “그럼 지금은요? 어디 가서 십억을 구해 올 건데요?”
  • 양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말했다.
  • 강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지혜야, 왕 도련님에게 전화를 걸어 보라. 카지노의 사람들은 분명 그의 체면을 좀 봐 줄 거야.”
  • “카지노의 사람이 그이의 체면을 봐준다고 해도 돈을 안 받겠어요?”
  • 양지혜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 그녀는 왕문학에게 또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 “그럼 네가 그한테 십억을 빌리면 되잖아. 육십억도 빌려주는데 십억 더 추가한다고 해도 많지 않지.”
  • 강려가 뻔뻔스럽게 말했다.
  • “엄마, 당신들에게는 제가 그저 몸으로 당신들이 쓸 돈을 바꿔 오는 용도로밖에 안 보이죠!”
  • 양지혜는 큰소리로 말하면서 화가 나 얼굴이 빨개졌다!
  • “지혜야, 이건 순리적인 일이잖아? 아무튼 넌 모레 왕 도련님을 모시러 갈 건데 네가 좀 더 고분고분하게 굴어서 왕 도련님의 기분이 좋아지면 팔십억도 빌려줄 수 있지 않겠어?”
  • 강려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녀는 양지혜가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엄마!”
  • 양지혜는 화가 나 하마터면 숨을 쉬지 못할 뻔했다.
  • “이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 바로 이때, 이혼 서류를 들고 있던 여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 “당신이?”
  • 강려와 양지혜는 동시에 여준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눈에는 온통 가소로운 기색이었다.
  • “지혜야, 양림이 빚진 십억, 내가 갚아 줄 수 있어.”
  • 여준이 확고한 의지로 말했다.
  • 그도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십억은 물론, 십조도 꺼낼 수 있었다.
  • “입 닥쳐!”
  • 양지혜는 여준을 노려보며 그의 따귀를 때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 예전의 여준은 비록 야망이 없었지만 적어도 허세를 부리지는 않았다.
  • 지금 그녀는 정말 여준이 점점 더 싫어졌다.
  • “지혜야, 내가 한 말은 사실이야. 넌 정말 널 도울 수 있어.”
  • 여준이 말했다.
  • “그만해! 당신은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이 날 돕는 거야!”
  • 양지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 “자네 같은 멍청이는 썩 짜져 있어. 여기서 거슬리게 알짱거리지 말고.”
  • 강려는 여준을 밀치고 양지혜를 바라보았다.
  • “지혜야, 카지노를 연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내건 사람들이야. 네가 만약 왕 도련님에게 사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분명 네 동생의 두 손을 자를 거야!”
  • 강려는 울상을 하고 말했다.
  • 양지혜는 화가 나 씩씩거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 한쪽은 친동생이었고 다른 한쪽은 혐오하는 사람을 찾아가 수치스럽게 사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 그녀는 마음속으로 고민될 뿐만 아니라 양림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 “엄마, 오늘 전 장담할게요. 이번이 제가 마지막으로 양림을 도와주는 거예요. 앞으로 걔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다면 저도 그의 생사 따위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 한참 후, 양지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 “지혜야, 엄마가 장담할게. 앞으로 엄마가 반드시 그를 잘 단속할게.”
  • 강려도 양지혜의 기세에 놀라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왕문학의 전화번호를 저에게 주세요!”
  • 양지혜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 강려는 다급히 왕문학의 전화번호를 펼쳐 양지혜에게 보여 주었다.
  • “지혜야, 왕문학에게 사정하지 마. 내가 정말 널 도울 수 있어!”
  • 여준의 마음속으로 울분을 참으며 말했다.
  • 양지혜는 돌연 고개를 돌리더니 여준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 “입을 다물라고 했잖아.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 양지혜는 여준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 그녀는 또 한 번 여준을 노려본 뒤, 왕문학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 “왕문학, 나 양지혜야. 지금 시간 돼?”
  • 양지혜는 단어 사용을 생각하며 물었다.
  • 전화기 건너편에서 곧 왕문학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아, 지혜구나. 내가 지금 고객을 접대하고 있어. 너한테 용건이 있다면 난 지금 당장 널 찾아갈 수 있는데.”
  • 양지혜는 조금 감동되었다. 비록 전에 왕문학이 꺼낸 요구는 그녀에게 일종의 모욕이었지만 왕문학의 이 자세는 여준보다 훨씬 나았다.
  • 그녀는 곧 양림이 사고 친 일을 왕문학에게 말해 주었다.
  • “만약 당신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됐어.”
  • “운산 카지노? 내가 비록 그들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들 사장이 그래도 내 체면은 좀 봐줄 거야.”
  • 왕문학이 말했다.
  • “그럼 고마워. 우리가 먼저 운산 카지노로 가서 기다릴게.”
  • 양지혜가 고마워하며 말했다.
  • “나와 격식을 차리기는. 내 마음을 몰라? 당신들 지금 집에 있지? 기다려. 이십 분 뒤에 데리러 갈게.”
  • 왕문학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정말 남과 비교하면 화만 난다니까. 자기 집 사람에게 일이 생겼는데 결국 외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니. 왕 도련님은 능력이 있다니까.”
  • 왕문학이 돕겠다고 하자 강려는 순식간에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여준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 “우리 집 이 멍청이처럼 아무 능력도 없이 매일 허풍이나 떨지 않고!”
  • 여준을 바라보는 강려의 시선에는 온통 하찮음뿐이었다.
  • 여준은 참담한 얼굴로 묵묵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지나치게 화가 난 탓에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고 선혈이 손톱을 물들였다.
  • 그러나 그는 조금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 양지혜의 분노와 불신과 비했을 때, 이 정도 아픔은 그의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 양지혜와 강려는 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문을 나가 왕문학을 기다렸다.
  • 여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대로 따라서 가 볼 생각이었다.
  • “소운아, 아빠랑 같이 산책 나가자.”
  • 여준은 손에 든 이혼 서류를 내려놓고 옆에서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소운을 바라보았다.
  • “아빠, 전 엄마와 외할머니가 아빠를 욕하는 게 싫어요.”
  • 소운이 말했다.
  • 여준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소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 “소운아, 앞으로 엄마와 외할머니는 더 이상 아빠를 욕하지 않을 거야.”
  • “네.”
  • 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여준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그는 양지혜와 이혼을 할지 말지 생각하고 있었다.
  • 어쩔 수 없는 것만 아니라면 그는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 감정은 일부분이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그가 양지혜와 이혼한다면 소운에게는 크나큰 타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 소운을 데리고 문을 나선 여준은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나갔다. 그는 양지혜와 강려가 앞의 도로 입구에서 왕문학의 차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여준은 속으로 저도 모르게 또 화가 치밀었다. 그는 스쿠터를 타고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