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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뻔뻔스럽다

  • 곧 운산 카지노에 도착한 양지혜 등 사람들은 양림이 몇몇 사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다.
  • “누나, 구해 줘!”
  • 양지혜를 보자 양림은 울음을 터뜨렸다.
  • “입 닥쳐, 한 번만 더 부르면 내가 널 불구로 만들겠어!”
  • 한 사내가 양림을 발로 찼다. 그걸 본 강려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줄곧 아들을 아꼈다. 아들의 얼굴이 퍼렇게 부은 것을 보자 그녀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
  • “오빠들, 제 동생이 철이 없어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 양지혜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 “어이쿠, 미인이잖아.”
  • “네가 양림 이 멍청이의 누나야? 몰라보겠는데.”
  • 몇몇 사내는 아래위로 양지혜를 훑어보며 느끼한 눈빛을 보냈다.
  • 그중 재킷을 입은 한 남자가 앞으로 다가오며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
  • “앗!”
  • 양지혜는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왕문학의 뒤로 물러섰다.
  • “아가씨,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거칠게 대하지 않을게. 하하하.”
  • 남자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다른 몇몇 사내도 따라서 방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 그들은 이렇게 여자를 희롱하는 짓을 적지 않게 했었다.
  • “여러 형님들, 저는 왕식 그룹의 도련님 왕문학이에요. 여러 형님들께서 제 체면을 좀 봐주세요.”
  • 왕문학은 양지혜를 막아서며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 그는 가문의 이름을 말했으니 상대방이 분명 그의 체면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들 왕씨 가문은 금성에서 그나마 이름깨나 있는 가문이었다. 일반 건달들은 감히 그들 가문을 건드리지 못했다.
  • 강려와 양지혜는 왕문학이 드디어 나서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녀들이 보기에도 왕씨 가문의 실력으로는 이 사람들이 분명 왕문학의 체면을 어느 정도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왕씨 가문이 다 뭔데? 네까짓 것이 감히 나더러 체면을 봐달라고 할 자격이 있어?”
  •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놀리듯 왕문학을 바라보았다.
  • “넌 내가 누군지 알아?”
  • “난 우철이야. 내 매형이 바로 서해 그룹의 오너 하건이라고. 너 따위 자그마한 왕식 그룹이 나한테 체면을 봐달라고 할 급이 돼?”
  • 우철은 오만하게 왕문학을 쳐다보았다.
  • 그는 서열 1위 부자의 처남이었다!
  • 왕문학, 양지혜 및 강려 세 사람은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들 셋의 눈은 곧 절망으로 가득했다.
  • 하 갑부의 처남인데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겠는가!
  • 왕문학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양림이 척진 사람이 우철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는 분명 돕지 않았을 것이다.
  • 그들 왕씨 가문이 트럭째로 나선다고 해도 하 갑부의 발치에도 닿지 못할 것이다.
  • 그 순간, 그는 속으로 양지혜에게 여지없이 욕을 퍼부었다.
  • 그러나 지금 그가 만약 내버려 두고 모르는 척한다면 양지혜의 앞에서 체면을 잃을 것이 뻔했다.
  • 그래서 그는 이를 악물고 자세를 낮춘 뒤, 웃으며 말했다.
  • “우철 형, 전 그 뜻이 아니에요. 이 양림은 제 처남이에요. 어려서부터 지능에 좀 문제가 있어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우철 형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세요.”
  • “나와 친한 척하지 마. 이 녀석이 내 돈 십억을 빚졌어. 지금 돈을 주면 풀어 주지. 한 푼이라도 적으면 이 녀석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겠어.”
  • 우철이 차갑게 말했다.
  • 십억이라고?
  • 왕문학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그는 양지혜의 동생이 도박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크게 놀 줄은 미처 몰랐다.
  • “이 멍청이가 너의 처남이라니까 그럼 네가 대신 물어 주면 되겠네.”
  • 우철은 또 왕문학을 바라보았다.
  • “우철 형, 사실, 이 녀석은 제 처남이 아니에요.”
  • 왕문학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십억은 뉘 집 개 이름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왕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해도 십억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 그가 전에 양지혜더러 사흘 함께 있어 주면 양지혜에게 육십억을 빌려주겠다고 한 말은 순전히 그녀를 속이기 위한 말이었다.
  • 그는 단지 양지혜에게 복수하고 여준에게 수모를 안겨 주려는 것이었다.
  • 때가 되면 그는 양지혜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 “왕 도련님, 아니면 나한테 먼저 십억을 빌려줘….”
  • 양지혜는 소심하게 왕문학을 바라보며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
  • “지혜야, 저 사람한테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어. 내가 이미 이 일을 해결했어.”
  • 바로 이때, 여준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등 뒤에서 울렸다.
  • “네가 해결했다고? 데릴사위 못난이인 네가?”
  • 왕문학은 고개를 돌려 여준을 보고는 비꼬았다.
  • 그러나 양지혜는 안색이 확 바뀌었다. 특히 여준이 소운도 함께 데려온 것을 보자 하마터면 놀라서 넋이 나갈 뻔했다. 만약 이 사람들이 나중에 소운을 해코지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 “당신 왜 왔어? 어서 꺼져!”
  • 양지혜는 살기등등한 얼굴로 여준을 노려보았다.
  • “엄마, 아빠가 외삼촌 구하러 왔어요.”
  • 소운이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 “소운아, 아버지가 헛소리하는 것을 듣지 마. 아빠는 이미 미쳤어!”
  • 양지혜는 소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엄마, 아빠는 미치지 않았어요. 오늘 제가 학교에서 이소봉한테 괴롭힘을 당하는데 아빠가 대신 복수해 줬어요.”
  • 소운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뭐라고? 여준, 애들 싸움에 당신이 나서서 다른 애를 때렸다는 거야? 당신 그러고도 사람이야?”
  • 양지혜는 이 말을 듣고 더더욱 화를 냈다.
  • “지혜야, 당신이 생각하는 게 아니야.”
  • 여준은 다급히 해명했다. 그는 양지혜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가 아무리 도덕적인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도 어린애를 때리는 짓은 할 수가 없었다.
  • “됐어, 지혜야,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지금은 방법을 찾아서 돈을 물어 주고 네 동생을 구해내야지.”
  • 강려는 양지혜와 여준이 다투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찡그렸다.
  • “그래, 누나, 나 지금 온몸이 아주 아파.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병신이 될 것 같단 말이야!”
  • 양림도 불만스럽게 말했다.
  • “어서 소운을 데려가지 않고 뭐해!”
  • 양지혜는 심호흡을 하고 분노에 찬 눈으로 여준을 노려보았다.
  • 여준은 한숨을 내쉰 뒤, 소운을 데리고 나왔다.
  • 아무튼 그는 이미 하건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이 일도 해결한 셈이었다.
  • “다 싸웠어? 다 싸웠다면 돈을 갚아.”
  • 우철이 재촉했다.
  • 양지혜는 이를 악물고 또 왕문학을 바라보았다.
  • “왕 도련님, 먼저 나한테 십억 빌려줄 수 있어?”
  • 왕문학은 미간을 찌푸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바로 이때, 우철의 핸드폰이 울렸다.
  • “알겠어요, 매형, 알겠어요. 제가 꼭 잘 처리할게요!”
  • 우철은 공손하게 전화를 받으면서 여준을 찾았다.
  • 전화를 끊은 뒤, 여준을 찾지 못한 우철은 하는 수 없이 양지혜를 바라보며 사과했다.
  • “여 부인, 죄송합니다. 아까 우리가 양림이 부인의 동생인 줄 모르고 실례했어요. 양해해 주세요.”
  • 양지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왕문학과 강려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상대방이 놀리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 “여 부인, 양림이 저한테 빚진 돈은 받지 않겠어요. 제가 또 치료비로 이천만 원, 아니, 일억을 드릴게요. 어떠신가요?”
  • 우철은 고개를 숙이고 두려움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
  • 방금 전에 매형의 전화를 받은 그는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금 그는 빨리 이 일을 잠재우고 싶었다.
  • “아니요, 아니요, 제 동생을 풀어 주면 됩니다. 치료비는 받지 않을게요.”
  • 양지혜는 정신을 차렸다. 우철의 태도가 장난이 아닌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 우철은 감히 양지혜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다급히 양림을 풀어 주라고 했다.
  • 그들은 카지노를 나와서도 이 일을 차마 믿을 수 없었다. 너무 꿈같았다.
  • “왕 도련님, 방금 전에는 정말 감사했어요.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분명 양림을 구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 카지노를 나온 강려는 왕문학을 바라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녀는 우철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 것은 분명 그가 왕문학의 체면을 봐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 왕문학은 멍해졌다. 그는 강려가 오해하는 것을 보고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 “별것 아니에요. 다만 우철은 정말 건드릴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다행히 제가 올 때,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려 그더러 하 갑부에게 사정해 달라고 했죠. 안 그랬더라면 오늘 이 일은 정말 어려웠을 거예요.”
  • ‘그랬구나.’
  • 양지혜는 원래 의심을 하고 있었다.
  • 그러나 왕문학의 말을 듣자 그녀는 왕문학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 그게 아니면 우철이 왜 전화를 받고 태도가 급변했겠는가?
  • 이 순간, 양지혜는 설레는 시선으로 왕문학을 바라보았다.
  • 특히 여준의 무능력함이 떠오르자 그와 비했을 때, 왕문학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였다.
  • 양림을 병원으로 보내 얼굴의 멍을 치료한 뒤, 왕문학은 진지한 얼굴로 양지혜에게 말했다.
  • “지혜, 내가 그랜드 레스토랑에 룸을 잡았는데 거기에 고객도 몇 명 있어. 나와 함께 가서 술 한잔하자.”
  • 양지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왕문학의 초대에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