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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질책

  • “금성 서열 1위 부자인 하건이 한 거야. 왕씨 가문을 망하게 한 것도 그가 한 일이야.”
  • 여준은 정말인지, 거짓인지 헷갈리게 말했다.
  • “뭐? 그 사람이 왜 당신을 돕는 건데?”
  • 양지혜는 믿지 않았다.
  • “내가 그 사람의 목숨을 살려 준 적이 있거든. 생명의 은인이니 은혜를 갚을 수밖에 없었겠지.”
  • 여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 생명의 은인?
  • 신세를 갚는 것이라고?
  • 양지혜는 그 말을 믿었다.
  • 이 설명은 완벽하게 논리에 맞았다.
  •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여준이 꾸민 일이라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하건 같은 큰 인물이야말로 순식간에 왕씨 가문을 몰락하게 만들 수 있었다.
  • “흥, 난 또 당신이 숨겨진 대단한 인물인 줄 알았잖아!”
  • 양지혜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지만 속으로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 만약 이 모든 것이 여준이 꾸민 일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그러나 아쉽게도 하건은 신세를 한 번만 갚아 줄 뿐이었다.
  • 신세를 다 갚았으니 앞으로 더 이상 여준을 돕지 않을 것이다.
  • 여준이 걸어나오자 하건이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여준 도련님.”
  • 하건이 다급히 인사했다.
  • “응, 잘했어.”
  • 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건의 어깨를 한번 터치하고는 스쿠터를 타고 떠나갔다.
  • 하건은 감격스러웠다. 그는 여준이 떠나갈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여준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홀로 떠나자 양지혜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 “흥, 잘난 척하기는. 운이 좋아 하 사장님의 목숨을 구했을 뿐이지. 앞으로 하사장이 널 또 돕나 봐!”
  • 양지혜는 발을 구르며 코웃음을 쳤다.
  • “사모님, 전 하건이라고 합니다.”
  • 양지혜가 나오는 것을 보자 하건은 다급히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 “네? 하 사장님!”
  • 양지혜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하건이 왜 자신을 찾은 것인지 알지 못했다.
  • “사모님, 급히 60억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희 회사 신임 회장님께서 돕겠다고 하셨어요.”
  • 그는 말하면서 미리 금액을 써 둔 사해 그룹의 수표를 꺼내 양지혜에게 건네주었다.
  • “사모님, 회장님께서 이 60억은 공짜로 양씨 가문에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양씨 가문의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을 회복하고 일 년이 지나면 갚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러지 않으면 이자를 받으실 거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 “이, 이….”
  • 양지혜는 수표를 받고서 어찌할 줄 몰랐다.
  • 그녀는 하건에게 많은 것을 묻고 싶었지만 하건은 바로 몸을 돌려 차를 타고 떠나갔다.
  • 홀로 식장 밖에 서 있는 그녀의 마음은 무척 복잡해졌다.
  • 그녀는 진지하게 수표를 몇 번이나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하자 하건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그러나 더욱 많은 일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사해 그룹의 회장님은 하건이 아니었어? 또 어떻게 신임 회장님이 나온 것이지?’
  • ‘그리고 새 회장님은 왜 날 돕는 것일까?’
  • 양지혜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신임 회장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 아무리 생각해도 배불뚝이 중년의 모습밖에 상상되지 않았다.
  • ‘이렇게 대범하게 나한테 육십억을 빌려주다니. 혹시 그도 나한테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게 아니야?’
  • 양지혜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침 택시가 지나가자 그녀는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아무튼 돈을 가졌으니 먼저 돌아가서 급한불을 끄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 어르신과 양씨 가문 일가족들은 양지혜가 예정일 보다 앞당겨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다급히 나와 보았다.
  • 양지혜가 집으로 들어서자 일가친척들이 그녀의 집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지혜야, 왕 도련님과 사흘 동안 함께 하기로 할머니와 약속하지 않았어? 할머니가 너에게 돈도 주었고 주식도 주었는데 네가 약속을 어겼구나!”
  • 양지혜가 집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가 어두운 얼굴로 질책했다.
  • 큰 아버지 양진병도 일어서서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 “지혜야, 양씨 가문 여식으로 양씨 가문에서 널 키워 주었는데 넌 가문의 영예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냐?”
  • 사람들은 몹시 흥분되어 있었다. 양지혜는 왕문학과 사흘 동안 함께 있다가 왕문학에게서 60억을 빌려 양씨 가문을 구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양지혜는 갔다가 바로 돌아왔으니 그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 가장 결정적인 것은 양씨 가문은 정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움직일 자금이 없다면 정말 파산까지 가야 했다.
  • 이 순간, 할머니도 몹시 화가 났다.
  • 그녀는 가문 전체의 운명을 모두 양지혜에게 걸었던 것이었다.
  • 그뿐만이 아니라 겨우 남은 이억의 저금도 양지혜에게 이체해 주었다.
  • 그런데 양지혜가 약속을 어겼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 “지혜야, 우리가 전에 재차 당부했잖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60억을 빌려 오라고. 그때는 대답을 잘만 하다가 지금 와서 약속을 어긴거야? 난 네가 할머니의 이억을 사기 치려고 거짓으로 약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 사촌 오빠 양검도 일어나서 질책했다.
  • “난 할머니를 속인 적이 없어!”
  • 양지혜는 60억을 빌리고 앞당겨 임무를 완성하면 사람들이 칭찬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그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족들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질책을 해왔다. 심지어 일부러 할머니의 2억을 사기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받자 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마음이 차가워졌다.
  • “지혜야, 너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
  • 강려도 불쾌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
  • 만약 양지혜가 순조롭게 60억을 빌려온다면 그녀의 아들 양림에게는 십 프로의 지분이 있었다. 해마다의 이익도 십억 정도 될 것이다.
  • 지금 지분이 생기기는커녕 연말 보너스도 잃게 생겼다.
  • 엄마도 나서서 자신을 꾸짖자 양지혜는 코끝이 찡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 가문을 위해 그녀는 오늘 갖은 수모를 견뎠다. 더구나 이 일로 그들 부부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조차 없게 되었다.
  • 그런데도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 그녀는 그래도 묵묵히 혼자 감당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 지금 엄마를 포함한 일가친척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 그녀는 가족들에게 철저히 실망하고 말았다.
  • “그만하세요!”
  • 바로 이때, 여준이 안방에서 나오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양씨 가문이 지금 이 지경까지 몰락한 것은 전부 당신들의 책임이에요. 지혜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어요? 당신들은 하나같이 지혜만 질책하면서 왜 가족 기업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생각해 보지는 않는 건가요? 하나같이 평소에는 자기 주머니 채우기만 급하고 미래를 계획할 줄도 모르는 데다가 관리층도 하나같이 어리석은 인간들 뿐이었죠. 이렇게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니 자금줄이 끊어진 거죠. 만약 누군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면 당신 같은 멍청이들이지 지혜가 아니라고요!”
  • 여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양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말했다.
  • 옆에 있던 양지혜는 멍하니 여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았다.
  •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서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은 그녀조차 무시하던 남편밖에 없었다.
  • 그녀는 갑자기 후회되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여준을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 퍽!
  • 할머니가 지팡이로 탁자를 내리치자 찻잔 두 개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 그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여준을 바라보며 호통쳤다.
  • “버릇없는 놈! 당장 저놈의 따귀를 쳐!”
  • 한낱 데릴사위가 대놓고 그녀 일가를 멍청이라고 질책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 아닌가!
  • 양검 등 몇몇 청년들은 이 말을 듣고 여준을 잡으러 갔다.
  • 그들도 여준을 오랫동안 별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