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1화 난 좋은 여자가 아니야

  • “나, 나 오늘에는 시간이 안 될것 같아. 돌아가서 아들 저녁밥 차려줘야 해.”
  • 양지혜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 “여준이 있잖아? 그 사람은 밥할 줄 몰라?”
  • 왕문학은 불만스러웠지만 여전히 신사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 “그는 자기 먹을 것밖에 할 줄 몰라.”
  • 양지혜는 거짓말을 했다.
  • 사실 여준의 요리 솜씨는 매우 좋았다. 이 몇 년간 줄곧 여준이 음식을 했다.
  • “밥도 할 줄 모른다니. 하하, 그럼 그러지 뭐. 내일 오전 열 시, 내가 운무 리조트에서 널 위해 성대한 파티를 준비해 줄게. 난 우리 반 동창들이 전부 널 부러워하게 해 줄 거야. 지혜야, 날 실망시키면 안 돼.”
  • 왕문학은 양지혜의 두 손을 잡고서 진지한 얼굴로 양지혜를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 양지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손을 빼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왕문학이 무안해질까 봐 걱정되었다.
  • “걱정하지 마. 내일 꼭 시간 맞춰 도착할 테니.”
  • 양지혜는 얼굴이 발그레해져서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 “믿을게. 그럼 먼저 돌아가서 소운의 밥을 해 줘.”
  • 왕문학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지혜의 손을 풀어 주었다. 양지혜는 마음이 복잡해져 다급히 돌아서서 떠나갔다.
  • 양지혜가 황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왕문학의 눈에는 독살스러운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 그는 오늘 양지혜의 행동이 몹시 만족스러웠다.
  • 만약 양지혜가 아직도 그를 원망하고 있다면 내일 그가 복수를 시작할 때, 즐거움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 그는 바로 양지혜가 그에게 마음이 있을 때, 그녀의 등에 모질게 칼을 꽂을 생각이었다.
  • 그렇게 해야만 복수의 효과가 최고봉에 다다를 것이다!
  • 양지혜는 강려와 양림을 찾은 뒤, 세 명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 집 문을 열자 여준과 소운이 밥을 먹고 있었다.
  • “멍청이, 우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누가 너더러 먼저 밥을 먹으래?”
  • 강려는 여준을 힐끗 보고 화가 나서 말했다.
  • 여준은 말을 하지 않고 천천히 소운에게 반찬을 집어 주고 고개를 숙이고서 말없이 밥을 먹었다.
  • 여준이 점점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느낀 강려는 더더욱 화가 났다.
  • “온종일 먹을 줄밖에 모르지. 집에 일이 생겨도 도움이 하나도 못 되니. 남보다도 못해!”
  • 강려는 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 “외할머니, 엄마, 외삼촌, 와서 밥 먹어요.”
  • 소운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 “안 먹어. 화가 나서 배도 안 고파.”
  • 강려는 퉁명스럽게 손을 털고 방으로 들어갔다.
  • “엄마, 제가 좀 있다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 양림이 말했다.
  • “응.”
  • 강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 “너희 두 부자, 얼른 먹고 일어나. 내 식사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 양림은 싸늘한 눈빛으로 여준과 소운을 힐끗 보고 재촉했다.
  • 평소에 삼촌을 두려워 하는 소운이는 고개를 숙이고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 “소운아, 천천히 먹어. 체하지 말고.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대.”
  • 여준이 말했다.
  • “네.”
  • 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양림은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양지혜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 “됐어, 너 그렇게 급하면 혼자 나가서 먹어.”
  • 양림은 누나를 무서워하는지라 더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 양지혜는 소운의 옆에 앉아 스스로 밥을 뜨고 소운과 함께 밥을 먹었다.
  • 밥을 먹은 뒤, 여준이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양지혜는 소운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
  • 소운이 잠들자 양지혜는 그제서야 안방으로 들어갔다.
  • 이때 여준은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 어젯밤, 양지혜가 그와 한 침대를 쓰지 않아 그는 바닥에 자리를 펼 수밖에 없었다.
  • “나 내일 왕문학에게로 가.”
  • 양지혜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화장대 앞에 앉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 “알고 있어.”
  • 여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 “내 마음속에서 친정은 남편보다 중요해. 난 좋은 여자가 아니야.”
  • 양지혜는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앉아 여준을 바라보았다.
  • “난 비록 당신의 노력하지 않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행동도 유부녀 답지 않지. 그래서 당신, 이혼 서류에 사인해. 내일 오전 아홉 시에 우리 먼저 구청으로 가서 이혼하자고. 이렇게 하면 나도 더 이상 당신을 두고 바람 피우는 것이 아니니 당신도 비웃음을 당하지 않을 거야.”
  • 여준은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핸드폰을 놀았다.
  • “이 카드에 2억이 있어. 당신이 이 몇 년 동안 했던 것처럼 검소하게 쓴다면 꽤 오래 쓸 수 있을 거야. 소운이는 걱정하지 마. 내가 잘 키울게. 걔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성씨를 바꿔 줄 거야. 난 당신이 줄곧 이걸 신경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당신은 걔 아빠니 당신 성씨를 따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 양지혜는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여준에게 건네주었다.
  • “비밀번호는 당신 생일 뒷자리 여섯 숫자야.”
  • “자, 당신이 이혼을 그토록 원한다면 내일 지나고 다시 얘기해. 난 당신 돈 필요 없어. 유일한 조건은 소운이의 양육권 나한테 넘겨.”
  • 여준은 고개를 들고 양지혜를 힐끗 보고는 확고한 시선으로 말했다.
  • “당신이 뭐로 걔를 키울 건데? 소운이가 커서 당신처럼 무능력하기를 바라는 거야?”
  • 양지혜는 큰소리를 내며 여준을 바라보았다.
  • “걱정하지 마. 내 아들은 세계 최고 재벌 2세가 될 뿐만 아니라 멋진 사내로 성장할거니까.”
  • 여준은 굳센 의지로 말했다.
  • “여준, 당신에게 너무 실망이야!”
  • 양지혜는 순간 화가 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 내일 당신이 이혼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남이 놀리는 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게 해 줄게!”
  • 그녀는 손을 털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손을 뻗어 전등을 끄고 잠을 청했다.
  • 잠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이튿날, 여준이 소운을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왔을 때, 양지혜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 “시간도 얼추 비슷하니, 내가 데려다줄게.”
  • 여준이 말했다.
  • 양지혜는 비웃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약간의 정마저도 여준의 말에 완전히 사라졌다.
  • 그녀의 남자는 직접 그녀를 다른 사람의 품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 너무 우스운 일이었다.
  • 이 남자는 정녕 약간의 수치심도 없는 것인가?
  • “당신 그까짓 똥차. 난 앉기 싫어!”
  • 양지혜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비꼬는 시선으로 여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을 뿌리치며 밖으로 나갔다.
  • 여준은 말없이 양지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따라서 나갔다.
  • 양지혜가 택시를 잡고 떠나는 것을 보고 그는 핸드폰을 꺼내 하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준비 다 마쳤어?”
  • “준비 다 마쳤습니다. 도련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 “그래, 핸드폰 메시지 잘 확인하고. 내 문자 받고 그대로 움직여.”
  • 여준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의 눈에는 매서운 빛이 드러났다.
  • ‘내가 오늘 왕문학을 무릎 꿇리고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남자가 아니야!’
  • 앞쪽의 택시를 본 뒤, 여준은 스쿠터를 타고 따라갔다.
  • 운무 리조트.
  • 왕문학은 리조트 통째로 빌렸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 동기들도 거의 다 초대했다.
  • 말로는 양지혜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 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동창회였다.
  • 왕문학은 오늘 무척 멋지게 꾸몄다. 전혀 빈틈없이 우아한 그의 모습은 마치 왕자님 같았다. 그가 현장에 도착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 사람들이 몰려들어 아부를 하자 더더욱 그의 특별함과 성공한 모습이 돋보였다.
  • “양지혜가 온다!”
  • “우와, 역시 여신님, 너무 예쁘다!”
  • 바로 이때, 양지혜가 레드 카펫을 밟으며 들어왔다.
  • 그녀는 와인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정성껏 꾸민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무척 아름다웠다.
  • 그 순간, 왕문학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미모에 넋이 나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