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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아버지, 전 양씨 하기 싫어요

  • “과장님, 여준이 아직도 내려오지 않았는데 혹시…?”
  • 이건과 한해가 프런트에서 이미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여준이 하건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자 한해는 순간 걱정되기 시작했다.
  • “겁먹긴. 그 녀석 분명 하 사장님 사무실 입구에서 사장님 나오시기를 기다릴 거야. 기다려. 내가 장담해. 그 녀석이 감히 하 사장님을 찾아가 따진다면 분명 사장님의 보디가드에 차여 나올 거라고.”
  • 이건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하 사장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여준은 그저 한낱 힘없는 경비였다.
  • 부문의 과장이라고 해도 하 사장을 찾아가 따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길이었다!
  • “그 멍청이가 내려오네요.”
  • 한해는 계단 입구를 바라보며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이건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여준이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 “어이쿠, 반나절이나 문전 박대를 당하더니 하 사장님께서는 네 요구를 들어줬나 보군.”
  • 이건은 비웃기 시작했다.
  • 한해도 깨고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하 사장이 여준 이 멍청이를 상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여준은 평온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연기를 이건의 얼굴에 내뿜었다.
  • “무릎을 꿇고 아버지라고 불러.”
  • 이건은 속으로 화를 냈다. 여준은 지금 그를 도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 그러나 그는 화를 내지 않고 비꼬았다.
  • “여준, 넌 양씨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야. 자기 마누라도 지키지 못하는 멍청이가 내 앞에서 잘난 척하기는?”
  • “내가 잘난 척한다고?”
  • 여준은 웃으며 물었다.
  • “이건, 내가 하 사장더러 내려오라고 할까? 네가 그한테 감히 내 월급을 깎을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래?”
  • 전에 이건이 무릎을 꿇고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겠다는 말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 “하 사장님더러 내려오라고 한다고?”
  • 이건은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마저 나올 정도로 크게 웃었다.
  • “여준, 넌 네가 머저리라고 다른 사람도 너처럼 머저리일 것이라고 생각해? 네까짓 게 다 뭐야? 네가 만약 하 사장님을 불러서 내려오게 한다면 난 널 할아버지라고 부를게!”
  • 이건이 비웃으며 말했다.
  • “과장님, 이 멍청이는 아내가 바람 나서 정신이 나갔어요. 말할 때, 머리도 거치지 않나 봐요.”
  • 한해도 비꼬며 말했다.
  • 여준의 시선에 한 줄기 가소로움이 드러났다. 그리고 전화를 들어 하건에게 걸었다.
  • “당장 내려와. 회사 홀이야.”
  • “시발, 허세는 누가 부릴 줄 몰라?”
  • 한해가 놀리듯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는 척했다.
  • “여보세요? 사장이지? 우리 회사 홀로 와. 당장.”
  •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고 비웃는 얼굴로 여생을 바라보았다.
  • “어때? 내 이 허세가 너보다 더 대단하지?”
  • 한해는 웃음을 터뜨렸다.
  • 그들에게는 방금 전, 여준이 건 전화가 바로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보였다.
  • 하 사장님더러 내려오게 한다고?
  • 그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로 아는 것인가?
  • 여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 이건 등 두 사람이 여준을 한바탕 더 비꼬려고 할 때, 하건이 부리나케 뛰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계단으로 달려왔다.
  • 이건과 한해는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여준을 바라보았다.
  • ‘설마 이 머저리가 방금 전, 정말로 하 사장님께 전화를 건 것이라는 말이야?
  • 그럴 리가 없어!
  • 절대 그럴 리가 없어!’
  • 두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믿지 않았다.
  • 이건은 바로 하건의 앞으로 걸어가 그를 맞이했다.
  • “하 사장님….”
  • 이건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지만 하건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가 길을 막았다며 밀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그의 옆을 지나 여준의 앞으로 걸어갔다.
  • “여 도련님!”
  • 하건은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올렸다. 그의 공손한 태도는 마치 할아버지를 대하는 손자 같았다.
  • 띠잉!
  • ‘이게 무슨 상황이지?
  • 하 사장님이 그를 여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 게다가 인사까지 올리다니?’
  • 이건과 한해는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었다. 그들은 머리가 멍해졌다!
  •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 방금 전, 하건의 사무실에서 여준의 메일 한 통이 하건을 반죽음이 될 정도로 놀라게 했다.
  • 하건은 한낱 경비의 뒤에 이토록 무서운 세력이 존재할 줄 미처 몰랐다.
  • 금성은 물론, 그의 경험으로 노스에서도 여준과 겨룰만한 사람이 몇 없을 것이다.
  • 결국 그는 살기 위해 여준의 요구대로 오십일 프로의 주식을 여준에게 헐값에 팔아넘길 수밖에 없었다.
  • 그는 회사 오너에서 순식간에 회사 지분의 이십 프로밖에 소유하지 못한 주주로 전락하고 말았다.
  • 이마저도 그가 무릎을 꿇고 여준더러 사정을 봐달라고 빈 결과였다.
  •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오늘 정말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 여준은 하건을 힐끗 보고 농담을 하듯 말했다.
  • “이건에게 알려 줘. 네가 내 월급을 깎을 수 있을지.”
  • “여 도련님, 제가 아무리 간덩이가 부어도 도련님의 월급을 깎지 못하죠!”
  • 하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여준은 또 이건을 바라보며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 “내가 직접 손을 써야만 꿇어앉아 아버지라고 부르겠어?”
  • 이건은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 그가 아무리 멍청해도 지금 여준의 무시무시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 다만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자기 마누라도 관리하지 못하는 멍청이가 어떻게 하 사장처럼 대단한 인물이 그의 앞에서 손자처럼 공손히 굴게 할 수 있는지!
  • “얼른 무릎을 꿇지 않고 뭐해!”
  • 하건은 돌아서서 이건을 노려보며 성난 목소리로 호통쳤다.
  • 이건은 그의 적계 부하였다. 이건이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보자 그는 속으로 이건이 걱정되었다.
  • 눈앞의 이 어르신을 화나게 한다면 한 트럭의 이건도 어르신의 화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 하건이 호통을 치자 이건은 정신이 아찔해지고 안색도 극도로 창백해졌다.
  • 그는 털썩하고 여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아버지, 아니,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찮은 저를 용서해 주세요!”
  • 이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 옆에 있던 한해는 두 다리가 나른해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여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 “저 인간의 과장 직위를 빼앗고 먼저 경비를 하게 해. 나중에 잘 하면 팀장으로 승진시키든가 하고. 과장의 자리는 다른 경비인 서경을 시키고.”
  • 여준은 비꼬듯 이건을 힐끗 보고 또 하건을 바라보고는 돌아서서 떠나갔다.
  • “네!”
  • 하건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여준이 홀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 오후에 여준은 학교를 마치는 아들을 데리러 가려다가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 “양소운의 아버지 되시죠?”
  • 전화에서 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네, 네, 오 선생님, 우리 소운이가 사고라도 쳤나요?”
  • 여준이 다급히 물었다.
  • “어서 학교로 오세요. 아드님이 다른 한 학생을 때려 입술이 까졌어요. 그 학생의 부모님이 전화에서 반드시 갚아 주겠다고 했어요. 오셔서 직접 해결하세요.”
  • 오 선생님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여준은 깜짝 놀라 핸드폰을 넣고 스쿠터의 속도를 올려 유치원으로 날 듯이 달려갔다.
  • 유치원에 도착하자 소운이 화난 얼굴로 오 선생님의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남자애가 있었다. 그 애의 입가에는 핏기가 약간 있었고 슬프게 울고 있었다.
  • “소운아, 왜 친구를 때렸어?”
  • 여준이 질책하는 말투로 물었다.
  • 소운은 화난 얼굴로 옆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남자애를 가리키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 “쟤가 아빠더러 데릴사위에 못난이라잖아요. 저더러 못난이의 아들이라서 꼬마 못난이래요. 양씨 가문의 잡종이라고! 아빠, 전 양씨 하지 않을래요. 전 아빠 성을 따를래요. 여씨로 할래요!”
  • 소운은 말하면서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
  • 여준은 마음이 찌르르 아팠다. 또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 소운의 말에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 그는 꿇어앉아 소운의 손을 잡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소운아, 아빠를 믿어. 아빠는 못난이가 아니야. 아빠가 반드시 널 아빠 성씨로 만들 거야. 앞으로 그 누구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 옆에 있던 오 선생님은 여준의 말을 듣고 푸흡 하고 비웃었다. 그녀의 눈에는 온통 비웃는 기색이었다.
  • 한낱 데릴사위가 자기 아내가 바람난 것까지 참으면서 아들의 성을 바꾸려고 하다니. 이게 백일몽이 아니고 무엇인가.
  • 물론, 선생님으로서 그녀는 아무리 여준을 무시해도 비꼬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 “아빠, 전 아빠를 믿어요!”
  • 소운이 꿋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여준은 소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돌아가서 양지혜에게 이 얘기를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 소운이 태어나기 전에 그는 소운의 성을 양씨로 하는 것을 힘껏 반대했었다. 다만 그때, 강려의 태도가 너무나 강경했다.
  • 그도 자기의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입장이라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나 그는 속으로 항상 아들은 자기의 성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 “어느 뒤질 녀석이 우리 아들을 때렸어? 당장 나와. 내가 교양이라고는 없는 개 같은 네놈을 때려죽이겠어!”
  • 바로 이때, 한 여인의 무지막지한 목소리가 여준의 뒤에서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