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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시간이 되다

  • ‘지혜야, 우리 오 년의 감정이, 내 오 년의 희생이 정말 육십억보다도 못한 거야?’
  • 여준은 처참한 얼굴을 했다.
  • 양지혜의 싸늘한 눈빛에서 그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본 것 같았다.
  • 바로 이때, 웨이터가 술 두 잔을 들고 왔다.
  • 왕문학은 술 한 잔을 들고 양지혜에게 건네주었다.
  • “지혜야, 러브샷 한잔하자. 지금부터 넌 내가 평생을 들여 지킬 사람이 되는 거야.”
  • 진지한 얼굴로 맹세를 하는 왕문학과 달리 양지혜는 무감각한 얼굴로 그와 합환주를 마셨다.
  • “풋!”
  • 여준의 목구멍이 뜨뜻해지더니 왈칵 피를 토했다.
  • 양지혜는 깜짝 놀라 합환주를 마시다 말고 여준에게 달려갔다.
  • “당신, 당신, 당신….”
  • 양지혜는 여준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여준이 화나서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동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더더욱 심하게 비꼬았다.
  • “저것 좀 봐. 이게 바로 데릴사위가 된 결과야. 자기의 여자가 남의 품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도 어찌할 수가 없으니 피나 토하지.”
  • “무능력한 멍청이 같으니라고. 정말 남자의 체면을 깎는다니까. 화가 나 피를 토해도 싸지.”
  • “이런 놈과 동기였다니. 너무 수치스러운걸.”
  • “만약 내 남자가 이토록 나약하고 무능하다면 난 진작에 그를 차버렸을 거야.”
  • 사람들이 하나같이 마음껏 비꼬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깨고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여준을 바라보는 양지혜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여 몹시 복잡했다.
  • “지혜야, 넌 항상 내가 무능력 하다고 미워하고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그럼 오늘 내가 너한테 보여 줄게. 나 여준이 어떤 사람인지!”
  • 여준은 사람들의 풍자 어린 시선을 무시하고 손을 들어 입가의 핏기를 닦았다. 그의 눈에서 매서운 기색이 느껴졌다.
  • 그는 마치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처럼 그의 주위에서 풍기는 기류마저도 달라졌다.
  • 식장의 온도가 갑자기 확 떨어진 것은 아닌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이상하게 한기를 느꼈다.
  • 양지혜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여준이 마치 그녀가 모르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 지금 여준의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보고 싶었던 남자다운 모습이었다!
  • 왕문학 등 사람들도 모두 여준의 기세에 눌려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 “멍청이는 어떻게 해도 멍청이지. 네가 오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지혜는 오늘 내 여자야.”
  • 왕문학은 비웃는 얼굴로 여준을 바라보았다.
  • “자기 여자가 눈 앞에서 다른 남자가 준 반지를 끼고 다른 남자와 러브샷 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분명 좋지 않을 거야.”
  • 그는 앞으로 두 걸음 다가와 여준의 옆에 섰다. 그의 눈에는 매서운 기색이 서렸다.
  • “난 네 여자가 나와 러브샷을 마시게 할 뿐만 아니라 그녀가 세상 사람들의 초점이 되게 할 거야. 넌 그저 무능하게 보고만 있고 화를 낼 수밖에 없겠지. 너 같은 멍청이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난뱅이일 뿐인데 무슨 수로 나한테서 여자를 빼앗겠어?”
  • 왕문학의 눈에는 불만과 가소로움이 가득했다. 그가 박수를 치자 갑자기 건장한 남자 다섯이 나타났다.
  • 이 다섯 남자가 양지혜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 몸집이 건장한 다섯 남자를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도 왕문학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알지 못했다.
  • “쟤네들 다섯 명이야말로 내가 널 위해 준비한 바람 상대 다섯 명이야. 좀 있다 넌 방으로 가서 생방송을 봐도 되고 여기서 녹화된 영상을 봐도 돼. 이 바람 상대 다섯 명은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 하하하.”
  • 왕문학이 방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는 복수를 마친 통쾌함만 남아 있었다.
  • “왕문학, 너 무슨 뜻이야?”
  • 양지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아무리 멍청해도 왕문학의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 “아주 막막하지? 괴롭지? 속상하지?”
  • 왕문학은 돌아서서 양지혜를 바라보며 악독한 눈빛으로 말했다.
  • “양지혜, 넌 너무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고 있어. 넌 이 왕문학이 여자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너랑 자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지고 남은 꽃 주제에 C발 난 너랑 자고 싶은 생각도 없어. 오늘 너랑 잘 사람은 저 다섯 명이야. 그뿐만이 아니지. 난 이 전체 과정을 녹화해서 인터넷에 뿌릴 거야. 세상 사람들이 예전의 학교 퀸카가 어떤 여자인지 보게 할 거야. 너는 마음껏 즐기라고. 하하하.”
  • 왕문학은 지금처럼 마음이 통쾌한 적이 없었다.
  • 양지혜가 예전에 그를 거절했으니 지금 그의 분노와 복수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 다른 동창들은 왕문학의 말을 듣고 비록 모두들 양지혜와 여준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 양지혜는 몸이 휘청거렸다. 그녀는 모든 기운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이 순간, 그녀는 속이 재처럼 탔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 그녀는 왕문학이 그녀에게 진심일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러나 왕문학이 이토록 악독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앞으로 그녀더러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라는 말인가!
  • 이 순간, 양지혜는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절망에 잠겼다!
  • 왕문학은 웨이터가 가져온 와인 한 잔을 들고서 기분 좋은 듯 한 모금 마셨다.
  • 그리고 또 웨이터의 손에서 시가를 받아 들었다. 웨이터가 불을 붙이자 그는 한 모금 빨고 나서 여준의 얼굴에 대고 연기를 내뿜었다.
  • “여준, 너 같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뱅이가 무엇으로 나와 싸우겠다는 거야? 하하하.”
  • 왕문학은 방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마치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 “3 분의 시간이 있으니 마음껏 허세를 부리라고.”
  • 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왕문학이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고서 문자를 보낸 뒤, 차갑게 웃었다.
  • “3 분 뒤에 죽기보다 못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 줄게. 이 3 분을 잘 아껴 둬.”
  • “날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겠다고?”
  • 왕문학은 멍해졌다가 바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여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귀를 후비는 행동을 하며 말했다.
  •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방금 전에 이해를 하지 못했어.”
  • “문학아, 쟤가 3 분 뒤에 널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잖아.”
  • 해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 왕문학은 또 시가를 한 모금 빨고 여준의 얼굴에 내뱉으며 경멸 조로 말했다.
  • “날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겠다고? 네 입으로?”
  • “하하하.”
  • “입만 살아서!”
  •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모두 바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여준을 바라보았다.
  • “자, 자, 너의 공연을 시작해 봐. 어디 좀 보자고. 어떻게 이 왕문학을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 것인지!”
  • 여준은 핸드폰을 힐끗 보았다.
  • “아직 이 분 남았어!”
  • “좋아, 기다려 줄게.”
  • 왕문학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여준과 잘 놀아 줄 생각이었다.
  • “일 분 남았어!”
  • 여준이 말했다.
  • “자자, 우리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해 주자고.”
  • 왕문학이 웃으면서 사람들을 동원했다.
  • “오십구 초.”
  • “오십팔 초.”
  • “오십칠 초.”
  • 사람들이 모두 급급히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모두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 여준이 허세를 부리겠다는데 그렇다면 그들 모두가 그에게 협조해 줄 생각이었다.
  • “십 초.”
  • “구 초.”
  • “이 초.”
  • “시간 땡.”
  • 왕문학 등 사람들이 비웃는 얼굴로 여준을 바라보았다.
  • 여준은 왕문학을 바라보며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 “네 말이 맞아. 시간이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