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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해고

  • 바로 이때, 택시 한 대가 다가왔다. 양지혜는 손을 뻗어 택시를 잡고 홀로 차를 탄 뒤 떠나갔다.
  • 그녀는 심지어 어머니와 남동생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서 지금 그녀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 “개자식, 너 딱 기다려. 감히 나한테 무섭게 굴다니. 내가 너한테 호된 맛을 보여 주겠어!”
  • 강려는 매섭게 여준을 노려보며 아들과 함께 택시를 잡고 떠나갔다.
  • 여준은 두 손으로 얼굴을 아래위로 훑었다. 얼굴에 드리운 상실감과 서글픈 표정은 사람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 그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그 순간, 그는 눈으로 모진 빛을 내뿜더니 돌아서서 스쿠터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 ……
  • 양지혜는 변호사를 찾아가 이혼 합의서를 작성했다. 저녁에 돌아온 뒤, 그녀는 속으로 계속해서 고민하다가 결국 서류를 꺼내지 못했다.
  • 그러나 낮의 일로 그녀는 밤에 여준과 각방을 쓰기로 했다.
  • 다음날, 여준은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뒤, 바로 출근했다.
  • 회사에 도착하고 차를 세운 여준은 동료들이 자기를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 “너희들 들었어? 저 사람의 마누라가 다른 사람의 첩이래.”
  • “그러게. 아마도 전 금성시의 사람들이 다 알걸. 그래서 데릴사위는 아무 인권도 없다니까. 마누라가 바람을 피워도 하는 수 없어.”
  • “왕씨 가문 큰 도련님인 왕문학의 첩이래.”
  • “그럼 정상이지. 왕 도련님은 잘생겼고 돈도 많은데 내연녀라고 해도 여자들이 잔뜩 가서 아부를 떨 거야.”
  • “당연하지. 저 사람의 후줄근한 모습 좀 봐. 양지혜가 바람을 피우지 않는 게 이상한 거야.”
  • “양지혜는 예전에 우리 금성 최고의 미인이었다잖아. 그래서 돈도 없고 능력도 없다면 예쁜 마누라를 찾지 말라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분명 여준처럼 아내가 바람 나도 참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척 출근하러 와야 한다니까.”
  • 사람들의 눈에 여준은 이미 오쟁이를 쓴 사람이 되고 말았다.
  • 그와 친한 사람들은 그를 동정하고 말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다.
  • 그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깨고소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더욱 심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여준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여준의 재수 없는 기운이 자기들에게 옮을까 걱정했다.
  • 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과한 분노로 인해 꽉 움켜쥔 그의 손등에는 실핏줄이 툭 불거졌다!
  • 여준의 터질 것 같은 눈빛을 보자 일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분분히 회사 건물로 출근하러 들어갔다.
  • 그러나 계속해서 삼삼오오 모여서 낮은 소리로 수군거렸다.
  • 여준은 육감이 뛰어나 사람들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도 여전히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 “왕문학, 내가 널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만들지 않으면 난 시발 남자도 아니야!”
  • 여준은 속으로 모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소문이 분명 왕문학이 일부러 그를 난감하게 만들려고 퍼뜨린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이 순간,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이토록 미워졌다!
  • 그 사람이 바로 왕문학이었다!
  • “여준 형, 저 인간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듣지 마. 분명 누군가 일부러 형을 엿 먹이려는 거야.”
  • 경비 서경이 걸어와서 위로했다.
  • “서경, 네가 뭘 알아. 이 소식은 전 금성시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어. 왕 도련님이 모레 양지혜를 위해 금성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리고 양지혜를 정식으로 맞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 경비 한해가 비웃으며 말했다.
  • “한해, 그만해. 우리 모두 동료인데다 심지어 같은 부문이기까지 하잖아. 위로를 못 해 줄망정 이렇게 고소해할 필요는 없잖아?”
  • 서경은 버럭 화를 내며 돌아서서 화난 얼굴로 한해를 노려보았다.
  • 그는 여준과 사이가 가장 좋았다. 그래서 당연히 같은 부문 동료들이 여준을 괴롭히는 것을 봐주지 못했다.
  • “내가 한 말이 사실이잖아. 쟤 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웠잖아. 자기 마누라도 지킬 수 없는데 말도 못 해?”
  • 한해가 비꼬며 말했다.
  • “그러게. 네가 왜 화를 내? 누가 쟤더러 남자가 무능력하게 데릴사위를 하라 했어?”
  • “무능력한 멍청이랑 같이 일을 하는데 넌 전혀 창피하지 않아?”
  • “서경 너도 설마 쟤한테서 배우고 싶은 거야? 멍청이처럼 여자 등이나 처먹고 싶어?”
  • 다른 몇몇 경비들은 몹시 불쾌해하며 서경을 면박했다.
  • 경비팀의 사람은 겨우 스무 명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래도 파벌이 나뉘었다.
  • 많은 사람들은 여준이 데릴사위라는 것을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평소에도 여준을 무시했다.
  • “너희들!”
  • 서경은 사람들을 손가락질했다. 그는 화가 나서 손가락을 파르르 떨었다.
  • “친구여, 그들과 다툴 필요가 없어. 두고 봐. 나중에 난 금성에서 왕씨 가문 전체를 제명할 것이니!”
  • 여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서경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더러 더 이상 그들과 다투지 말라고 눈치를 주었다.
  • “여준, 넌 날 웃겨 죽인 뒤, 내 카드 빚을 물려받겠다는 거야?”
  • “네까짓 일개 데릴사위 주제에 무슨 수로 왕씨 가문과 싸우겠다는 거야?”
  • “넌 왕 도련님한테 마누라가 빼앗겨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야? 한낱 데릴사위 주제에 어떻게 왕씨 가문을 제명시킬 건데?”
  • “입만 번지르르하다니까? 여준은 분명 입 하나로 왕씨 가문을 제명시킬 거야.”
  • 한해 등 경비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비꼬았다.
  • 여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한해 등 몇 명을 바라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
  • “여준 형, 난 형을 믿어. 형은 분명 왕씨 가문을 제명시킬 수 있을 거야.”
  • 서경은 여준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고 주먹을 움켜쥐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 여준은 감동스러웠다. 그는 몸을 흠칫 떨고는 성큼성큼,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 “여준, 왔구나. 마침 너한테 알릴 일이 있었는데.”
  • 경비실에 들어가자마자 여준은 과장인 이건이 의자에 기대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 여준은 멍해졌다가 멈춰 서서 이건을 바라보았다.
  • 이건이 말했다.
  • “너도 오늘 보았을 거야. 네 아내가 바람난 일을 회사 전체가 다 알았어. 우리 서해 그룹은 금성에서 가장 큰 그룹 회사야. 체면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 그런데 네 아내가 바람난 일은 이미 회사의 영예를 엄중하게 실추시켰어. 그래서….”
  • 그는 말을 멈추고 여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 “그래서 넌 회사에서 해고되었어.”
  • 여준을 바라보는 이건의 시선은 온통 하찮음뿐이었다.
  • ‘너 같은 데릴사위 나부랭이, 무능력한 쓰레기가 무슨 수로 나와 싸울래?
  • 내가 널 내쫓는 것은 식은 죽 먹기야.’
  • 여준은 죽일 듯이 이건을 노려보았다. 그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 그의 두 주먹이 무의식적으로 꽉 쥐어졌다. 힘을 과하게 쓴 탓에 두 손은 모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 정말 너무했다!
  • 서해 그룹은 정말 너무했다!
  • 그는 이건을 한참 노려보고 심호흡을 하면서 분노를 점차 가라앉혔다.
  • “월급을 계산해 주세요!”
  • 여준은 숨을 들이쉬며 평온하게 말했다.
  • “월급이라고?”
  • 이건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너 화가 나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야? 해고된 직원이 어떻게 월급이 있을 수 있겠어? 월급은커녕 보증금도 돌려줄 수 없어.”
  • “월급을 주지 않을 거라는 거죠?”
  • 여준의 눈이 휘어졌다.
  • 이건은 비웃으며 말했다.
  • “내가 너한테 안 주겠다는 게 아니라 회사의 규정이야. 나도 이렇게 할 권리는 없어.”
  • “좋아요. 회사 규정이라니 그럼 전 하 사장님을 찾아가서 따져 보죠.”
  • 여준은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한 그는 비록 이까짓 월급과 보증금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자기 것은 절대 내주지 않기로 했다!
  • “가. 지지할게. 하 사장님께서 만약 너한테 월급을 주신다면 오늘 내가 너한테 무릎 꿇고 아버지라고 부를게.”
  • 이건은 웃음을 터뜨리며 비꼬았다.
  • 여준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 “좋아요. 그럼 좀 있다 절 아버지라고 부르세요.”
  • 말을 마친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로 삼 층에 위치한 하 사장 사무실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