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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양지혜의 결정

  • “할머니, 저 왕문학한테 60억 빌리러 갈게요…”
  • 그랜드 레스토랑의 VIP 룸 안, 양지혜가 양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하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 양지혜가 왕 도련님을 성심성의껏 모신후 60억을 빌려와 가문의 급한 불을 끄게 하기 위하여 할머니는 양지혜의 동생 양림에게 10%의 주식을 주며, 양지혜의 아들 양소운에게 5%의 주식을 주겠다고 약조했다.
  • 어마어마한 유혹과 자신의 가문이 파산당하는 걸 그냥 두고 볼수 없었기에 그녀는 할머니의 조건에 동의하였다.
  • “그래, 그래, 좋아!”
  • 양지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지혜야, 대의를 알고 가문을 위해 희생을 할줄 아는 네가 이 할미는 자랑스럽구나!”
  • 다른 사람들도 너도나도 흥분하였지만 속으로는 양지혜를 비웃었다.
  • ‘금성 제일의 퀸카도 돈 앞에서는 정조를 지키지 않는구나.’
  • “할머니,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
  • 양지혜는 할머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왕문학과 3일 동안 함께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왕문학 만나러 가기전에 저한테 2억 먼저 주세요!”
  • 그녀의 말에 양씨 일가 사람들은 의아했고 어르신도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2억은 왜?”
  • “왕문학을 만나러 가는 건 여준에 대한 배신이에요. 제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거니 2억은 제가 그이한테 주는 위자료에요.”
  • 양지혜는 딱 잘라 말했다.
  • “지혜야, 여준은 무능한 데릴사위일 뿐인데 빨리 헤어질수록 너한테 좋은 거야, 뭐하러 그놈을 생각해?”
  • 어르신은 얼굴을 찡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 2억 정도는 충분히 내놓을 수 있었지만 병X 여준한테 주기는 아까웠다.
  • “그래, 지혜야, 뭔 생각을 하는 거야? 2억으로 네 동생의 빚을 갚아줄지언정 그 모자란 놈한테는 못 줘!”
  • 강려도 언짢은 듯 한마디 거들었다.
  • “누나, 미쳤어? 그 병X한테 또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돼?”
  • 양지혜는 강려와 양림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 “할머니, 제 마지막 요구에요. 허락하지 않으시면 다른 사람더러 왕문학과 만나라고 하세요. 아직 결혼 안한 자매들도 많잖아요.”
  • 양지혜의 말에 자리에 있던 아직 미혼인 자매들은 술렁거렸고 하나같이 도끼눈을 하고 그녀를 적대시했다.
  • “할머니, 왕 도련님께서 콕 집어 지혜 언니를 원하시는데, 저희가 가문을 위해 희생하려고 해도 왕 도련님 마음에 안 드실 거예요.”
  • “맞아요, 할머니. 그냥 지혜 언니 요구를 들어주세요. 여준 그 병X한테 2억을 기부한고 생각하고 줘버려요. 언니가 60억을 빌려온 후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면 2억쯤은 금방 벌어들일 수 있을 거에요.”
  • 양지혜의 사촌 자매들은 불똥이 자신한테 튈지라 급급히 어르신을 설득했다.
  • 왕문학이 자신을 아내로 맞이한다면 흔쾌히 허락할 테지만, 3일 밤만 함께 하는 건 누구나 꺼려 했다.
  • 어르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에는 생각을 바꾸었다.
  • “그래, 지금 바로 2억 원을 보내줄 테니 3일 후에 왕 도련님을 모시러 가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60억을 꼭 빌려와야 할 테야!”
  • 양씨 가문의 여자들은 모두 잇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바로 이때, 양지혜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 그녀가 스마트폰을 꺼내 보니 여준이 건 것이었다. 그녀는 2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결국 받았다.
  • “무슨 일이야?”
  • “너 지금 어디야?”
  • 핸드폰 저편에서 여준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 “나 지금 출근 중이지. 왜?”
  • 양지혜는 거짓말을 했다.
  • “나 지금 바로 회사에 있어. 너의 사무실에 있다고!”
  • 여준의 목소리는 어딘가 싸늘하게 느껴졌다.
  • 양지혜는 조금 당황스러워져 순간 뭐라고 대답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 “그놈한테 우리가 그랜드 레스토랑 354룸에 있다고 알려줘!”
  • 옆에 있던 강려가 핸드폰 안의 여준 목소리를 듣고 큰소리로 말했다.
  • 양지혜는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여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 “엄마, 그이더러 왜 오라고 하셨어요?”
  • 양지혜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려를 바라보았다.
  • 그녀는 속으로 당황스러웠다. 사실 그녀는 점점 여준이 싫어졌다. 그러나 여준도 그녀가 깊이 사랑했던 남자였다.
  • 그게 아니라면 그녀가 애초에 어찌 그와 결혼을 했겠는가?
  • 다만 이 몇 년 동안 여준은 점점 진취적이지 않아서 양지혜는 그가 점점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느껴졌다.
  • 그래서 그녀는 오늘 여준과 끝장을 보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 그러나 오늘 하루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준비를 하고 저녁에 돌아가서 천천히 여준에게 이혼 얘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 “걔가 오면 사람들 앞에서 끝장내고 좋잖아!”
  • 강려가 모질게 말했다.
  • 양지혜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복잡해졌다.
  • 그랜드 레스토랑은 양씨 가문 회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여준은 곧바로 도착했다.
  • 그는 문을 밀고 들어와 새빨간 두 눈으로 양지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양지혜는 시선을 피하며 여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아내가 대놓고 바람을 피웠으니 이 멍청이도 몹시 창피할 것이다.
  • “잘 왔어. 지금 바로 구청에 가서 이혼해.”
  • 강려가 바로 말했다.
  • 여준은 양지혜만 노려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는 것으로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 “지혜야, 60 억 때문에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하찮게 굴 필요가 있어?”
  • “멍청이, 우리 누나가 이러는 게 바로 현명한 선택인 거죠. 당신 같은 못난이랑 사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하찮게 구는 거라고요!”
  • 양림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그래, 내 딸이 너 같이 변변치 못한 놈이랑 사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하찮게 구는 것이지!”
  • 강려의 시선에는 온통 불만뿐이었다.
  • “여준, 지금 몹시 못난 것 같고 괴롭지? 누가 너더러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멍청이로 살래? 하하.”
  • “자기 마누라 하나 지키지 못하고 무슨 염치로 달려와 지껄여? 내가 너라면 진작에 한강에 뛰어들어 죽었을 거다!”
  • 양검 등 사람들은 마음껏 비꼬았다.
  • 양지혜는 이를 악물고 드디어 고개를 들어 여준을 바라보았다.
  • “여준,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떨구는 게 아니라 60억은 우리 집안에 너무 중요해.
  • 네가 조금만 더 진취적이었거나 능력이라도 있었더라면 다른 남자가 당신의 아내를 넘보았겠어?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것도 몇 년 동안 거듭된 너의 타락에서 비롯된 거야. 그러니 날 원망하지 마. 내가 이 길을 택한 건 모두 네가 그렇게 만든 것이니까!”
  • 양지혜의 말에 여준의 몸은 휘청거렸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평범하고 무능하게 지냈다.
  • 그녀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 “여준, 오늘 내로 변호사더러 이혼서류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할게. 하지만 걱정 마, 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으니 위자료로 2억 원을 줄 테니까. 됐어, 그만 돌아가.”
  • 양지혜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
  • “지혜야, 60억 필요해? 내가 줄게!”
  • 아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여준도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어댔다.
  • “하하하, 날 웃겨 죽일 셈이야?”
  • “60억이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 “무능한 놈인 줄로만 알았더니 바보 멍청이었네!”
  • “아내가 다른 남자랑 만난다니 화나 나서 머리도 잘못된 거 아니야?”
  • 모든 사람들은 대놓고 여준을 비웃어댔고 장모님 강려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여준더러 썩 꺼지라고 하였다.
  • “나 정말 당신한테 60억 줄 수 있어!”
  • 여준은 양지혜의 눈만 뚫어지게 바라볼 뿐 다른 사람들의 조롱은 철저히 외면했다.
  • “그만해!”
  • 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눈에는 실망감과 혐오감뿐이었다.
  • “여준, 당신한테 너무 실망이야! 당신은 지금까지 무능하고 찌질했어도 그나마 허세는 부리지 않았잖아! 오늘부로 당신한테 미련조차 남지 않게 되었어! 걱정하지 마, 이혼하기 전에는 왕문학 만나러 가지 않을 테니까! 당신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줄게! 그리고 그 2억 이혼하면 줄 테니까 괜찮은 여자 만나!”
  • 양지혜는 여준을 째려보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