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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당신이 여기 왜 왔어?

  •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예전에 자신을 선택하지 않고 찌질한 여준을 택한 것이 떠오르자 왕문학 마음속의 원망은 어느새 한층 더 강해졌다.
  • 그는 입가로 냉소를 흘렸다. 그러나 바로 그것을 감추었다.
  • 왕문학은 손을 뻗어 넥타이를 정리하고 또다시 자신만만한 미소를 장착하고는 양지혜를 맞이하러 올라갔다.
  • “지혜야, 너 정말 왔구나. 난 너무 기뻐.”
  • 양지혜 옆으로 다가간 왕문학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 양지혜는 대학 친구들을 보았지만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 “약속을 지키러 온것 뿐이야. 너도 네가 약속한 일을 지키길 바라.”
  • 양지혜는 평온하게 말했다.
  • “지혜야, 넌 왜 날 믿지 못하는 거야? 내가 전에 말한 그 요구는 네가 내 마음을 알아 주기 바랐던 것뿐이야. 네가 돈을 빌리려는데 내가 어떻게 널 난감하게 만들겠어?”
  • 왕문학은 말하면서 팔을 내밀었다.
  • 양지혜는 잠깐 머뭇거렸다가 결국 손을 들어 왕문학의 팔을 잡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왕문학과 함께 레드 카펫을 걸었다.
  • 사람들이 손뼉을 쳤지만 양지혜의 안색은 창백했다.
  • 그녀는 친구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녀는 왕문학이 일부러 이러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 이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수치스러울 뿐이었다.
  • “지혜야, 넌 참 행복 하겠어. 학교 다닐 때부터 너와 문학은 선남선녀였는데. 너희들은 진작에 함께했어야 해.”
  • 한 여 동창이 ‘부러워하며’ 말했다.
  • 왕문학은 짐짓 불만스러운 모습을 하고 말했다.
  • “해영,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혜가 지금 나한테 시집와도 늦지 않았어.”
  • “맞아, 맞아, 맞아, 지혜가 지금 문학이에게 시집가도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지.”
  • 한 동창이 갑자기 맞장구를 쳤다.
  • 바로 이때, 왕문학은 갑자기 정교한 함을 꺼내더니 그것을 열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냈다.
  • “지혜야, 오늘 결혼식이 그다지 성대하지는 않지만 너에 대한 내 마음은 진심이야. 나와 결혼해 줘. 내가 남은 인생, 최선을 다해서 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
  • 왕문학은 한쪽 무릎을 반쯤 꿇고 고개를 들어 기대에 찬 얼굴로 양지혜를 바라보았다.
  • 양지혜는 마음이 떨렸다. 그녀는 앞에 건네진 호화로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자 심장이 이상하게 몇 배나 빨리 뛰었다.
  • 그녀의 시선은 더더욱 망연했다. 그녀는 도무지 지금의 왕문학이 진심인지 아니면 자신을 놀리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 “지혜야, 내가 만약 진심이 아니라면 어젯밤에 네 동생을 구하러 갔겠어?”
  • 왕문학이 마침 일깨워 주자 양지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그래, 왕문학이 진짜로 날 놀리는 것이었다면 어젯밤에 양림을 구하러 가지 않았겠지.’
  • 양림이 밉보인 사람은 무려 하건의 처남이었다.
  • 이렇게 생각하자 양지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손가락을 내밀어 왕문학이 반지를 껴 주게 했다.
  • “퍽!”
  • 바로 이때, 식장의 문이 발에 차여 열렸다.
  •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여준이 성큼성큼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 “이 녀석은 누구야? 감히 문학의 술자리에 난동을 피우다니. 살기 싫은 거야?”
  • 누군가 여준을 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말을 했다.
  • “우리 반 반장 여준 아니야? 왜 이러지?”
  • 누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 “너희들 아직 모르는구나. 여준은 양지혜 집안의 데릴사위야.”
  • 여준의 사정을 아는 동창이 말했다.
  • “뭐? 우리 반 킹카 반장이 데릴사위가 되었다고?!”
  • 사정을 모르는 동창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 곧이어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 “반장, 학창 시절 때 잘나가더니 왜 지금 차림새는 그 모양이야?”
  • “무능력한 사람이 뭐 얼마나 잘 지내겠어?”
  • “그도 그럴 것이 소설에서야 데릴사위를 보았지, 현실에서는 처음 보는데.”
  • “너 그럼 오늘 시야가 좀 넓어졌겠네. 우리 킹카 반장이야말로 살아 있는 데릴사위잖아.”
  • “반장, 실례지만 한 마디 물어볼게. 데릴사위를 하면 아들은 네 성씨를 따르는 거야?”
  • 해영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 다른 사람도 비꼬는 얼굴로 놀렸다.
  • 그녀의 이 말은 여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여준은 해영을 바라보고 시선을 사람들의 얼굴에서 돌렸다. 그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 반면 양지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그녀는 여준이 오늘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 그 순간, 여준에 대한 그녀의 약간 남은 정마저도 동창들의 야유에 바람처럼 흩어져 연기처럼 사라졌다.
  • “너 왜 왔어?”
  • 양지혜는 몸을 살짝 떨었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여준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낼 정신조차 없었다.
  • 양지혜의 모습을 본 여준은 마음이 아팠다.
  • “지혜야, 너 어쩌면 이렇게 멍청해? 왕문학을 믿다니? 넌 쟤가 어떤 사람인지 잊었어? 쟤가 그 요구를 제기했을 때부터 너한테 복수하기로 마음먹은 게 뻔해. 오늘 모든 동창을 다 불러온 것을 보면 더 뻔하잖아?”
  • 여준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 “지혜야, 저 놈이 하는 말을 믿지 마. 내가 친구들을 부른 것은 우리 둘의 행복을 지켜보라는 의미에서 부른거야.”
  • 왕문학은 다급하게 해명했다.
  • 양지혜는 마음속으로 흠칫 놀라며 여준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 “꺼져, 당장 꺼지라고!”
  • 그 한마디에 그녀는 흡사 모든 정신을 쏟아낸 듯했다.
  •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 왕문학이 진심이든, 아니든, 그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 왕문학에게서 60억을 빌리려면 그녀는 오늘 이를 악물고 모든 것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 “지혜야, 저런 놈 때문에 우리 기분을 망치게 해서는 안 돼. 이리 와. 내가 너에게 반지를 끼워 줄게.”
  • 왕문학은 말하면서 양지혜의 손을 덥석 잡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 줬다.
  • 양지혜는 멍한 얼굴로 일관했고 여준은 마음이 칼로 베는 것처럼 아파와 피를 토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