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엄마, 말로 해, 칼부터 내밀지 말고
- 같은 시각, 천일 그룹에서 좌절당한 최천수는 부리나케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 거실에 들어서자 황매화가 소파에 앉아 한 중년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이 중년 남자는 바로 최천수의 아버지, 최해봉이었다.
- 태안 그룹의 사장, 허지윤이 몇 달간 노력해서 얻어낸 프로젝트를 빼앗은 사람이었다.
- 최해봉은 냉철한 얼굴이었고 눈에서는 가끔씩 음산한 한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 “오, 우리 꼬마 공신이 돌아왔네, 천수야, 이리 와, 할머니 곁에 앉아.”
- 최천수를 바라보는 황매화의 눈에는 자애로움과 따뜻함이 가득했다.
- “유 사장 만났어?”
- 최천수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 “만났어요.”
- “계약은?”
- 최천수는 잠시 뜸을 드리다가 급히 말했다.
- “제가 유 사장님 만났을 때 급한 일 있다고 나가더라고요,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미 유 사장님한테 말했어요, 내일 꼭 사인하겠다고 약속받았어요.”
- 황매화는 최천수를 보며 물었다.
- “이 할미 속이는 건 아니지?”
- 최천수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
- “제가 감히 어떻게 할머니를 속여요?”
- 황매화는 여자의 몸이긴 하지만 늙은 호랑이었다.
- 젊었을 때 남편 최안태와 함께 노점상을 하면서 사회에서 반평생을 헤매고 다니며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났었다.
- 최천수가 들어오자 그의 몸짓과 안색을 보며 황매화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 황매화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 그녀의 눈빛은 옆에 있는 최해봉의 눈빛과 꼭 닮았다.
- “할머니가 거짓말하는 사람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 네가 할머니 친손자라도 할머니 속이면…”
- 황매화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최천수는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었다.
- “할머니! 유덕화가 우리 그룹이랑 계약 안 하겠대요.”
- 황매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 “어떻게 된 거야? 네 애비랑 이미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 말을 마치고 황매화는 최해봉을 바라보았다.
- 최해봉은 차분한 말투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 최천수는 황급히 해명했다.
- “할머니, 아버지! 전에 허지윤의 미모가 화근이 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년은 진짜 여우에요! 유덕화랑 잔 게 틀림없어요!”
- 황매화는 미간을 한번 비틀었다.
- “얼른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 최천수는 황급히 천일 그룹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 알고 보니 최천수는 천일그 룹의 대문도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 박대를 당했었다.
- 그래서 최천수는 허지윤이 유덕화와 잤다고 의심을 했었다.
- 이 역시 태안 그룹에서 가장 많이 쓰는 꼼수이기 때문이다.
- 황매화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한 최천수는 급하게 눈알을 굴렸다.
- “할머니, 유 사장이 이번 프로젝트는 허지윤 회사에 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또…”
- 황매화의 미간은 점점 찡그려졌고 주름진 얼굴이 유달리 어둡게 보였다.
- “또 뭐라 했는데?”
- 황매화의 목소리는 마치 겨울의 찬바람처럼 살을 에이듯 추웠다.
- 최천수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 “우리 태안 그룹은 그냥 작은 공방이라고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어요!”
- “흥!”
- 최해봉은 이때 차갑게 콧방구를 뀌었다.
- “대단한 용기 군! 유덕화도 길거리 노점상 출신이면서, 요 몇 년 사이 좀 크더니 우리 최 씨 가문을 무시해! 영주에서 감히 우리 가문을 무시할 집안이 몇이나 되겠어!”
- 황매화는 차갑게 말했다.
- “천일 그룹이 어떻게 나오든 그들과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 부두 프로젝트 반드시 따내야 해!”
- 최해봉은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 “엄마, 이일은 저한테 맡기세요!”
- 말하면서 최해봉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걸었다.
- “홍 사장, 나야, 하하하, 오랜만이요. 내가 듣기론 홍 사장이 천일 그룹 유 사장이랑 사이가 좋다고 하던데.”
- 여기까지 이야기한 쵀해봉은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 그는 어머니와 아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
- “당연하지! 나랑 그 친구는 같은 골목 출신이야!”
- 최해봉은 하하 웃었다.
- “홍 사장, 내가, 유 사장님과 이미 이야기해놓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유 사장 쪽에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프로젝트를 다른 쪽에 돌렸어. 나 좀 도와줄래?”
- “그래! 우리 최 사장님께서 직접 부탁을 하시는데 내가 당연히 도와야지, 나한테 맡겨!”
- 전화를 끊은 최해봉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황매화도 매우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천수야, 넌 아직 어려, 네 아버지한테 많이 배워.”
- “네, 할머니, 꼭 아빠한테 많이 배울게요!”
- “아빠, 기회 되면 저도 데리고 홍 사장님 뵈러 가요.”
- 최해봉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홍 사장이 나서준다면 틀림없이 해결될 거야. 내일 골드 리조트에서 홍 사장과 만날 거야, 너도 옆에서 지켜봐.”
- “네!”
- 최천수는 매우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어서 그는 눈동자를 살짝 돌리더니 물었다.
- “아빠, 허지윤네 그 작은 회사는 어떻게 처리하죠?”
- “흥! 이번 프로젝트 따내면 내가 정 대사님 불러서 그 가족을 멸망시켜버릴 거야!”
- 허지윤은 드디어 퇴원을 했다. 입원할 때와 달리 옷과 물품 외에 또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
- 이도진은 데릴사위의 신분을 끝가지 지켰고 기어코 허지윤을 따라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 선샤인 아파트.
- 이미 몇 십 년 된 오래된 아파트였다. 허지윤의 집은 매우 간단했다.
- 방 세 칸과 거실 두 칸이었고 집안에 특별히 비싼 물건도 없었다.
- 저녁 식사 후, 그들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 이도진은 어디서 자지?
- 유옥분은 허지윤과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며 작은 소리로 딸에게 말했다.
- “윤아, 이서방 네 동생이랑 같이 재워.”
- 허지윤이 막 말을 하려는데 허준호가 갑자기 문 앞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 “엄마, 내 방 엉망인데 어떻게 매형을 재워? 매형 격 떨어지게!”
- 화난 유옥분은 바로 칼을 가지러 갔다.
- 유옥분의 팔은 밖으로 굽고 있었다!
- 허지윤은 황급히 제지했다.
- “엄마, 괜찮아, 좋은 사람이야.”
- 유옥분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 “그래도 너희 둘이 같은 방에 있으면, 네가 잠든 틈을 타서 짐승 같은 짓을 하면 어떡해?”
- 허준호는 옆에서 거들었다.
- “엄마, 매형 믿어! 매형은 상남자야, 절대 치졸한 짓 할 사람 아니야, 엄마 말로 해, 칼부터 내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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