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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내 몸에 손 대지 마요

  • 동생 준호를 생각하면 허지윤은 마음 한 구석이 너무도 아파왔다.
  • 1분 1초 시간이 지날 수록 준호의 목숨이 더더욱 위태해진다는 걸 지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결국 그녀는 단념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요, 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다만 저랑 약속해요, 제 동의가 없는 이상 절대 제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 이도진은 허지윤의 말에 승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제가 나가기 전에 약부터 드시지요.”
  • 이때 약을 들고 들어오는 간호사, 그녀는 부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허지윤을 바라보았다.
  • “허지윤 환자분, 약 드실 시간입니다.”
  • 허지윤이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을 1초의 차이도 없이 칼 같이 지켜주는 남자, 워낙에 일처리가 빈틈없는 성격이라 사람들은 이도진을 인간 알람이라고 불렀다.
  • 간호사가 들고 온 약봉지를 보던 허지윤은 괴로운 듯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렸을때부터 허지윤은 쓴 음식을 못 먹었으며 특히 쓴 약은 더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 이때, 이도진이 건네는 한 마디.
  • “안 먹으면 제가 먹여드리겠습니다.”
  • 허지윤은 그제서야 입을 비쭉거리더니 얌전히 약을 먹었다.
  • “많이 써요?”
  • 이도진이 옆에서 묻자 허지윤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자, 입 벌려요, 아.”
  • 바로 그때, 이도진은 마법사가 마법을 부리듯 빨간색 먹음직한 사탕 한 알을 꺼내보이며 허지윤에게 말했다.
  • “이 사탕은 허지윤 씨를 위해 특별 제작한 사탕이니 염려 마시고 드시면 됩니다.”
  • 이유가 어찌 됐건 필경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라 그런지 지윤은 이상하게도 도진한테 믿음이 갔다.
  • 그러나 도진이 특별 제작한 사탕을 직접 먹여준다는 건 너무도 이상한 그림 같아서 지윤은 웃으며 좋게 거절했다.
  • “그냥 제가 먹을게요.”
  • “안 됩니다, 이 사탕은 꼭 제가 직접 먹여드려야 효과가 있습니다.”
  • “자, 아 하세요.”
  • 솜사탕 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멘트지만 그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섞여있었고 지윤은 그저 도진의 그런 호의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 앵두같이 빨갛고 섹시한 지윤의 입이 열리자 하얗고 가쯘하게 자리잡은 치아가 매력적인 자태를 뽐냈다. 도진이 특별 제작한 사탕을 직접 먹여주는 모습을 보자 옆에 있던 간호사는 첫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부러움 반, 설렘반으로 자기도 모르게 심쿵했다.
  • 실시간 도진의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보듬어주는 듬직한 남자친구 같았다!
  • 지윤이 약을 먹고 잠이 들자 도진은 유옥분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 “장모님, 저 뭐 하나만 빌려도 되겠습니까?”
  • 장모님?
  • 예고없이 훅 들어온 이도진의 장모님 소리에 유옥분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잠시 주춤했다.
  • 데릴 사위로 들어오겠다는 요청을 정식으로 수락한 것도 아닌데 누구 맘대로 장모님?
  • 뻔뻔한 걸까? 그냥 염치가 없는 걸까?!
  • 그래도 유옥분은 굳이 토를 달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 “뭘 빌리려는 건가?”
  • 도진은 옆 테이블에 있는 과일 바구니를 가리켰고 유옥분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 “과일 바구니는 왜 필요한가?”
  • “독사한테 시비도리 따지러 가는데 빈 손으로 가기 그래서요.”
  • 이도진은 과일 바구니를 손에 들고 병실 밖으로 나갔고 유옥분과 허명섭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 점점 멀어져가는 이도진의 뒷 모습을 쳐다보는 부부의 눈빛에는 아직도 사태 파악이 덜 된 듯 당황한 기색이 여전했다.
  • 과일 바구니를 들고 대체 어디로 가려는 걸까?
  • 정말 독사한테 시비도리라도 따지러 가는 건 아니겠지?
  • 부부는 똑같은 의문점을 가지고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 “애가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
  • ...
  • 십 여분뒤, 스카이 라운지 나이트 클럽 정문.
  • 망을 보고 있던 깡패 똘마니들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이도진을 보자 큰 소리로 물었다.
  • “어이, 뭐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왔어?”
  • “당신들 우두머리가 누구죠? 나오시라고 해요, 과일 바구니 선물하러 왔습니다.”
  • 깡패들은 도진이 들고 있는 과일 바구니를 보더니 같잖은 표정과 함께 콧 방귀를 뀌었다.
  • “우리 보스를 만나러 온 사람이 꼴랑 사과 한 바구니를 들고 오셨다? 소꿉놀이 하자는 건가? 장난해?”
  • “어이, 그냥 좋게 얘기할때 꺼져!”
  • 덩치가 산 만한 깡패 한 명이 어느새 이도진 코앞까지 다가와 험상궂은 얼굴로 협박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 커다란 손으로 이도진의 어깨를 꽉 휘여잡은 깡패, 엄청난 손 힘에 이도진은 꼼짝 달싹 못하게 되었다!
  • 그러다 갑자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깡패는 이도진의 얼굴을 향해 돌덩이같은 주먹을 날렸고 일촉즉발의 순간에 이도진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덥썩 잡았다.
  • 이도진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너무도 차분했고 하지만 강력하게 깡패의 주먹을 잡은 손에 점점 힘을 가했다.
  • “아, 아아!”
  • “아파, 아파, 아프다고!”
  • 여리여리해 보이는 도진한테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괴력이 뿜어나오자 당황한 깡패는 이내 옆에 있던 동료들한테 눈을 부라리며 다그쳤다.
  • “너희들 뭐해? 구경났어? 당장 이 놈 죽여버려!”
  • 깡패의 불호령에 그의 똘마니들이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
  • “퍽! 퍽! 퍽!”
  • 눈 깜짝할 사이에 땅바닥에 쓰러져 얼굴을 부여잡고 아픔을 호소하는 똘마니들, 도진의 주먹이 어찌나 빨랐는지 무협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 심지어 그들 중엔 얼굴에 선명한 손 자국이 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 이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15,16세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황급히 나이트 클럽 안으로 달려 들어갔고 얼마 안 지나 신장이 2미터는 훨씬 넘는 덩치가 야생곰 만한 괴한같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 보기만 해도 두 다리에 힘이 싹 풀리면서 기에 눌릴것 같은 엄청난 포스의 남자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 “어떤 새끼야?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려?!”
  • 엄청난 포스와 아라에도 이도진은 전혀 꿀리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 “당신이 여기 우두머리야?”
  • “내가 바로 그리즐리다, 이 바닥은 내 관리 구역이야!”
  • 남자는 턱을 잔뜩 쳐들고 소눈알 같은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악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반면 이도진은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과일 바구니를 올리들며 말했다.
  • “난 당신한테 과일을 주러 온 사람이야.”
  • “이 새끼가 돌았나? 누가 그딴 과일을 받아준대? 당장 꺼져! 카악~ 퉤!”
  • 당장이라도 이도진을 갈아마실 것처럼 무섭게 나오는 그를 보더니 이도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 “당신 여기 우두머리 아니지? 그냥 대가리 나오라고 해.”
  • “이런 미친! 네 주제에 감히 우리 보스를 입에 올려? 우리 보스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 사장인줄 아나보지? 네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야?!”
  • 그리즐리는 버럭 화를 내며 도진을 향해 주먹을 날리려 했고 방금 전 똘마니들에 비하면 그의 파워는 몇 십배는 더 강한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 바람을 가로 지르는 무협 소설의 협객마냥 거친 주먹을 마구 날리는 그리즐리.
  •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도진의 얼굴을 공격하는 그리즐리의 강 펀치,
  •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도진은 그의 날아오는 주먹을 맨 손으로 막아냈다.
  • 살짝 당황한 그리즐리가 화를 내려고 하자 옆에 있던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 “형님, 형님께서 금방 여기로 오셨을 때 호진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 있잖습니까, 혹시라도 나중에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어르신한테 전화하시라고...”
  • “이런 젠장, 내가 왜 그걸 까먹고 있었지?!”
  • 그리즐리는 그제서야 호진 어르신의 당부가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탁 치며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 “호진 어르신, 여기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사람이 있는데요...”
  • 그리즐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을 받은 상대방은 펄쩍 뛰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 스피커를 켠 것도 아니지만 옆 사람 귀에 선명하게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말하는 호진 어르신.
  •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
  • “지금 바로 제 앞에 있습니다만, 지금 바로 어르신 앞에 데려가겠습니다.”
  • 당황한 채 어쩔줄 몰라하는 그리즐리, 그에 비해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호진 어르신.
  • “그 분한테 전해드려, 내가 지금 당장 그리로 간다고!”
  • 전화를 끊기 바쁘게 1초만에 또 다시 호진 어르신한테서 전화가 왔고 그는 그리즐리에게 포효하듯 큰 괴성으로 무섭게 명령을 내렸다.
  • “귀빈 대하듯이 깍듯이 모셔, 그 분 심기를 건드리는 날엔 네 놈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을테니까!”
  • 마치 불가마에 든 개미처럼 바들바들 떨며 어쩔줄 몰라하는 그리즐리, 떨리는 손으로 겨우 전화를 끊고는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이도진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 “대체 누구십니까?!”
  • 그러거나 말거나 이도진은 여전히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 “과일 배달하러 온 사람이요.”
  • 몇 분 뒤, 옷매무새도 정리할 틈없이 구겨진 옷 그대로 입고 급히 달려온 티가 나는 호진 어르신이 등장했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이도진에게 굉장히 깍듯이 굴었다.
  • 그러고는 이도진과 함께 그리즐리가 관할중인 창고로 갔는데 그 곳엔 지윤의 동생 준호가 묶여있었다.
  • 여전히 과일 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는 이도진, 자신들에게 “배달”을 온 과일 바구니임을 너무도 잘 알지만 호진 어르신은 감히 그걸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차에서 내리자 도진은 호진 어르신을 향해 손짓을 하며 말했다.
  • “이제 가셔도 됩니다.”
  • “예, 예.”
  • 호진 어르신은 몸을 새우처럼 움츠리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영주 바닥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높은 명망을 가진 빅 보스,
  • 나타났다하면 어른 아이 모두 벌벌 떨게하는 어마무시한 괴물급 아우라를 가진 천하의 호진 어르신이 도진 앞에서는 이런 모습이라고?
  • 이 바닥을 쥐락펴락하는 깡패 두목이 호진 앞에만 서면 깨갱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 호진 어르신은 옆에서 입을 떡 벌리고 벙 쪄있는 그리즐리를 발로 퍽 차고는 급히 차에 탔다.
  • 그들이 찬 고급 외제차는 빠르게 자리를 떴고 그제서야 호진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리고 방금 전 도진 앞에서 공손하고 깍듯하던 모습 대신 엄청난 카리스마와 깡패 포스를 되찾은 호진 어르신!
  • 아직도 상황 파악이 채 안 된 그리즐리는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호진 어르신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 “어르신, 방금 전 그 자식 누굽니까?”
  • “이 놈아, 감히 누구더러 그 자식이래?!”
  • 호진 어르신이 버럭 화를 내자 그리즐리는 놀란 토끼새끼마냥 주춤하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 “그 분께서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해주었기 망정이지, 안 그럼 너희들 오늘이 제삿날이야!”
  • 말을 하면서도 호진 어르신은 여전히 묵은 체증이 덜 내려간듯 마음 속 한 구석이 찜찜함을 느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영주 바닥에 곧 대란이 크게 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