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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 보여주다

  • 최천수는 제자리에서 두 바퀴 구르더니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 그는 완전히 부어오른 자신의 반쪽 얼굴을 가린 채 멍하니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 그를 때린 사람은 바로 이도진이었다.
  • “너, 감히 나를 때려?”
  •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 감히 나를 때려!”
  • 허지윤 등 일행은 물끄러미 이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최천수는 갑자기 펄쩍 뛰며 이도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바로 이때 이도진의 눈이 번쩍였고 고함을 지르던 최천수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 등골이 오싹해나는 순간이었다, 마치 사나운 짐승 한 마리에게 쫓기는 기분이었다. 그 무서운 눈빛에 최천수는 놀라 연신 뒷걸음질 쳤다.
  • 그는 문 앞에 서서 자신의 부어오른 얼굴을 움켜쥐고 허지윤 일행을 보고서는 분노가 차올랐다.
  • ‘이런!’
  • “너희들 딱 기다려! 다 죽었어!”
  • 큰일이었다. 영주에서 최 씨 가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지금 이도진이 최 씨 집안의 직계 손자를 때렸으니 가문에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 허지윤은 이도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도진이 최천수를 때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 허지윤의 길쭉한 속눈썹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빛에서는 의아함과 감격이 섞여있었다.
  • “왜, 왜 때렸어?”
  • “넌 내 마누라니까.”
  • 이도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 “난…”
  • 허지윤은 섹시한 입술을 오므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 그녀는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최천수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가 가서 대신 사과할게.”
  • 이런 착하고 얼빠진 여자를 보았나! 방금 분명 불이익을 당하고도 이도진을 대신해서 최천수에게 사과를 하겠다니. 이도진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며 새하얗고 정갈한 이를 보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 “괜찮아, 다음에 또 찾아오면 또 때릴 거야.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너 괴롭히지 못해”
  • 말하는 사이에 문밖에는 두 명의 간호사가 서있었고 환자복을 입은 중년 남자를 부축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 이 중년 남자는 간간이 시름 소리를 냈고 그 남자의 소리는 허지윤의 주의를 끌었다.
  • 허지윤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소리를 질렀다.
  • “유 사장님, 어쩌다 입원하셨어요?”
  • 문밖의 남자는 계속 미간을 찌푸리고 허지윤을 힐끗 쳐다보고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 그의 눈에 허지윤은 그저 상대하기 귀찮은 하찮은 사람일 뿐이었다.
  • 남자가 옆 병실로 들어가는 것을 본 허준호는 옆에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
  • “누나, 저 남자 어디서 본거 같은데, 그날 봤던 천일 그룹 사장, 유덕화 아니야?”
  • 허지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
  • 허준호는 얼른 허지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누나, 그럼 우리 빨리 가보자. 유 사장님한테 잘 보이면 이 프로젝트 다시 우리 손에 넘어올지도 몰라, 그럼 회사도 파산당하지 않을 거야.”
  • 허명섭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 “내가 벌써 찾아갔지. 소용없어, 휴!”
  • 허명섭이 한숨을 내쉬는 사이 이도진은 이미 나와 옆 VIP 병실로 들어갔다.
  • 이때 병상에 누워 있는 유덕화는 계속 자신의 왼쪽 복부를 움켜쥐고 있었다.
  •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얼굴은 점점 누렇게 변하고 있었다.
  • 유덕화는 이미 아파서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옆에 있던 여자 간호사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고 있었지만 상대방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급해난 간호사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 “어떡하죠? 양 과장님께서 계속 전화를 안 받으세요.”
  • 이때 이도진이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들어왔다.
  • 이도진은 복부를 가리고 있는 유덕화의 손을 들고 이미 수술한 위치를 확인했다.
  • 그의 다섯 손가락은 마치 피아노를 치듯 유덕화의 복부를 천천히 누르고 있었다.
  • 이내 잔뜩 찌푸려져있던 유덕화의 미간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 그는 다시 살아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옆에 있던 간호사는 이도진을 알 리가 없었다. 바로 놀라며 물었다.
  • “어떻게 하신 거예요?”
  • 이도진은 이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 “왼쪽 복부 망막에 2~3cm 되는 이물질이 남아있어요. 지금 당장 외과의사 불러서 빼내세요.”
  • “무슨 일이야?”
  • 이때 양 과장이 젊고 예쁜 여자 간호사를 데리고 들어왔다.
  • 이도진은 두 사람을 한번 스캔해보고는 이 두 사람이 방금 어느 모퉁이에서 어떤 추잡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다.
  • 간호사의 얼굴에는 아직도 비정상적인 불그스름한 빛이 남아 있었고 의사의 심장도 현저히 빨리 뛰고 있었다. 방금 너무 흥분한 탓이었다.
  • 간호사는 이도진의 말을 양 과장에게 한번 되풀이했지만 양 과장은 전혀 이도진을 상대하지 않았다.
  • 그저 고개만 살짝 돌리고 차갑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도진을 바라보았다.
  • “이 환자 종양 제거 수술은 제가 했습니다.”
  • “수술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실수한 적 없어요. 그쪽이 있다고 하면 있는 건가요, 만약 환자 배를 열었는데 안에 아무런 이물질도 없으면 어떡할 거예요?”
  • 이도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창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 “이런 물건들은 솜뭉치와 같아서 빨리 빼내지 않으면 앞으로 감염된 후에 처리하기 더 번거로울 거예요.”
  • 양 과장은 냉소를 짓고 유덕화가 더 아프다고 하지 않 는걸 보고 그저 간단한 검사를 진행하고 바로 병실을 나갔다.
  • 양 과장의 옆에 있던 예쁜 간호사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그렇게 대단하면 직접 수술실 들어가서 집도하시던가요?”
  • 이도진은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아 몸을 돌려 문 앞에 서있는 허지윤과 허준호를 향해 걸어갔다.
  • 이때 유덕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저기, 내 뱃속에 진짜 뭐가 있는 건가요?”
  • 이도진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수술해 주세요, 방금 진짜 죽을 맛이었거든요, 다시 그런 통증이 온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 이도진은 바로 고개를 돌리고 간호사를 향해 전문 도구의 명칭들을 읊었다.
  • “메스, 플렉서블, 핀셋, 스티치, 지혈면…”
  • 이도진의 말은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말투였다.
  • 그런 이도진의 위엄에 간호사는 생가지도 않고 돌아서서 바로 이도진이 말한 물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유옥분은 작은 소리로 허명섭에게 물었다.
  • “이 서방 의사 자격증 가짜 아니에요? 일 터지는 거 아닌가?”
  • 긴장해하고 있는 허지윤에 비해 허준호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 “엄마, 걱정하지 마! 매형 꼭 해낼 거야!”
  • 준비가 다 된 후 이도진은 유덕화를 기대어 누우라고 했다.
  • 이도진이 메스를 들려고 할 때 문밖에서 양 과장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 “멈춰!”
  • 양 과장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이도진을 가리키며 분노했다.
  •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감히 내환자를 건드려? 너 뭐야?”
  • 이도진은 양 과장의 고함을 무시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메스를 들고 눈앞에 있는 유덕화에게 물었다.
  • “어떡할까요?”
  • “계속하세요, 쓰… 그 부위가 또 아파와요, 안되겠어요, 으악!”
  • 이도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미 꿰맨 상처에 칼을 대려고 할 때 양 과장이 또 소리를 질렀다.
  • “마취도 없이 칼을 대? 아파 죽일 작정이야?”
  • 양 과장은 급히 손을 뻗어 이도진의 손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이도진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고는 사납게 노려보았다.
  • 등골이 오싹해난 양 과장은 갑자기 멍해졌다. 마치 사나운 맹수 한 마리에게 쫓기는 느낌이었다. 등골이 시리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 “이런 작은 수술은 1분이면 충분해, 당신이 이미 진통 주사 놓았으니 당연히 마취는 따로 필요 없지.”
  • “1분?”
  • 양 과장은 갑자기 소리 내어 웃었다.
  • “네가 1분 안에 끝내면 내가 무릎 꿇고 절을 한다!”
  • 이도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가볍게 움직였더니 순간 빛이 지나간 것처럼 양 과장이 봉합해놓은 상처가 완전히 갈라졌다.
  • 번개처럼 빠른 이도진의 동작에 모두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확대기로 상처 부위를 벌려놓았다.
  • 유덕화는 생전 처음 자신의 뱃속을 들여다보았다. 선혈들로 희미한 상태였다.
  • “악!”
  • 입구에 서 있던 허준호는 이미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지만 허지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그녀의 심장수술은 이도진이 집도했었다. 이도진이 메스를 들고 자신의 가슴 부위를 절개했었다, 그럼, 수술하기 전에,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