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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누가 감히 내 손자를 건드려?

  • “꾸드득!”
  •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건장한 남자의 목이 비뚤어지더니 그대로 입에 거품을 물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 허준호는 허둥지둥 일어나 문을 열었다.
  • 문을 여는 순간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불어 들어왔다. 허준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하나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고 이어서 방안에는 최천수의 경황실색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 “너 뭐야? 뭐 하려는 거야?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 이도진은 최천수의 목을 졸라 공중에 둥둥 떠올렸고 점점 더 힘을 주어 조르기 시작했다.
  • 최천수는 처음엔 외마디 말이라도 외칠 수 있었지만 이내 얼굴이 점점 붉어지더니 목에서는 꾸드득 소리가 났다.
  • 허지윤은 조금 당황했다.
  • 최 씨 집안은 그래도 영주에서 영향력이 큰 가문이었고 만약 진짜로 최천수를 다치게 한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 수 없었다.
  • 허지윤은 급히 말렸다.
  • “그만해! 그만해!”
  • 이도진은 허지윤에게 의문의 눈빛을 보냈다.
  • 지금 이도진은 마치 손안에 개미 한 마리를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개미의 생사는 완전히 허지윤의 손에 달렸고 허지윤의 말 한마디에 가볍게 개미를 목 졸라 죽일 수도 있었다.
  • “내보내, 꼴도 보기 싫어.”
  • 이도진은 바로 최천수를 복도로 내던졌다.
  • 최천수는 완전히 빨갛게 달아오른 목을 만지며 일어서서 몇 마디 외치려는데 이도진과 맞서는 순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났다.
  • 얼음장같이 차가운 매서운 눈빛이었다.
  • 이도진의 눈에 찍히는 순간 최천수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진짜 죽을 것 같았다.
  • 최천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갔다. 뛰어가는 최천수의 눈빛에는 지독한 증오와 원망이 담겨있었다.
  • 복도 끝까지 달려가서야 비로소 소리 내어 외쳤다.
  • “허지윤! 너희들! 너희들 기다려! 너희가 영주에 있는 이상 다 죽여버릴 거야, 너희 집안 다 죽여버릴 거야!”
  • 병실 안에서 조용히 있던 허지윤과 유옥분은 화들짝 놀랐다.
  • “엄마, 누나, 겁먹지 마, 매형이 있잖아!”
  •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허지윤과 유옥분에 비해 허준호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허준호는 이미 이도진에게 매료되었고 하늘 아래 이도진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 바로 이때 이도진을 아는 수간호사가 의료진들과 함께 급히 달려들어왔다.
  • 이도진은 덤덤하게 말했다.
  • “병실 바꾸죠.”
  • 같은 시각 최 씨 가문의 별장 로비.
  • “할머니! 나 맞았어!”
  • 최천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최 씨 가문의 주인 황매화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 황매화는 손자의 반쯤 부은 얼굴과 목의 상처를 보고 바로 발끈했다.
  • “누구야! 누가 감히 내 손자를 때려?”
  • 로비 전체에 그녀의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최천수는 막 입을 열려 했지만 자신을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는 눈알을 굴리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 “허 씨 가문의 허지윤, 그년이 밖에서 사귄 남자야!”
  • 허지윤의 이름을 듣자마자 황매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허 씨 가문은 최근 몇 년간 최 씨 가문의 연이은 압력으로 이미 완전히 무너져 일어설 수 없는 상태였고 유일하게 허명섭 일가만 남아 있었다.
  • 허 씨 가문은 기사회생할 수 없다고 생각한 황매화는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가문이 스스로 멸망하기 만을 기다렸다.
  • 하지만 허지윤이 경성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돌아온 후 우연히 허지윤을 만났을 때 황매화는 강력한 위기감을 느꼈다.
  • 허지윤은 너무 똑똑하고 너무 아름다웠다.
  • 예쁜 여자일수록 화근이 되는 법이었다.
  • 황매화가 걱정하던 일이 드디어 터져버렸다.
  • “그 남자는 누구야?”
  • 최천수는 고개를 저었다.
  • “그 남자 이름이 뭐냐고!”
  • 최천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 “할머니, 몰라요, 아무튼 그 남자가 날 때렸어요, 보세요, 반쪽 얼굴이 다 퉁퉁 부었잖아.”
  • “착하지, 할머니가 바로 얼음으로 찜질해 줄게.”
  • 황매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최천수는 그런 황매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 “할머니, 설마 이렇게 그냥 넘어갈 건 아니지.”
  • 이때 황매화의 눈에서는 갑자기 한줄기의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 흉악하고 차갑기 그지없었다.
  • “정 대사님 곧 돌아오시니까 직접 손보라고 해! 그 집안 내키는 대로 괴롭혀도 좋아!”
  • 정 대사라는 말에 최천수는 두 눈이 반짝였다.
  • 이 정 대사라는 사람은 최 씨 가문이 거금을 들여 모셔온 고수였다.
  • 평소에는 집안에서 지휘하지만 번거로운 일이 생기면 직접 나서서 한방에 해결하곤 했다.
  • 황매화는 애틋한 눈으로 최천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일단, 천일 그룹의 부두 프로젝트부터 따내고 말해, 그 프로젝트는 우리 태안 그룹에도 아주 중요한 건이야. 부두가 건설되면 영주 해운의 절반이 우리 손에 넘어오게 된다고! 그럼 우리 가문은 영주 제1세력 가문이 될 거야!”
  • 최천수의 눈이 또다시 반짝였다.
  • “영주 제1 세력 가문이요?”
  • 최 씨 가문이 제1세력이 된다면 최천수는 영주의 제1귀공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많은 미녀들을 마음대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 최천수는 황급히 말했다.
  • “할머니, 걱정하지 마요, 이 손자가 내일 아침 바로 계약 따내고 올게요!”
  • 병원, VIP 병실.
  • “누나, 대박, 대박 뉴스!”
  • 허준호는 호들갑을 떨며 병실로 들어왔다.
  • “아빠가 방금 전화 왔는데, 천일 그룹이랑 우리 회사 계약건 이미 정식으로 협상 끝났대. 그리고 그 천일 그룹 사장이 우리 아빠 다리 불편하다고 내일 직접 우리 회사 와서 계약 체결하겠대!”
  • 이 소식을 들은 허지윤은 그제야 한숨이 놓였다.
  • “누나, 매형이 오늘 퇴원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매형은?”
  • 이도진의 말이 나오자 허지윤은 갑자기 부끄러워서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 이때, 허준호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도진이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 “매형, 뜨거운 물은 왜? 지금 아침도 아닌데, 누나 세수할 필요 없잖아?”
  • “위 말고 아래 씻어야지.”
  • 이도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허준호는 잠시 멍해졌다.
  • 허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먼저 허지윤을 바라보고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걸 확인하고 시선을 점점 아래로 향했다.
  • “짝!”
  • “아, 누나, 왜 때려?”
  • “이상한 생각하지 마, 나 발 씻기러 온 거야.”
  • 허지윤은 수줍게 말했다.
  • 그 예쁜 눈망울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 “내가 뭐래?”
  • 말하는 사이에 이도진은 뜨거운 물을 허지윤의 앞에 놓고 말했다.
  • “발 넣어.”
  • “매형, 진짜 우리 누나 발 씻겨 주려고?”
  • “응.”
  • 이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 “몸은 거의 회복됐는데, 퇴원 전에 발 마사지하면서 퇴원해도 되는지 확인하려고.”
  • 이도진은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 하지만 그의 입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긴장하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 오는 길에 초콜릿을 몇 조각이나 먹었는지 모른다.
  • 파란 플라스틱 세숫대야에는 투명하고 맑은 수면 위에 옅은 수증기가 감돌았다.
  • 허지윤은 양말을 벗고 한쪽 발을 드러냈다.
  • 하얗고 여리여리한 발은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 허지윤의 이도진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발을 물속으로 넣었다.
  • 온도는 딱 맞았다.
  • 따뜻한 물의 온도에 허지윤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 바로 이때 이도진이 허지윤의 발목을 덥석 잡았고 무방비 상태에 있던 허지윤은 잠시 몸을 떨었다.
  • 순간 이도진은 자기 손에 두 마리의 물고기가 쥐어진 것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 “움직이지 마.”
  • 이도진의 손은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 그의 손은 마치 마력이라도 지닌 듯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감싸줄 것 같았다.
  • “음… 아…”
  • 허지윤은 계속 참고 있었지만 참다 못해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 옆에서 듣고 있던 허준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누나, 매형, 계속해, 나 밖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올게.”
  • 허준호는 병실을 도망가듯 떠나갔다.
  • 도저히 들을 수 없었다. 더 듣다 가는 귀가 임신할 것만 같았다.
  • 그러면서도 허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매형의 손에 어루만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그렇게 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