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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능소그룹

  • 황매화가 격노했다!
  • “감히 내 손자를 때리다니 여기가 자네가 사는 그 싸구려 집이라도 되는 줄 아는 게야?”
  • 황매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자 이도진을 쳐다보는 눈빛에서도 그녀의 악독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 옆에서 최천수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듯 더더욱 그녀의 화를 부추겼다.
  • “할머니, 저 X 새끼가 처음으로 절 때린 게 아니에요. 지난번에는 더 세게 때렸었어요!”
  • “제가 할머니 손자잖아요. 그럼 저 X 새끼가 할머니를 때린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 황매화는 손을 크게 들어 올리더니 노발대발하며 말했다.
  • “얼른 저 잡놈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휴지통에 갖다 버려!”
  • “잠깐만요!”
  • 그 순간 유옥분과 허명섭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 유옥분은 허명섭을 앞으로 떠밀어서 황매화 앞에 서게 했다.
  • “어르신, 오늘 저녁 연회는 어르신 집안에서 저희를 초대한 겁니다.”
  • “우리는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어르신의 손자가 처음부터 우리를 겨냥하고 있었어요.”
  • “없는 말을 지어내서 제 여식을 모욕했습니다.”
  • 허명섭이 그렇게 말하자 최천수는 대뜸 소리를 질렀다.
  • “눈이 제대로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 집안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걸 척 보면 안다고요.”
  • “이 프로젝트는 틀림없이 당신 딸이……”
  • 최천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도진이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 그는 흠칫 놀라며 곧바로 황매화 뒤로 숨었다.
  • “할머니, 저 자식이 또 날 때리려고 했어요.”
  • 황매화의 섬뜩한 눈동자에 날카로운 섬광이 번뜩였다!
  • 그녀는 이도진을 빤히 쏘아보며 말했다.
  • “배짱 있으면 자네 어디 내 손주 다시 한번 때려봐!!”
  • 이도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곧이어 그의 몸이 한번 흔들거리는 모습만이 보였다.
  • 불현듯!
  • 이도진이 황매화 뒤에서 나타났다.
  • “퍽!”
  • 최천수의 얼굴에 손자국이 깊게 새겨졌고 얼굴 반쪽이 완전히 부풀어 올랐다.
  • 이도진은 곧이어 듣기에는 무미건조한 말투였지만 모든 사람의 귀에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이 한방은 어르신께서 때리라고 하신 겁니다.”
  • “너! 너 이 X자식!”
  • “여봐라! 여봐라!!”
  • 순식간에 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무서운 기세로 뛰어 들어왔고 황매화는 이도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경호원들에게 고함쳤다.
  • “저놈의 손발을 부러뜨려라!”
  •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갑자기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 “퍽!”
  • “퍽!”
  • “퍽!”
  • 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바닥으로 어지럽게 쓰러져 버렸고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연신 들려왔다!
  • 황매화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최천수를 붙잡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 “자네, 자네 뭐 하려는 거야?”
  • 바로 그 순간 최해봉이 회사 사장들 십여 명을 대동하고 서둘러 다가왔다.
  •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난 눈으로 허명섭을 노려봤고 최해봉은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 “허명섭, 오늘 저녁 연회에는 영주에 있는 사장님들 중 절반이나 참석했어.”
  • “설마 당신의 그 조그만 회사로 감히 영주의 절반과 맞서겠다는 건 아니겠지?”
  •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허명섭은 반드시 자중해야 한다고 속으로 내내 다짐했었다.
  • 하지만 이도진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바로 지금 허명섭은 왠지 모르게 불현듯 호기가 하늘을 찔렀다!
  • 그는 고개를 아주 높이 한껏 들어 올렸다.
  • “최해봉, 당신 집안은 우리 아버지 대부터 여태껏 끊임없이 우리를 짓눌러왔어!”
  • “그동안 내가 당신들한테 대적했던 것이 아니고 바로 당신들이 내 활로를 막았었어!”
  • 최해봉은 비웃으며 대꾸했다.
  • “오늘 저녁에 내가 당신을 초대한 것도 이미 당신 체면을 많이 봐 준거야.”
  • “난 당신과 평화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거든.”
  • “만약 당신이 당신네 회사 주식의 51퍼센트를 나한테 양보하기만 한다면 말이야.”
  • “당신 집안은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돼.”
  • 허명섭은 별안간 호탕하게 웃었다.
  • “하하 하하!”
  • 평소에는 늘 그저 사람 좋기만 하던 허명섭이었지만 지금 그에게 지난날의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었다.
  • 갑자기 온통 호기로움이 넘쳐났다!
  • “최해봉, 당신은 내가 바보 천치로 보이나?”
  • “내가 만약 당신에게 주식을 팔아넘기면 이틀도 안돼서 당신들한테 내 회사를 전부 뺏기고 말 텐데.”
  • “당신들은 내 수중에 있는 그 부두 사업 프로젝트를 원하는 거 아니야?”
  • “괜히 헛꿈 꾸지 마!”
  • “이 몸이 그 프로젝트를 물고기 밥으로 바다에 던져줄망정 당신들 같은 X자식들한테는 절대로 안 줄 거니까!”
  • 허명섭의 목소리는 마치 커다란 종소리와도 같았다.
  • 힘차게 쩌렁쩌렁 울렸다!
  • 옆에 있던 사람들의 귀에 각각의 음절이 전해져 올 때마다 마치 누군가 커다란 종을 귓가에 대고 두드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울렸다.
  • 그때 허명섭이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이도진에게 말했다.
  • “자랑스러운 내 사위, 자네의 의견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네!”
  • 그 순간 허명섭은 모처럼 자신의 두 손으로 휠체어를 지탱하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 그는 마치 다시 일어서는 것 같았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 그는 영주의 절반을 대표한다는 소위 재력가들을 똑바로 쏘아보고 있었다.
  • “제가 여러분들께 한 가지 발표를 하겠습니다.”
  • “지금부터 교연 기업은 능소그룹으로 명칭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 “당신들이 싸움을 원한다면 한번 해봅시다!”
  • “저 허명섭, 저의 사위, 그리고 제 딸이 사무실에서 정중히 기다리겠습니다!!”
  • 기개가 넘친다!
  • 호기가 하늘을 찌른다!
  • 곧이어 허명섭과 일행들은 몸을 돌려 떠났고 황매화는 불현듯 허명섭을 가리키며 크게 고함쳤다.
  • “저 자들을 막아, 얼른 저 자들을 막으라고!!”
  • 그때 이도진이 몸을 옆으로 살짝 틀었고 황매화를 향해 어떤 눈빛을 보냈다.
  • “쿠궁!”
  • “쿠궁!”
  • 황매화는 차디찬 냉기를 확 들이마시더니 돌연 자신의 심장을 꽉 붙들었다.
  • “어머니, 왜 그러세요!?”
  • “할머니! 할머니!”
  • 황매화의 동공이 점점 커지더니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뒤이어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갑자기 목을 번쩍 쳐들었다.
  • 온몸이 뻣뻣해졌다!
  •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악하는 시선과 함께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빨리! 빨리 병원으로 옮겨!”
  • 그때 이도진과 가족들은 이미 자동차 안으로 돌아와 있었고 허준호는 계속해서 허명섭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 “아빠, 오늘 정말로 대단했어!”
  • “아까 소위 사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빠 말을 듣더니 전부다 말문이 막히고 아연실색하더라고!”
  • 허지윤과 유옥분 역시 얼굴 가득 기쁜 표정으로 허명섭을 바라봤다.
  • 이도진이 그들에게 나타난 이후부터 허명섭의 기운은 확실히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으며 이전보다 눈에 띌 정도로 훨씬 대범하고 자신 있게 말을 하게 되었다.
  • 하지만 정작 허명섭은 자신의 두 다리를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 “내 두 다리로 걸을 수만 있다면 정말로 얼마나 좋을까.”
  • 그때 내내 운전을 하고 있던 이도진이 불쑥 한 마디 내뱉었다.
  • “내일 제가 아버님을 모시고 CT 검사를 해볼게요. 내부 조직이 어떤지 상태를 보고 난 후 수술을 준비하도록 할게요.”
  • “아마 보름 정도면 아버님께서도 자유롭게 걸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 “반년 정도 몸조리하고 난 후에는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도 가능하시게 될 거고요.”
  • 침묵.
  • 자동차 안엔 적막이 흘렀다.
  • 바늘 한 개가 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그 소리까지 아주 또렷하게 잘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 한참 후 허지윤이 반짝이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 “방금 한 말이 농담은 아니겠지?”
  • 이도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 “거짓말이면 내가 성을 갈지.”
  • 그 순간 자동차 안에서 허준호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유옥분이 꾸짖는 소리.
  • 그리고 허명섭의 허허허 너털웃음소리.
  • 허지윤은 이도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 그전과는 다른 따뜻한 눈빛이었다.
  • 하지만 그녀의 눈빛 속에는 의혹도 짙게 깔려 있었다.
  • 그는 대체 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