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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우리 매형은 도박의 신?

  • 도진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창고로 들어갔고 그 시각 창고에선 사람들이 파리떼처럼 모여들어 도박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도진은 주변 상황을 슥 둘러보더니 곧장 창고 안 쪽에 위치한 사무실로 걸어들어갔다.
  • 그때 마침 사무실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있는 독사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한 남자의 굵직한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온다.
  • “독사, 3억 더 줄테니까 허준호 그 새끼 못 빠져나가게 잘 감시하고 있어.”
  • “내가 다음에 전화할 땐 그 날이 곧 그 자식 제삿날인 거야.”
  • 독사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최 사장님, 걱정 붙들어매십시오.”
  • “허준호 그 자식, 제 손에 들어온 이상 이미 독안에 든 쥐인걸요,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 전화를 끊은 뒤 독사는 사무실 맞은 켠에 있는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 어둡고 비좁은 방 한 구석에 심하게 구타를 당했는지 얼굴이 피범벅이 된 젊은 남자가 꽁꽁 묶여있다.
  • 독사는 밉상스런 표정으로 낄낄 웃으며 허준호한테 말을 걸었다.
  • “어이, 허준호, 심심한데 나랑 한 판 더 하지 않을래?”
  • “듣자하니 너한테 한 미모하는 누님이 계시다던데, 나랑 한 판만 해서 지면 네 누나 나한테 보내, 하룻밤만 데리고 놀게 말이야.”
  • “퉤!”
  • 준호는 죽일듯이 날카로운 눈 빛으로 독사를 노려보며 침을 뱉었다.
  • “꿈 깨!”
  • 준호의 도발적인 행동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낄낄대며 거들먹거리던 독사는 표정이 급 어두워지더니 준호를 발로 수차례 차놓았다.
  • “퍽!”
  • “퍽!”
  • “퍽!”
  • 억한 심정을 발차기에 담아 점점 더 심하게 공격을 가하는 독사! 그러나 준호는 꼼짝 못하고 고스란히 당해야만 했다.
  • 바로 그때, 문 밖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울음 소리에 독사는 화들짝 놀라 몇 초간 정지 상태가 되었다.
  • 고개를 돌려보니 과일 바구니를 손에 들고 들어오는 이도진이 보였고 그 뒤에는 망을 보고 있던 똘마니들이 너도나도 바닥에 널부러진 채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 너무도 황당한 광경에 독사의 미간은 심하게 찌푸려졌고 그는 험상궂은 얼굴로 도진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물었다.
  • “너 누구야? 뭐하는 놈이야?”
  • “저 자식 매형.”
  • 도진은 꽁꽁 묶여있는 준호를 가리키며 독사에게 말했다.
  • “많이 심심해하는 것 같던데 저랑 한 판 하시지요.”
  • “그 쪽이 이기면 이 과일 바구니를 드릴테니까 칼로 찌르던 껍질을 바르던 네 마음대로 하시고요.”
  • “대신에 그 쪽이 지면 허준호는 저랑 가는 겁니다.”
  • 이도진의 말을 듣던 독사는 하찮은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
  • “이 새끼 몸 값이 자그마치 5억이야, 네까짓게 뭐라고 감히 나랑 한 판 하자 말자야?”
  • “그것도 딸랑 과일 바구니 하나 걸고?! 지금 나랑 장난하냐?”
  • 이때 이도진은 손가락을 까딱하며 일종의 신호를 보냈고 곧바로 심하게 구타를 당한채 처참한 몰골을 한 깡패 똘마니 하나가 얼굴을 부여잡고 휘청거리며 들어왔다.
  • “독사 형님, 방금 전 이 사람이 과일 바구니를 걸고 7억이나 땄습니다.”
  • “...!?”
  • 몇 분 뒤.
  • 허준호는 우상을 바라보듯 존경어린 눈빛으로 이도진을 쳐다보며 드디어 악몽과도 같았던 창고를 벗어났다.
  • “매형, 과일 바구니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 “매형, 안 힘드세요? 제가 어깨 주물러드릴까요?”
  • 도진을 쳐다보는 준호의 눈 빛은 맑고 정갈한 수정처럼 반짝반짝 빛이났다.
  • 이때, 준호의 깨방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진은 호주머니에서 초콜릿 박스를 꺼내더니 초콜릿 하나를 집어들어 입에 넣었다.
  • “매형, 그 초콜릿 박스 너무 낡아보이는데요?”
  • “한정판이에요? 설마 골동품은 아니죠?”
  • “매형, 저도 하나 주세요.”
  • 초콜릿을 달라고 매달리는 준호에게 도진은 초콜릿 박스를 호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고 냉철한 말투로 말했다.
  • “안 줘, 내꺼야.”
  • “짠돌이, 구두쇠, 완전 치사해.”
  • 준호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해맑은 모습으로 떠나자 독사의 얼굴엔 끔찍한 어둠이 깊게 서렸고 험상궂은 인상은 더더욱 무섭게 보였다!
  • “독사 형님, 정말 이대로 저 사람들 보내줄 겁니까? 최 사장님이 아시면 가만히 안 계실텐데요?”
  • 옆에 있던 똘마니가 말을 걸어오자 안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독사는 애꿎은 똘마니에게 발차기를 세게 하며 화풀이를 했다!
  • “굳이 네가 말 안해줘도 나도 알아!”
  • 독사는 멀어져가는 이도진을 손가락질하며 높은 목소리로 불러세웠다.
  • “야!”
  • 독사의 부름에 도진은 걸음을 멈추었다.
  • “오늘 원수 내 반드시 갚는다!”
  • 거침없이 도전장을 던져오는 독사의 모습에 이도진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치는 순간 독사는 도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기가 팍 꺾여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너무도 담담한 도진의 모습, 차분한 표정 뒤에 숨은 강렬한 포스가 사람을 잡는다! 마치 거센 파도 위에 동동 떠다니는 위태한 쪽배 신세처럼 독사는 도진의 날카로운 눈 빛에 지레 겁을 먹었고 두 다리에 힘이 확 풀려버렸다.
  • “그래요, 기다릴게요.”
  • 거창한 멘트 없이 짧고 굵은 한마디만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도진의 카리스마는 독사로 하여금 식은땀을 쫙 빼게했다.
  • 날은 점점 어두워져갔고 유옥분은 여전히 병실 문 앞에 서서 계단 쪽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 “왜 아직도 안 오는거지?”
  • “설마 독사한테 잡힌 거 아니겠지?”
  • “애가 좀 어리버리한 구석이 있는 것 같던데 독사한테 얻어 맞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 휠체어에 앉아있는 허명섭도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저 한숨만 풀풀 내쉬었다.
  • “다 내가 못나서 그래, 내 탓이야!”
  • “내 이 두 다리만 멀쩡했어도... 에휴!”
  • 유옥분은 병실로 들어가서 남편 허명섭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 “괜찮아요, 우린 꼭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 그리고 얼마 뒤, 계단 끝 쪽에서부터 허준호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 “엄마, 누나, 나 왔어요!”
  • 유옥분은 깜짝 놀랐고 이내 고개를 돌려 허지윤을 보며 물었다.
  • “나 방금 준호 목소리 들은 것 같은데?”
  • 허지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침 입을 열려는 순간 준호가 활기찬 모습으로 팔짝팔짝 뛰어들어왔다.
  • “엄마, 뭐 먹을 거 없어? 나 배고파!”
  • 유옥분은 순간 울컥해서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으며 허준호를 품에 꼬옥 껴안았다.
  • “어, 엄마, 엄마, 살살해, 나 숨막혀 죽을 것 같단 말이야!”
  • “엄마, 우리 매형 있잖아, 완전 대박!”
  • “글쎄 매형이 꼴랑 과일 바구니 하나로 독사한테서 엄청난 돈을 따왔다니까!”
  • “그런데 매형 도박만 잘하지 사람이 참 짠돌이더라, 치사하게 초콜릿 한 조각도 안 주고 자기 혼자 먹는거 있지? 박스 보니까 초콜릿도 많더구먼.”
  • “박스라니?”
  • 박스 얘기가 나오자 허지윤은 호기심이 동해 준호에게 물었고 준호는 도진의 호주머니를 가리키며 초콜릿 박스에 대해 말하려 했다,
  •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도진은 냉철한 눈초리로 준호를 쳐다보았고 그 포스에 심하게 눌린 준호는 소름이 쫙 돋으면서 여기서 말 실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이내 깨방정 거리며 말을 돌렸다.
  • “매형, 매형도 배고프시죠? 우리 같이 병원 식당에 가서 밥 먹어요!”
  • 마치 아이돌을 바라보는 소녀팬처럼 준호는 잔뜩 숭배하는 눈초리로 도진을 바라보았다!
  • 허지윤은 그런 두 사람을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 반면 유옥분은 도진의 손을 꼬옥 잡고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총각, 고마워요!”
  • “정말 고맙습니다! 총각이 우리 가족을 모두 살렸어요!”
  • 이도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허준호가 앞잡이 마냥 능글맞은 말투로 말을 확 가로챘다.
  • “엄마! 매형이잖아, 가족끼리 무슨 그렇게까지 예의를 차려?”
  • “맞습니다, 장모님, 저희 다 가족 아닙니까, 그러니 너무 예의를 안 차리셔도 됩니다.”
  • 이런!
  •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깨방정 끝판왕 허준호 덕분에 준호의 허씨 집안 데릴 사위 되기 프로젝트는 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 되었다!
  • 그들이 병원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으려던 그때, 마침 누군가 병실로 음식을 한 상 차려가지고 들어왔다.
  • “세상에! 완전 진수성찬이잖아!?”
  •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상을 보더니 허준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이어서 준호가 던진 질문은 유옥분과 허명섭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질문이었다.
  • “아버지, 이 병실 완전 럭셔리한데 혹시 VIP병실이에요?”
  • “우리 집 돈 없는 거 아니었어? 이 정도 병실이면 하루 병원비만 해도 20만원은 넘을텐데?”
  • 아차!
  • 그동안 오직 딸 병치료에 여념이 없었던 허명섭은 정작 수술비, 입원비 그리고 기타 진단 비용까지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 뒤늦게 사태 파악이 된 허명섭이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고 있을때 이도진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 “돈 문제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미 다 결제했으니까요.”
  • “자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 큰 돈을 다 냈단 말인가?”
  • 허명섭이 의아한 표정으로 도진에게 묻자 준호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 “맞네맞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 “우리 매형 도박의 신이잖아!”
  • 준호는 도진의 손목을 덥썩 잡더니 존경어린 눈빛으로 도진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 “매형, 우리 아버지 회사가 많이 힘들거든요, 오늘 내일 할 정도로 위태위태한데다 집에 돈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내일 떼돈 벌러 가요!”
  • “안 돼!”
  • 준호의 말을 듣자 허명섭은 버럭 화를 내며 막아나섰다.
  • “어릴 적부터 네 할아버지는 늘 우리한테 도박은 절대 손을 대선 안된다고 엄격히 교육을 하셨다! 이건 우리 집 가훈이야!”
  • 온화한 성품과 따스한 인품으로 종래로 화 한번 내지 않던 허명섭이 갑자기 언성을 높이자 허준호는 덜컥 겁을 먹고 이내 입을 다물었다.
  • 그 말에 이도진도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 “알겠습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앞으론 도박에 절대 손 안대겠습니다.”
  • “그래.”
  • 도진의 말에 허명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 어라?
  • 아니지?!
  • 고개를 끄덕이며 수용했다는 건 도진을 데릴 사위로 인정한다는 의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