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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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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Last update: 2023-07-04

제1화 생일선물

  • “이름이 뭐예요?”
  • 권지안은 복화술처럼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남자의 질문을 듣게 되었다.
  • 그의 곱슬거리는 흑발을 지나 검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였다. 마치 유리구슬같이 빛나고 있었다.
  • 그때 백화점에서도 그녀는 그런 그의 두 눈에 끌렸었다.
  • 붐비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그녀는 그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 “나랑 나갈래요?”
  • 남자는 뜻밖의 질문에 많이 놀란 듯했다. 그리고 놀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놀란 상태의 두 눈은 더욱이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 권지안은 심지어 그의 눈동자로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그는 놀란 상태에서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녀를 따라 나섰다.
  • 백화점 위층에 있는 스위트룸이었다.
  • 샤워와 덮치는 일, 아주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 그는 권지안의 상상대로 균일한 근육으로 다져진 아름다운 라인을 드러내고 있었다.
  • 그의 몸매는 얼굴과 마찬가지로 예뻤다.
  • 젊은 몸뚱아리는 청춘의 호르몬을 한껏 내뿜고 있었다.
  • 그가 권지안의 몸에 불을 붙인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풋풋한 상대방을 달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남자는 짧게나마 풋풋함을 드러내며 깜짝 놀라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성은 본능적인 욕망에 순식간에 잠겨버렸다.
  • 그렇게 서로 전혀 안면이 없었던 두 사람은 스위트룸의 킹사이즈 침대 위를 뒹굴며 뜨거운 밤을 새겼다.
  • 아침까지 뜨거운 시간을 보낸 권지안은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제 체력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다.
  • 29살의 몸은 79살의 체력인 것처럼 느껴졌다.
  • 그녀는 긴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있다가 등 뒤로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 “그쪽, 이름이 뭐예요?”
  • 세 번째로 그녀의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 권지안은 거울로 그를 쳐다보았고 남자는 윗옷은 입지 않고 청바지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비몽사몽한 상태의 그의 목에는 어젯밤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했다.
  • 섹시한 그의 모습은 유혹으로 다가왔다.
  • 만약 권지안이 이미 이성을 회복하지 않았더라면 휘파람이라도 불었을지 모른다.
  •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머리 묶는 것을 마무리한 뒤 돌아서서 세면대에 기댄 채 답이 되지 않는 답을 뱉었다.
  • “어제 생일이었어요.”
  • 남자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곧바로 입을 열었다.
  • “생일 축하해요.”
  • “고마워요.”
  • 권지안은 가운의 허리 끈에 손을 올렸고 문을 닫으라는 제스처와 함께 옷을 갈아입을 것이라는 사인을 보냈다.
  • 화장실 문이 서서히 닫히는 동시에 남자는 권지안의 목소리가 문틈 사이로 뭉개지는 것을 듣게 되었다.
  • “당신이 내 생일 선물이었어요.”
  • 잠시 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 단정한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그녀였다. 검은색의 치마로 된 셋업이었고 검은색의 하이힐을 매치한 모습이었다.
  • 이러한 그녀는 고삐 풀린 어젯밤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이미지였다.
  • 그녀는 옷장에 놓여 있던 가방을 챙긴 뒤 테이블 위에 돈 한 다발을 올려두었다.
  • “하루 더 있어도 돼요.”
  • 권지안은 많은 돈을 주지는 않았다. 남자의 옷차림으로 판단했을 때 집안이 꽤나 부유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 어제저녁 광란의 밤을 보내던 중에는 포르쉐 차 키가 그의 옷 주머니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 만약 허세 넘치는 대학생이 명품 브랜드로 본인을 치장한 것이었다 한다면 그래도 스포츠카까지는 무리였을 것이었다.
  •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고 남자의 눈에는 불안과 난처함이 담겨 있었다.
  • “전 주서온이라고 해요. 올해 24살이고요. 저…”
  • 권지안은 웃었다. 그녀는 남자의 이름과 개인적인 상황을 아는 것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
  • 그녀는 입술을 오므렸다.
  • “미성년자인 줄 알고 어제 잠깐 걱정했는데.”
  • 그는 더욱이 난처해하는 모습이었다.
  • 동시에 그의 눈은 더욱이 예쁘게 반짝였다.
  • 그녀는 긴장한 그의 동공이 좋았다. 어제저녁 한창 뜨거웠던 시간 동안 긴장이 깃든 동공은 더욱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 권지안은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고 심지어 그의 손바닥에 간지럼을 태우기도 했다.
  • 그의 얼굴은 단숨에 빨개졌다.
  • 빨개지는 얼굴이 참 재미난 남자였다.
  • 그런데 생일 선물에는 이름이 붙을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