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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누나가 아껴줄게

  • 주민웅의 납골은 집으로 가지 않고 납골당에 안치하기로 되었다.
  • 주 가의 습속은 일 년 뒤 땅에 묻는 것이었다.
  • 점심에는 두부가 들어간 밥을 먹어야 했기에 주 가 사람들은 주 가의 오성급 호텔로 향했다.
  • 윤지석은 마치 매니저가 되기라도 한 듯 앞뒤로 뛰어다니며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 그는 로펌의 모든 직원들을 불러와서 돕게 했고 그중에서 유독 권지안만 보이지 않았다.
  • 그는 소처럼 바삐 움직이며 뺑뺑이 치고 있었다.
  • “권지안은? 권지안 본 사람 없어?”
  • 권지안은 어디로 간 걸까?
  • 그녀는 주서온과 호텔 룸의 소파 위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 어쩌다 이런 전개가 펼쳐지게 된 것인지 그녀조차 알지 못했다.
  • 처음에는 주서온이 소파에 기대어 잠에 들었고 윤지석은 그녀더러 담요를 덮어주라고 했다.
  • 그녀는 윤지석의 말에 따랐고 담요를 덮어주자마자 주서온이 잠에서 깼다.
  • 윤지석이 룸의 문턱을 나서자마자 주서온이 권지안을 소파 위로 덮쳤다.
  • 그의 얼굴은 눈물이 채 마르지 않아 젖어있었다.
  • 그는 울며 권지안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 그의 눈물에 권지안은 마음이 아팠다.
  • 이렇게 예쁜 얼굴에 귀엽고 풋풋한 연하남을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나?
  • 그녀는 하마터면 누나가 아껴줄 테니 울지 말라는 말을 뱉을 뻔하기까지 했다.
  • 그래서 처음에 피동적인 포지션에 있던 그녀는 나중에 능동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 어디에서부터 꼬인 것인지 두 사람은 이미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 연하남은 옷을 벗으면 더 이상 귀엽지 않았다.
  • 기름을 칠한 듯 느끼한 근육남들에 익숙해진 그녀의 눈에 우유 빛깔의 근육을 지닌 연하남의 매력은 새롭게 다가왔다.
  •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의 피부를 깨물어 버리게 되었다.
  • 주서온은 숨을 들이마시며 놀란 눈으로 몸 아래의 권지안을 바라보았다.
  • 권지안은 그녀가 아프게 깨문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시금 고개를 숙여 키스를 퍼부었다.
  • 그렇게 벌어져야 할 일과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또 한 번 벌어지게 되었다.
  •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을 때 두 사람은 마침 뜨거운 시간을 끝내고 비좁은 소파 위에 한데 뒤엉켜 끌어안고 있는 상태였다.
  • “권지안, 너 설마 아직도 안에 있는 거 아니지?”
  • 밖에서 윤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권지안은 재빨리 소파에서 일어나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웠다.
  • 주서온은 제 옷을 입는 것에 급급해 하지 않고 우선 그녀의 속옷 버클을 채워주었다.
  • 그는 서툰 손놀림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채우는 것에 성공했다.
  •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등에 닿으며 소름이 돋았다.
  • 권지안은 옷을 챙겨 입은 뒤 문을 열었고 윤지석은 문 앞에 있다가 그녀를 보자마자 잔소리를 해댔다.
  • “너 아직도 여기 있으면 어떡해? 한참이나 찾았잖아. 식사 이미 시작됐어. 네 자리는 방 변호사 테이블로 해뒀어. 참, 주 가 둘째 도련님은?”
  • 그는 말을 하며 목을 빼들고 권지안의 등 뒤를 살폈다.
  • 주서온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잠든 척 연기하고 있었고 권지안은 윤지석을 밖으로 밀어냈다.
  • “졸려 죽을 것 같아서 잠깐 눈 붙였어. 넌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 “이 시국에 잠을 왜 자? 얼른 가서 존재감 좀 드러내야지.”
  • 윤지석은 권지안에게 끌려가게 되었고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살피지는 못했다.
  • 권지안은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주서온이 걸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무도 주서온이 왜 이제야 나타나는 것인지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 방금 전의 침착했던 모습은 전부 연기일 뿐이었다.
  • 윤지석의 눈 밑에서 주서온과 관계를 가지다니.
  • 그녀는 윤지석이 바람을 피우는 일이 저질스럽다고 늘 생각해오던 사람이었다.
  • 그렇다면 그녀는 어떠한가, 그녀는 심지어 윤지석의 눈 밑에서 저질러버렸다.
  •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신 뒤 잔을 들어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 잔을 내려놓는 순간 다른 테이블에 앉은 주서온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 그는 문득 권지안의 옷깃을 가리켰고 그녀는 손을 뻗어 확인해 보았다. 옷깃에 달린 리본 끈이 안으로 말려 있었던 것이었다.
  • 그녀는 빠르게 끈을 뺐고 그 타이밍에 윤지석이 또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 “지안아, 우리 가서 술 한 잔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