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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녀가 죽었다고?

  • 이른 아침, 예정한이 회사에 도착하자 그의 비서가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따라 들어왔다.
  • “둘째 도련님,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사모님께서……”
  • 그 세 글자를 듣자 예정한은 차갑게 눈을 치켜떴고 비서는 황급히 말을 멈췄다.
  • 예정한은 싸늘하게 말했다.
  • “앞으로 걔 일은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 예정한의 말투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비서는 서둘러 대답했다.
  • “네.”
  • 비서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 예정한은 갑자기 짜증이 나서 펜을 탁자 위에 내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 “걔는 감옥에 있지 않아? 왜 병원에서 전화가 와?”
  • 비서가 돌아서며 공손하게 말했다.
  • “어젯밤, 사……윤슬 아가씨가 감옥에서 자살했습니다.”
  • 예정한의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에는 저도 모르게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 “죽었어?”
  • “아니요, 지금……구조 끝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병원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련님께 여쭤보려고 전화했던 겁니다.”
  • 예정한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돌리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왜 자살한 거야?”
  • “교도소 직원들은 윤슬 아가씨께서 귀한 몸이라 옥중의 고통을 견딜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지금 바로 가서……”
  • 예정한은 어머니 몸에 난 상처를 생각하며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 “필요 없어. 네가 사람을 보내 그 여자에게 만약 다시 자살을 한다면, 아버지와 동생도 함께 묻을 것이라고 전해.”
  • 그녀 같은 여자는 얌전히 안에서 개조를 받아야 한다.
  • “네.”
  • 예정한은 그의 말이 윤슬에게 어떤 악몽을 가져다 주었는지 모를 것이다.
  •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서, 그녀는 확실히 다시는 자살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하지만 지난번 행동 때문에 다시 감옥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더 심하게 고통받았다.
  • 그녀의 몸에는 매일 새로운 상처와 오래된 상처가 끊임없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 윤슬은 점점 무감각해졌다.
  • 그녀는 더 이상 반항하지도, 발버둥치지도 않고 그저 마음대로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 꼬박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산 송장처럼 숨만 쉬며 살았다……
  • 숨만 쉬고 있을 뿐이지, 살아 있다는 느낌조차 못 받았으니까.
  • 그녀는 모든 자존심을 지워버리고, 존엄이 무엇인지도 잊은 채 그저 아버지와 동생이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새벽에 감방 문이 갑자기 덜커덕 열렸다.
  • “윤슬, 나와.”
  • 이 소리는 깊은 밤에 유난히 크게 들렸다.
  • 윤슬은 무감각하게 일어나 지친 몸을 이끌고 감방을 나섰다.
  • 오늘도 여느 때처럼 온갖 종류의 괴롭힘에 직면할 줄 알았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그녀에게 옷을 갈아입혀주고 교도소 앞까지 바래다줬다.
  • 윤슬은 의아했다. 그녀가 출소하려면 분명 1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 교도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나가면 사람답게 살아.”
  • 그녀가 감옥 문을 나서자 보슬보슬 내리는 가랑비가 몸을 때렸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바라봤다. 빗방울이 바늘처럼 촘촘히 떨어지고 있었다.
  • 지금의 그녀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 그때 갑자기 한 줄기 강한 빛이 그녀에게 비쳤다. 차의 전조등에서 흘러나온 불빛이었다.
  • 빛이 몸을 비추는 순간, 윤슬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 이번에도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히는 새로운 게임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 그런데 차에서 누군가 내려 그녀 앞으로 와서 우산을 받쳐주었다.
  • “윤슬 아가씨, 오랜만입니다.”
  •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본 윤슬은 영문도 모른 채 한 걸음 물러섰다.
  • 그 사람은 예정한의 집사인 양문청이었다.
  • “둘째 도련님께서 차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차에 타세요.”
  • 윤슬은 시선을 돌려 차를 바라봤다.
  • “저 사람이 날 꺼낸 거예요?”
  • 양문청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 윤슬은 주먹을 살짝 쥐었다.
  • 그녀는 도망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 그녀는 걸어가서 리무진에 올라 예정한의 비스듬한 맞은편에 앉았다.
  • 예정한은 고귀한 자태로 앉아 있었고 그녀를 깔보는 눈빛은 언제나 그랬듯이 차가웠다.
  • 그는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 가뜩이나 마른 그녀가 지금은 더 허약해진 듯했다.
  • 창백한 얼굴에 예전과 달리 핏기 하나 없이 영양실조에 걸린 모습이었다.
  • 그녀의 이마와 턱에는 흉터가 있었다. 얼굴에 생긴 상처였기에 유독 눈에 거슬렸다.
  •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윤슬이 과거 도도하고 아름다운 미녀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 예전에 그가 있는 곳이면 윤슬의 눈은 항상 그에게 있는 것처럼 빛났다.
  • 하지만 지금은……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눈빛에 빛을 잃었다.
  • 차가 서서히 감옥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윤슬은 쉰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 “말해, 네가 나를 찾아온 목적.”
  • 그는 차갑게 말했다.
  • “2년 만에 만났더니 똑똑해졌네.”
  • 윤슬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녀는 지금 그와 한 마디 하는 것조차 구역질이 났다.
  • 그녀의 눈빛을 보자 예정한의 눈 밑에 싸늘한 분노가 번뜩였다.
  • 그는 서류 하나를 윤슬에게 던졌다.
  • “보고 사인해.”
  • 윤슬은 파일을 열어 내용물을 보고 나지막이 비웃었다.
  • 간 기증 서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