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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예정한, 죽어

  • 네 마리의 악견이 윤슬을 향해 돌진하여 사납게 윤슬을 물어뜯었다.
  • 하지만 살갗이 찢기는 고통은 가슴으로 느끼는 고통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 그녀는 미친 듯이 악견의 입을 움켜쥐었고 너무 울부짖어서 목구멍이 터질 지경이었다.
  • “우리 아이……내 아이 돌려줘, 돌려줘……예정한, 난 널 증오해, 널 증오한다고……악……”
  • 정율이 손짓하자 옆에 있던 남자 도우미가 앞으로 나와 악견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 이때 윤슬은 이미 피범벅이 된 채 땅에 엎드려 있었다. 그녀는 반쯤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 정율은 앞으로 나와 발을 들어 윤슬의 손을 밟았다.
  • “쯧쯧쯧, 이 피아노 치고 그림 그리는 손이 개에게 물려서 이 꼴이 되었으니 앞으로 못쓰게 되겠네, 허, 아까워라.”
  • 정율은 몸을 웅크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 “너한테 말하는 걸 까먹었네. 너의 그 박복한 딸은 정말 귀엽게 생겼더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너랑 똑같이 박복한 팔자로 태어났어. 정한이는 그런 더러운 종자따위 죽었으면 죽었지, 어차피 네가 낳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어. 게다가 또 다른 사람을 찾아서 나에게 아이를 하나 입양해 줄 거래, 정한이는 나에게 정말 자상하다니까.”
  • 윤슬은 비 온 뒤 물이 고인 땅바닥에 엎드려있었다. 추웠다. 하지만 마음이 더 시렸다.
  • 정율은 일어나, 윤슬의 몸을 걷어찼다.
  •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너에게 비밀을 하나 더 알려줘도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네. 정한은 나와 언니의 희생을 보상하기 위해 윤동 그룹을 정씨네 그룹으로 바꿨어. 네 아버지는 망하고, 오빠는 실종되고, 동생은 여자의 노리개가 되었고, 네 엄마는 죽었어. 허, 자살했어. 건물에서 뛰어내렸지. 그때는 정말 끔찍했다니까……”
  • 정율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면서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 “얘는 이제 이용 가치 없으니까 쫓아내.”
  • 윤슬은 갑자기 미친 것처럼 온몸의 힘을 다해 정율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그녀는 정율의 목덜미를 물어뜯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 “정율……”
  • “못 믿겠어?”
  • 정율은 그녀를 걷어찼다.
  • “그럼 내가 직접 확인하게 해줄게.”
  • 정율은 말을 마치고 거들먹거리며 떠났다.
  •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누군가가 윤슬이 정신병원에 왔을 때 입었던 옷을 그녀에게 던져주고 그녀를 차에 태웠다.
  • 윤가의 별장으로 돌아오니, 별장 안은 캄캄했고 대문에도 봉인이 붙어 있었다.
  • 정율의 말은 사실이었다. 윤가가 사라졌다.
  • 그녀는 차에 앉아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 하지만 상대방은 그녀가 차에서 내릴 시간도 주지 않고 묘지로 데려갔다.
  • 남자 도우미는 한밤중에 차마 윤슬을 데리고 산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 둘은 윤슬을 차에서 끌어내린 후 차를 몰고 냉큼 자리를 떠났다.
  • 윤슬은 예전에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유독 귀신만 무서워했다.
  • 그러나 오늘, 그녀는 갑자기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 아무리 악귀라도 예정한보다 더 악독할 수 있겠는가?
  • 그녀는 갈기갈기 찢긴 상처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비 온 뒤의 산돌길을 반쯤 걷다가 어둠을 더듬어 윤가의 선산까지 왔다.
  • 그곳에 솟아오른 새 무덤을 보자 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무릎을 꿇고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묘비 앞에 엎드렸다.
  • 달빛을 빌려 그녀는 묘비 위의 사진을 똑똑히 보았다.
  • 눈물이 한순간에 뺨을 타고 쏟아졌다.
  • 그녀는 손을 뻗어 묘비를 끌어안더니 갑자기 머리를 비석에 힘껏 부딪쳤다. 이마에 맺힌 피가 사진 속 어머니의 다정한 얼굴 옆으로 번졌다.
  • “잘못했어요, 엄마……내가 잘못했어요……”
  • 다 그녀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예정한을 건드리지도, 좋아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 날이 밝자 어머니의 묘 앞에서 밤새 무릎을 꿇은 윤슬이 몸을 살짝 움직였다.
  • 그녀는 고개를 들고 손을 뻗어 사진 속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눈물이 없었다.
  • 그녀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엄마, 제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복수가 끝나면 엄마랑 아기에게 가서 참회할 거니까 기다려줘요.”
  •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외롭고 가냘픈 몸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 예정한은 간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 그는 서재에 있는 프로젝터를 부수고, 윤슬이 몇 년 동안 그에게 준 모든 선물을 망가뜨렸다.
  • 정오에야 그는 마침내 예원을 떠났다.
  • 그러나 차가 문을 나서는 순간, 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 예정한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자 마침 차 앞을 가로막은 초라한 모습의 윤슬이 보였다.
  •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그 사람들에게 그녀의 산후조리도 맡겼는데, 그녀는 왜 자신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단 말인가.
  • 윤슬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치 산 채로 가죽을 벗기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윤슬의 눈빛을 보자 예정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그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 그는 냉담하게 차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리고, 성큼성큼 윤슬에게 다가가 윤슬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나? 누가 감히 너에게 여기에 다시 올 낯짝을 줬지?”
  • 윤슬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려 하지 않았다.
  • “내가 눈이 멀어서 너를 사랑하게 된 거야. 너, 예정한은 자격이 없어.”
  • 예정한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 “뭐라고?”
  • 윤슬의 얼굴에 한 가닥의 절망이 피어올랐다.
  • “잘못이 나로 인한 것이라면 내가 직접 끝내야지.”
  • “예정한, 죽어.”
  • 그녀가 손을 들자, 줄곧 소매 밑에 감춰 두었던 칼이 드러났다. 그녀는 칼을 들어 예정한의 심장을 매섭게 찔렀고 검붉은 피가 순식간에 예정한의 어깨 너머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