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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오빠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 “안 돼요! 철거 비용이 아직 합의되지 않았잖아요. 지금 이거 강제 철거예요! 불법이라고요!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두고 봐요!”
  • 이로하는 마치 어미 닭처럼 두 팔을 벌려 임유연을 보호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 “어이쿠, 신고를 했다고? 아유 무서워라!”
  • 그러자 중년 남자는 가슴을 움켜쥐며 겁먹은 척했다. 그러더니 뒤에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 “들었어? 얘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네!”
  • “하하하…”
  • “신고했다고? 무서워서 이를 어쩌나!”
  • 몇몇 부하들이 농담처럼 비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눈에 담긴 조롱은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보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 “이… 이봐요!”
  • 이로하는 새빨개진 얼굴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지금 이런 순간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 그녀는 어린 소녀일 뿐이었고, 이런 깡패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 바로 그때, 임유연이 한숨을 내쉬더니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로하야, 넌 이 일과는 상관없으니까 어서 가.”
  • “안 돼. 내가 가면 너 혼자서 어쩌려고!”
  • 이로하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로하야, 이 일은 네가 여기 있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너만 위험해질 뿐이야.”
  • 임유연은 쓰게 웃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로하는 무력감에 이를 악물었다.
  • 이 사람들은 딱 봐도 철저히 준비를 하고 온 것 같았다. 분명 뒤로도 이미 손을 써두었을 것이다.
  • 그녀는 뉴스로만 보던 강제 철거 사건을 이렇게 실제로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너희 둘하고 말장난할 시간 없어. 어서 비켜!”
  • 맨 앞에 서 있던 중년 남자는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인내심이 바닥난 듯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 “여기는 내 집이에요. 당신들이 내 집을 건드리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 임유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파르르 떨리고 있는 그녀의 몸은 현재 그녀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 “그래? 난 너 같이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들을 많이 봤지! 하지만 내가 신경이나 쓴 적 있었을 것 같아?”
  • 맨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자는 비웃음을 터트리더니 곧이어 손을 휘저었다.
  • “몇 명 나와서 이 두 여자애를 옆으로 치워. 감히 반항하면 그냥 두들겨 패!”
  • “알겠습니다, 명수 형님!”
  • 그의 말에 곧바로 두 명의 부하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임유연과 이로하를 향해 다가갔다.
  • 그들은 두 소녀를 향해 걸어가면서 싱글벙글한 얼굴로 연신 손을 비볐다. 필경은 그녀들을 들어 올려 옆으로 치우는 과정에서 이곳저곳 만지게 되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이로하는 겁을 먹은 듯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 반면에 임유연은 그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영웅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자신을 도와 지금의 이 위기를 해결해 주기를 말이다.
  •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임봉의 모습이 떠올랐다.
  • ‘오빠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오빠는 나서서 나를 구해줬을까? 아마 아니겠지! 이번에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왔잖아! 오빠가 지금 여기 있었더라도 아마 겁을 먹고 한쪽에 서 있었겠지. 게다가 오빠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때 여자 하나 때문에 집을 떠나 10년이나 돌아오지 않았을 리도 없잖아?’
  • 음흉한 표정을 한 남자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본 임유연은 바닥에서 벽돌을 주워 단단히 손에 움켜쥐었다.
  • 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그 보잘것없는 존엄은 지키고 싶었다.
  • 하지만 바로 그때.
  • “너희 둘,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죽는다!!!”
  • 극도로 차가운 목소리 하나가 모두의 귀에 들려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 목소리에 다들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누구지?’
  • 다들 잔뜩 긴장한 채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긴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우울한 얼굴의 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 “오… 오빠…”
  • 임유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도 오빠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면 자신을 구해줄지 아닐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빠가 정말로 나타난 것이었다.
  • 게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저 사람… 그 거지잖아.”
  • 이로하는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상에 강림한 신선 같은 모습의 임봉을 바라보았다.
  • 한편, 현장에 있던 일고여덟 명의 깡패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였다.
  • ‘젠장!!! 이 많은 사람이 고작 한 놈 때문에 겁을 먹을 뻔했단 말이야? 게다가 긴 머리? 예술 하는 놈인가?’
  • “씨발, 너 미쳤냐? 저리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