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의뢰
-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임봉의 소식은 이내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 구경했다.
- 하지만 다가와 물어보는 아무도 사람은 없었다. 임봉이 쓴 글이 너무 파격적이기 때문이었다.
- “못 하는 것이 없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 “자기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 “신이라도 이 정도로 허풍을 떨지는 못할걸?”
- “사기꾼이다!”
- “분명 사기꾼일 거야!”
- 사람들은 임봉을 둘러싸고 손가락질하며 떠들어댔다.
- 또 어떤 사람들은 장난을 치려는 생각으로 다가가 일부러 괴상한 질문들을 하기도 했다.
-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지, 5cm 늘여줄 수 있는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이렇듯 놀리려는 것이 분명한 질문들에는 임봉은 당연하게도 응답하지 않았다.
- 같은 시각,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검은색 허머 차 안에서 몇몇 건장한 남자들이 창문을 통해 임봉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 그중 한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형님, 저 사람은 너무 젊습니다! 딱 봐도 허풍 같은데요. 아무래도 다른 곳에 가서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됩니다! 빨리 해결책을 못 찾으면 공사장에서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요!”
- “하지만 요괴를 쫓고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고수를 찾는 게 어디 그렇게 쉽나!”
- 중년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름은 왕훈으로, 전주의 한 대형 건설 회사의 사장이었다.
- 최근 그의 회사 산하의 공사장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사 인부들이 한밤중에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밖을 나가보면 아무것도 없고, 이에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 밖에서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 그리고 바로 어젯밤에는 한 인부가 화장실에 가다가 자신을 향해 웃으며 질문을 해오는 족제비를 마주쳤다고 했다.
- “젊은이, 내가 사람처럼 보여, 아니면 신선처럼 보여?”
- 그런 기이한 일을 겪어본 적이 없던 인부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바로 숙소로 도망쳤는데,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크게 앓아누워버렸고,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지금도 여전히 병원에 누워있는 상황이었다.
- 이 일로 왕훈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 이에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강서구 종합 거래 시장에 와서 고수를 찾아보기로 했던 것이었다.
- ‘확실히 몇몇 대단해 보이는 대사들을 찾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부 쓸모없는 놈들이었지!’
- 여기까지 생각하던 왕훈은 미간을 문질렀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 그 프로젝트는 들어간 건설비만 4천억이 넘었고,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2천억이었다. 그렇기에 빨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 “형님, 소문에 의하면 남쪽에 고수가 한 명 있답니다!”
- “고수는 무슨. 그 늙은이는 그냥 사기꾼일 뿐이야. 내가 너보다 더 잘 알아!”
- “그럼 어떡하죠?”
- “나한테 방법이나 물어보라고 내가 네 놈들을 먹여 살리는 줄 알아? 한심한 놈들!”
- ……
- 임봉은 엄청난 청력으로 허머 차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이미 듣고 있었다. 이에 그는 이때다 싶어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 “못 하는 것이 없고,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 요괴 퇴치, 귀신 쫓기, 악귀 진압을 잘합니다. 집안에 이런 종류의 문제가 있으신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고 저를 찾아오세요!”
- 이같이 외친 뒤, 임봉은 장사를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 그리고 바로 그때, 허머 차에서 한 중년 남자가 급히 내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 “젊은이, 잠깐만!”
- ‘걸려들었군!’
- 임봉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발걸음을 멈추고는 중년 남자를 살펴보았다.
- 중년 남자는 각진 얼굴에 눈썹은 일자로 뻗어있었고, 비범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으며, 상대에게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 이런 사람은 보통 조직의 우두머리이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쪽이든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의 이마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당이 검게 변하는 것 말이다.
- 그런 검은 기운은 일반 사람은 볼 수 없었고, 임봉 같은 영안을 가진 사람만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
- “우선 제 소개부터 하죠. 저는 왕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 임봉은 사뭇 고수 같은 모습으로 말했다. 그러자 왕훈은 그런 임봉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공사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말해주었다.
- “공사장이 어딥니까?”
- “동쪽 교외에서 약 50km 정도 떨어진 태호산 아래에 있습니다.”
- 왕훈이 대답했다.
- 이를 들은 임봉은 대략적인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지금이 아무리 말법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여전히 영기가 존재하고 있었고, 영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도깨비나 요괴 같은 것들이 생겨날 수 있다.
- 그리고 그 인부가 겪은 일은 아마도 소위 말하는 족제비가 봉사를 요구하는 것일 것이다.
- 하지만 그것은 진짜 족제비가 신선이 되려는 것이 아닌, 그저 오래 살아서 영적인 능력을 얻은 것일 뿐이라서, 일부러 그런 고약한 짓들을 벌이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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