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재회
- ‘분명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고, 그저 잘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왜 하늘은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 어쩌면 8년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도 함께 이 세상을 떠났어야 했던 걸지도 몰라. 그랬다면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텐데.’
- 이런 생각에 임유연은 몸과 마음이 피곤하기만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이 밀려와 그녀는 결국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 임유연이 겁에 질려 기절해 버리자, 두 대머리 남자의 웃음소리는 더 커졌다.
- 하지만 바로 그때.
- 쾅!
- 단층집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벌컥 열리더니 임봉이 번개처럼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순간, 그는 격분했다. 심장이 갈가리 찢겨 피가 미친 듯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 “으아!!! 죽어!”
- 임봉은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허공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 퍼엉!
- 두 대머리의 남자는 미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챌 새도 없이 임봉의 손에 의해 피의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 “유연아!”
- 임봉은 기절한 여동생을 꼭 껴안고 오열했다. 그는 자신이 돌아와서 이런 광경을 마주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 거의 다 찢겨 간신히 여동생의 몸에 걸쳐져 있는 옷과 부어오른 여동생의 뺨을 보며 그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서야 그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고는 깨끗한 옷을 찾아 여동생에게 입히고 방 안의 혈흔들을 모두 청소한 뒤, 여동생의 곁에 앉아 묵묵히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 마치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듯이. 10년 만에 만난 여동생은 많이 변해있었다. 예전의 그 조그맣던 꼬마 아이는 엄청난 미인으로 자라 있었다.
- 바로 그때, 임유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임봉을 보자마자 곧바로 깜짝 놀라 일어나더니 경계하며 물었다.
- “누구세요? 아까 그 두 사람은요?”
- “내가 때려서 쫓아냈어!”
- 임봉은 자신이 그 두 사람을 죽여버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필경 여동생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두려움을 느낄 테니 말이다.
- 동시에 그는 마음이 조금 복잡하기도 했다. 반응을 보니 여동생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럴 만도 했다. 10년 전 여동생은 겨우 아홉 살이었으니까.
-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그 역시 머리가 많이 길었고, 외모나 분위기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 “그쪽이 때려서 쫓아냈다고요?”
- 임유연은 의심스러운 듯 임봉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나직이 입을 열었다.
- “고… 고마워요!”
-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경계심을 띠고 있었고, 임봉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 그런 여동생의 모습에 임봉은 슬펐다. 자신이 없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동생이 어떻게 지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 그리고 부모님은 또 어디에 계신 것인지 말이다.
- “유연아! 나를 못 알아보겠어?”
- 임봉은 침착하려고 애썼다.
- “누구신데요?”
- 임유연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듯 임봉을 바라보았다.
- 얼굴은 초췌하고 우울해 보였고, 그다지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눈앞의 이 남자에게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 그 외에도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가 왠지 낯이 익었다.
- “오빠야, 유연아!”
- 임봉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오빠?”
- 임유연은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기억 저편의 그 얼굴과 눈앞의 얼굴이 서서히 겹쳐 보였다.
- 그녀는 눈에 띄게 흠칫 몸을 떨었다. 눈시울 또한 이내 붉어지더니 눈가에는 맑은 눈물이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듯 차올랐다.
- “유연아!”
- 임봉은 현재의 감정을 도저히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처럼 여동생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려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잠시간 넋이 나가 있던 여동생은 그의 손을 밀어냈다.
- 그녀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처럼 빨갛게 변한 눈을 비비며 말했다.
-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저한테는 오빠가 없어요!”
- “유연아, 너…”
- 임봉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동생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그는 여동생이 자신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며 어린 시절처럼 그의 품에 안길 줄 알았다.
-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를 바보는 여동생의 표정은 혐오감으로 가득했다.
- “내 이름 부르지 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당신은 여기 없었잖아. 이제 집이 철거된다니까 마침 돌아왔다고? 임봉, 난 정말 당신에 대해 악의적인 추측은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정말이지 너무 실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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