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요! 철거 비용이 아직 합의되지 않았잖아요. 지금 이거 강제 철거예요! 불법이라고요!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두고 봐요!”
이로하는 마치 어미 닭처럼 두 팔을 벌려 임유연을 보호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어이쿠, 신고를 했다고? 아유 무서워라!”
그러자 중년 남자는 가슴을 움켜쥐며 겁먹은 척했다. 그러더니 뒤에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과장된 말투로 말했다.
“들었어? 얘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네!”
“하하하…”
“신고했다고? 무서워서 이를 어쩌나!”
몇몇 부하들이 농담처럼 비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눈에 담긴 조롱은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보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이봐요!”
이로하는 새빨개진 얼굴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지금 이런 순간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녀는 어린 소녀일 뿐이었고, 이런 깡패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바로 그때, 임유연이 한숨을 내쉬더니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로하야, 넌 이 일과는 상관없으니까 어서 가.”
“안 돼. 내가 가면 너 혼자서 어쩌려고!”
이로하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로하야, 이 일은 네가 여기 있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너만 위험해질 뿐이야.”
임유연은 쓰게 웃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로하는 무력감에 이를 악물었다.
이 사람들은 딱 봐도 철저히 준비를 하고 온 것 같았다. 분명 뒤로도 이미 손을 써두었을 것이다.
그녀는 뉴스로만 보던 강제 철거 사건을 이렇게 실제로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너희 둘하고 말장난할 시간 없어. 어서 비켜!”
맨 앞에 서 있던 중년 남자는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인내심이 바닥난 듯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여기는 내 집이에요. 당신들이 내 집을 건드리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임유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파르르 떨리고 있는 그녀의 몸은 현재 그녀가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난 너 같이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들을 많이 봤지! 하지만 내가 신경이나 쓴 적 있었을 것 같아?”
맨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자는 비웃음을 터트리더니 곧이어 손을 휘저었다.
“몇 명 나와서 이 두 여자애를 옆으로 치워. 감히 반항하면 그냥 두들겨 패!”
“알겠습니다, 명수 형님!”
그의 말에 곧바로 두 명의 부하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임유연과 이로하를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두 소녀를 향해 걸어가면서 싱글벙글한 얼굴로 연신 손을 비볐다. 필경은 그녀들을 들어 올려 옆으로 치우는 과정에서 이곳저곳 만지게 되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이로하는 겁을 먹은 듯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반면에 임유연은 그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영웅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자신을 도와 지금의 이 위기를 해결해 주기를 말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임봉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빠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오빠는 나서서 나를 구해줬을까? 아마 아니겠지! 이번에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왔잖아! 오빠가 지금 여기 있었더라도 아마 겁을 먹고 한쪽에 서 있었겠지. 게다가 오빠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때 여자 하나 때문에 집을 떠나 10년이나 돌아오지 않았을 리도 없잖아?’
음흉한 표정을 한 남자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본 임유연은 바닥에서 벽돌을 주워 단단히 손에 움켜쥐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그 보잘것없는 존엄은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너희 둘,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죽는다!!!”
극도로 차가운 목소리 하나가 모두의 귀에 들려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 목소리에 다들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구지?’
다들 잔뜩 긴장한 채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긴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우울한 얼굴의 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오… 오빠…”
임유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도 오빠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면 자신을 구해줄지 아닐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오빠가 정말로 나타난 것이었다.
게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 사람… 그 거지잖아.”
이로하는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상에 강림한 신선 같은 모습의 임봉을 바라보았다.
한편, 현장에 있던 일고여덟 명의 깡패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얼굴이 시뻘게졌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였다.
‘젠장!!! 이 많은 사람이 고작 한 놈 때문에 겁을 먹을 뻔했단 말이야? 게다가 긴 머리? 예술 하는 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