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만족스러운 거래
- 임봉은 무표정한 얼굴로 왕훈을 응시했다.
- 임봉의 섬뜩한 눈길에 왕훈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제 말이 이해가 안 가십니까?”
- 임봉이 눈을 치켜떴다.
- “젊은이, 일단 진정하시죠!”
- 이에 왕훈은 조금 긴장한 듯 말했다. 자신이 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직감적으로 물러서야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만 같았다. 바로 그러한 직감이 이제껏 그를 수많은 위기에서 구해주었었다.
- “어떤 말은 해도 되지만, 어떤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 임봉은 냉정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 “돈이나 주시죠. 2천만 원, 일시불입니다. 외상은 안 됩니다.”
- 이 말을 들은 왕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머 차를 향해 손짓하자, 곧바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상자 하나를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
- 상자를 열자, 안에는 5만 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어림잡아도 1억은 되는 것 같았다. 왕훈은 그중에서 2천만 원을 꺼내 임봉에게 건넸다.
- 임봉은 왕훈이 이렇게 많은 현금을 소지하고 다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돈을 받아 들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사실 부적 한 장으로는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몇 장 더 그려드릴까요?”
- “필요 없습니다!”
- 왕훈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 ‘나를 정말 봉으로 생각하는 건가? 이딴 종이 한 장을 2천만 원이나 주고 사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지는데, 몇 장 더 살 리가 없잖아?’
- “나중에 다시 사고 싶다고 하셔도 그때는 이 가격이 아닐 겁니다.”
- 임봉은 왕훈을 한 번 쳐다보고는 돈을 들고 바로 떠나갔다. 그는 이번 거래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이 2천만 원이면 적어도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 임봉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왕훈은 연신 눈빛을 번뜩였다.
- ‘저 남자, 꽤 위험한 느낌이 들어!’
- 방금 고작 말 한마디였을 뿐인데도 그는 두려움을 느꼈었다.
- 그의 신분을 생각하면, 전주 전체를 통틀어도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 여기까지 생각하던 왕훈은 옆에 있던 한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 “지웅아, 저자를 따라가서 사는 곳은 어디인지, 가족은 누가 있는지 알아봐. 저자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겠어!”
- “알겠습니다, 형님!”
- 지웅이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조심스럽게 임봉의 뒤를 따랐다.
- ……
- 강서구 종합 거래 시장을 떠난 임봉은 근처 상가로 향했다. 아침에 여동생에게 새 속옷을 사주겠다고 말했었기 때문이었다.
- 또한 휴대폰도 두 대 사야 했다. 요즘 시대에 휴대폰은 필수품이었다. 휴대폰이 없으면 여동생과 연락을 하기도 너무 불편했다.
- 그는 여동생에게 수련도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구천신연법은 선천적으로 영적인 능력을 타고난 사람만이 수련할 수 있었고, 그 역시 현재로서는 다른 호흡법을 익히지 못한 상태였기에 이 일은 하는 수 없이 잠시 미루기로 했다.
- 몰래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송지웅의 존재에 대해서라면, 임봉도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 “어서 오세요! 빅토리아 시크릿입니다!”
- 임봉이 속옷 가게에 들어서자, 예쁘장한 얼굴의 직원 한 명이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 “32C 사이즈로 이 가게 신상들 전부 하나씩 주세요.”
- 임봉이 말했다. 그는 엄청난 눈썰미로 여동생의 가슴둘레가 32C인 것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속옷 스타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직원에게 전부 다 하나씩 달라고 했다.
- “손님, 아내분께서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 통 큰 손님이 온 것에 직원은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임봉은 상대가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설명하지도 않았다.
- ……
- 4백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수십 벌의 속옷을 산 뒤, 임봉은 또 휴대폰 가게로 가서 최신 기종 아이폰을 두 대 샀다.
- 그러고는 또 마트에 가서 간식거리들과 고기, 계란, 채소 등을 한가득 샀다. 계산해 보니 이 모든 것을 사는 데만 총 8백만 원이 넘게 들었다.
- “10년 사이 물가가 엄청 올랐네. 일반 서민들만 힘들지 뭐.”
- 임봉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지금에야 대단하지만, 그 역시 예전에는 그저 평범한 집안의 아이에 불과했었다.
- 그러던 그때, 그는 그 지웅이라는 남자가 여전히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이에 임봉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더니 한적한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 “이게…”
- 그 광경을 본 송지웅은 얼른 눈을 비볐다. 그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임봉이 정말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뒤늦게 겁을 먹은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그러더니 급히 휴대폰을 꺼내 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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