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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제발 불 좀 켜주면 안 될까?

  • “15일?”
  • 유유는 미간을 찌푸렸고, 순진한 얼굴로 유희철을 바라봤다.
  • “15일이 왜? 아빠가 아프기라도 하는 거야?”
  • 유희철은 몸을 돌려 시빈을 쳐다봤고, 유유를 꽉 안은 채 몇 분 동안 있었다.
  • “아빠는 괜찮아, 유유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시빈이 사람을 부르자 유희철은 아이들 건네주었고, 몸 안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를 참으며 유유에게 미소를 지었다.
  • “착하지, 삼촌이랑 놀고 있어, 아빠 금방 올게.”
  • 유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얌전히 부하들이랑 걸어나갔다.
  • 아이가 가자마자 유희철은 온몸에 힘이 풀렸고, 벽을 짚으며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 “도련님!”
  • 시빈은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의 손에 저지당했다.
  • “피는?”
  • “전화를 했는데 피를 가지고 오는 길이랍니다, 별일 없으면 금방 도착할 거예요. 구체적인 건...”
  • 시빈은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렸고, 다른 말을 하려고 했지만 유희철의 몸을 보며 순간 움찔했다.
  • 그의 몸에 병세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한쪽 얼굴의 혈관이 피부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해 얼굴이 매우 기이하고 무서웠다. 시빈은 수 년 동안 많이 봐왔던 것이었다.
  • 하지만, 시빈은 얼굴의 변화 외에도 그의 몸에도 변화가 있다는 걸 느꼈다...
  • “도련님, 혹시...”
  • 유희철은 고개를 들고 가슴을 누르고 있었고,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았다.
  • “누군가 약을 탔어.”
  • 풍성으로 돌아온 첫째 날, 병도 나고 누군가 약도 탄 것이었다. 낯선 사람에게 받은 이 선물은 정말 의외였다.
  • 시빈은 움찔했고,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이내 바로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가지러 갔다.
  • “제가 아가씨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시라고 전하겠습니다. 두 분은 연인이시고, 아가씨는 피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니까요. 두 분이 그걸 하고 나면 피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 다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유희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필요 없어.”
  • 그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져 있었고, 가슴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으며, 얼굴은 섬뜩하고 눈에는 불이 출렁이는 것 같았으나 거절하는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
  • “전화해서 사람 찾아, 난 피만 필요해. 다른 건 내가 해결해.”
  • “도련님...”
  • 시빈은 다른 말을 하려 했지만 이내 핸드폰이 날라왔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 “빨리 가!”
  • 시빈은 더이상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유희철을 쳐다봤고, 앞에 있는 방문을 쳐다본 후 무슨 생각인지 복도 끝으로 다급하게 걸어갔다.
  • 유희철의 큰 몸은 벽을 타고 쓰러졌고, 두 손을 차가운 바닥에 짚은채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 그는 눈을 감고 벽에 기댔고,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 멀지 않은 곳에서 고슬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유희철, 날 놔줘! 난 진짜 아니야, 나는 너의 아이를 해칠 생각이 없어.”
  • “문 좀 열어줘, 내가 설명할 수 있어.”
  • “문 좀 열어줘, 여긴 너무 어두워...”
  • 유희철은 갑자기 눈을 떴다. 고슬기의 외침을 들으며 이마 핏줄이 터질 듯했고, 눈에 있는 불꽃은 사라지고 차가운 얼음장으로 변했다.
  • 그리고 그는 손을 짚고 일어서더니, 큰 체구의 몸을 비틀거리며 달려갔다.
  • 펑.
  • 문이 순식간에 열렸고, 문 뒤에 있던 고슬기는 무방비 상태로 이내 밀려났다.
  • 남자의 거대한 형체가 문 쪽에 있었고, 빛을 등진 채 마치 어둠에서 걸어 나오는 복수자 같았다.
  • 고슬기는 몸을 떨며 바닥에서 일어났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달려가 유희철의 바지 가랑이를 잡았다.
  • “제발 불 좀 켜줘, 제발 불 좀 켜주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