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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렇게 더러운 그녀

  • 임소연은 말을 끝내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고, 표독하게 이를 갈았다.
  • “네년이 유희철을 버렸으니 그가 이곳을 떠났었던 거 기억하지? 하지만 그놈이 성공해서 돌아오자마자 우리 집안 기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 너한테 원한이 있어서 복수한다는 말이지.”
  • 임소연은 고슬기를 째려보며 말했고, 말투는 더욱 염치없었다.
  • “솔직히 말하면 이건 전부 네 탓이지.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네가 책임지고 되돌려 놔. 내가 너를 유희철한테 데려다줄 테니, 네년은 유희철 그놈이 우리 집안을 망하게 하려는 생각을 막아야 해.”
  • 그녀는 고슬기 앞에 쭈그려 앉았고, 고슬기의 턱을 쥐고 이리저리 보면서 혀를 찼다.
  • “남자는 말이야!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기 마련이야. 네가 잘만 한다면 꼭 해낼 거라 믿어.”
  • 고슬기는 순간 발밑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 고슬기는 매섭게 고개를 들었고, 꿍꿍이가 가득한 임소연의 얼굴을 보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거절했다.
  • “싫어요!”
  • 무슨 이유가 됐든, 그녀는 먼저 유희철을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유희철 앞에 설 자격도, 그와 어울리지도 않았다.
  • 이렇게 더러운 자신이라니, 그녀는 더더욱...
  • 찰싹!
  • 순식간에 손이 날라와 그녀의 따귀를 때렸고, 고슬기는 얼굴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 “네가 거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임소연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고, 눈을 찌푸린 채 표독스럽게 경고했다.
  • “고슬기,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유희철을 강제로 버리게 했던 것처럼, 똑같은 수단으로 널 다시 그 사람 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으렴.”
  • “참, 깜빡하고 얘기 안 해준 게 있는데. 너네 아빠가 며칠 전에 뇌출혈로 쓰러져서 죽다 살아났고, 지금은 약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어. 그가 네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면, 혹시...그리고 네 동생...”
  • 누구에게 목을 졸린 것처럼 그녀의 마음이 아려왔다.
  • “그만 말해요! 갈게요! 뭐 하라고 하든 다 할게요!”
  • 고슬기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말을 끊었고,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고슬기는 눈앞에 이 여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 없다는 것이 한이었다.
  •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아빠가 당신을 얼마나 아꼈는데, 나는 친엄마처럼 대해줬는데 왜 그렇게 악랄한 거예요? 당신은 지옥에 가서도 곱게 죽지 못할 거예요!”
  • 임소연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 “그런 건 다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고씨 집안 산업은 이제 내 것이고, 너는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패라는 거지.”
  • 그녀는 고슬기를 바닥으로 밀치고는, 가볍게 손을 털은 후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몇 걸음 걷지 않아 또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 “얘기 안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알지? 기억해, 니네 아빠랑 동생이 어디 있는지는 나 말고 아는 사람 없어. 네가 진실을 유희철한테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는 너를 돕지 못해.”
  • “게다가, 누가 꽃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마다하고 더럽고 천박한 너를 받아주겠어? 하하하...”
  • 펑!
  • 문이 닫혔다.
  • 한참이 지난 후에도 임소연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 고슬기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 유희철.
  • 지금 이런 모습의 그녀가 무슨 낯짝으로 그의 앞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 .....
  • 높은 금융빌딩 앞.
  • 검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들어왔고, 멈추자마자 고슬기는 무정하게 밀쳐졌다.
  • 그녀는 절뚝거리며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고, 손을 머리에 대고 햇빛을 가렸다.
  • 몇 년 만에 햇빛을 처음 보니 눈은 타들어갈 것처럼 아팠다.
  • 그녀의 몸에 있는 흔적을 감추기 위해 임소연은 사람을 시켜서 그녀를 한껏 꾸몄고,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그녀에게 긴 팔과 두꺼운 치마를 줬다.
  • 그녀는 쩔쩔매며 눈 앞에 있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뒤돌자마자 리무진이 다가왔고, 그녀 바로 앞에 멈췄다.
  • 차문이 열리자 단정한 슈트를 입은 긴 다리가 먼저 나왔다.
  • 그 얼굴을 보니 고슬기는 순간 움직일 수 없었고, 몸 안에 있는 모든 피가 역류해 머리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 “왔다! 유희철이다!”
  • 그녀의 뒤에서 갑자기 기자들이 잔뜩 몰려오더니 대포 카메라를 들고 앞으로 달려왔다.
  • 고슬기는 순식간에 기자들로 인해 포위되었고 본의 아니게 계속 앞으로 밀려나가던 중, 누눈가의 손길로 인해 순식간에 튕겨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