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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피를 준 사람이 바로 풍성에 있어요

  • 그리고 이때, 차 앞에 있던 남자가 단추를 채우며 내려왔다.
  • 펑!
  • 기막힌 타이밍에 고슬기는 남자 앞으로 넘어졌고 유희철은 다리를 들어 바로 그 위를 밟게 되었다.
  • “쓰읍...”
  • 사방에서 놀란 탄식 소리가 들려왔지만 고통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유희철은 눈썹을 찌푸리며 발을 재빨리 거뒀고, 고개를 숙여 앞에 넘어진 여자를 보았다.
  • 온몸이 앙상하고 두꺼운 긴 팔과 긴 치마를 입은 여자의 손등이 밟혀 멍이 들었다. 그 사람은 아파서 온몸을 떨고 있었지만,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 그래서 유희철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더욱 유심히 본 것이었다.
  • 그녀는 고개를 숙였고, 온몸이 그의 큰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매우 말랐지만, 그의 기억속에 있는 여자의 형체와 매우 비슷했다.
  • 유희철은 순간 눈빛이 차가워졌고, 매섭게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희철 씨.”
  • 윤이솔은 허리를 숙이며 차에서 걸어 나왔고, 자신의 품에 있던 여자아이를 유희철에게 넘겨주며 불편하다는 듯이 말했다.
  • “나 열나, 너무 괴로워서 유유를 돌볼 수 없을 것 같은데 당신이 먼저 데리고 있어줄래?”
  • 유희철은 유유를 안았고, 윤이솔의 이마를 짚은 후 미간을 찌푸렸다.
  • “시빈이한테 의사를 부르라고 할게.”
  • 윤이솔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 “알겠어.”
  • 그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고슬기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 “정말 미안해요, 아가씨. 희철 씨가 모르고 당신을 밟았네요. 손에 상처가 심한 것 같은데 조금 이따 의사가 오면 봐달라고 할게요. 걱정 마요, 저희가 꼭 제대로 배상해드릴게요.”
  • 고슬기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고, 손과 마음에 모두 고통이 느껴졌다.
  •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앞에 멈춰 있던 그림자를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괜... 괜찮아요.”
  • 그녀는 눈 앞에 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않길 바랐다.
  • 그녀는 고개를 들기 두려웠다.
  • 유희철과 눈을 마주칠까봐 두려웠고, 그의 눈빛에서 차가움과 증오감을 보기 싫었다. 그건 죽는 것보다 괴로웠다.
  • 그때 유희철의 무정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 “신경 쓸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괜한 힘 빼지 않아도 돼, 돈을 주면 돼.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여기 다 처리하면 바로 보러갈게.”
  • 그는 말을 끝낸 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아이를 안은 채 그녀 옆을 떠났다.
  • 유희철이 떠나자마자 기자들도 다들 그를 따라갔다.
  • 주위에 사람이 없어지자 윤이솔은 고개를 숙여 땅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갑자기 일어나 아무 말없이 절뚝거리며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 “저기요! 아가씨...”
  • 코너에서 사라진 여자를 보며 윤이솔은 손을 내려놓았다.
  • “이상한 여자네!”
  •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트를 입은 건장한 남자가 달려왔다.
  • “아가씨.”
  • 윤이솔은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오늘은 15일이야, 희철 씨가 필요한 피는 받았어?”
  •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있는 물건을 건네 주었다.
  • “방금 받았습니다. 이번엔 예전과 달리 피를 준 사람이 바로 풍성에 있어요. 앞으로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면 얻을 수 있어요.”
  • “풍성?”
  • 윤이솔은 의외라고 생각했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지만 바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그래,상관없어. 그쪽에서 제때에 피를 제공하기만 하면 돼. 희철 씨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지만 않으면 누구든 상관없어.”
  • 그녀는 말을 끝낸 후 남자가 건넨 특수 제작된 주사를 받은 후 소매를 걷어 눈 깜빡하지 않고 그대로 찔렀다.
  • 주사 바늘을 넣은 후 피는 나지 않았지만 바늘의 흔적이 선명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