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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슬기, 말을 해

  • 그리고 어떤 물건이 그녀의 몸을 찔렀다.
  • 그 익숙하고도 낯선 아픔 때문에 고슬기는 정신을 차리고 저항하려 했고,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려 했다.
  • 하지만 그녀는 눈을 뜰 수가 없었고, 손과 발이 묶여져 있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암흑속으로 빠져들어갔다.
  • ......
  • 고슬기는 귓가에 울리는 잔잔한 비소리와 뼛속까지 느껴진 추위 때문에 깨어났다.
  •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자 순간 수많은 플래시를 마주했고, 놀라움 그리고 경멸의 감정이 담긴 수많은 눈빛들이 쏟아졌다.
  • 그녀는 고가네 본가의 담장 쪽에 기대고 있었고, 몸이 비로 흠뻑 젖어 흐트러진 옷 사이로 유희철의 거친 몸짓으로 인해 생긴 크고 작은 흔적들이 불빛 아래서 훨씬 선명히 보였다.
  • 고슬기는 곧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고, 당황스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 여기는 고가네 본가였다!
  • 그녀가 왜 여기 있는 걸까?
  • 그리고 마침 이때, 임소연이 이곳에서 인맥을 쌓기 위한 파티를 진행하고 있었다.
  •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아직 파티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우산을 들어 고슬기에게 손가락질했으며, 이내 수군댔다.
  • “저기 있는 저 사람 고가네 장녀 고슬기 아니야? 5년 동안 사라졌다더니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거지?”
  • “왜 돌아왔겠어? 딱 봐도 벌받은 거지! 그때 고슬기가 웬 가난뱅이를 끈질기게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잖아. 그런데 나중에는 갖고 놀다가 질려서 그 사람을 차버렸대. 저 여자도 밖에서 다른 사람이 갖고 놀다가 버린 거겠지!”
  • “몸에 있는 저 흔적들을 봐, 격렬하게도 했네.”
  • 사람들의 유언비어와 이상한 시선을 보자 고슬기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이를 악물며 담장을 짚으며 가까스로 일어났다.
  • “고슬기!”
  • 정원 대문 뒤에서 갑자기 임소연의 급한 외침이 들렸다.
  • 그리고 대문이 열렸고, 임소연 뒤에 있는 하인들이 우산을 들고 나왔다.
  • 임소연은 그녀 앞으로 걸어 가더니 바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
  • 찰싹.
  • “돌아올 낯짝이 있어?”
  • 고슬기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려졌는데, 그녀는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으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 임소연은 플래시 밑에서 분노와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고슬기를 손가락질하며 꾸짖기 시작했다.
  • “내가 그렇게 한사코 말렸어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친구를 버리더니, 아주 바람기가 몸에 베어 있었지. 가족들의 간섭이 싫다고 다른 남자와 떠나더니 5년 동안 보이지도 않았지.”
  • “너희 아빠는 너 때문에 화가 나 뇌출혈에 걸렸어. 내가 밤을 새면서 외국 병원에 데려다 놓지 않았으면 목숨도 건지지 못했을 거야. 그동안 네 남동생이 외국에서 유학하면서 아빠 곁에 있어주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고생하며 우리 집안의 기둥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 “그런데 너는 다른 남자랑 다 놀고, 그 사람한테 버려지고 나서야 집에 돌아올 생각이 났니? 넌 이 집안의 수치야!”
  • 말을 끝낸 후 그녀는 플래시가 터지고 사람들이 수근대는 틈을 타 고슬기의 멱살을 잡았고, 그녀에 귓가에 대고 말했다.
  • “영악한 계집애, 나한테 협조하지 않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겠지?”
  •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렸고, 구경꾼이 더 몰려 플래시가 더욱 눈부셨다. 모든 사람이 조용히 고슬기를 쳐다봤고, 그녀가 대답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 임소연이 말한 모든 죄를 인정할까? 아니면 다른 속 사정이 있는 걸까?
  • 아무도 알지 못했고, 눈앞에 있는 이 모든 건 현장에 있는 어느 카메라로 유희철에게 생중계되었다.
  • 이때 그는 금융 타워의 제일 높은 층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을 어두운 얼굴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으며, 그 역시 고슬기가 입을 열기 기다리는 듯했다.
  • “고슬기, 빨리 말해!”
  • 임소연이 참지 못하고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