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7화 피가 필요한 날들

  • 시간이 그대로 멈춘 듯했다.
  • 고슬기는 피할 수 없었고, 그 차가운 눈빛을 마주쳤을 때 심장이 쿵 떨어졌으며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 “나는...”
  • 그녀는 입을 벌렸지만 ‘희철아’라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 남자는 고슬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사나운 눈에는 파도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그녀를 맹렬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서늘해졌고, 그녀의 이름을 한 글자씩 뱉어냈다.
  • “고.슬.기! 너였어?!”
  • 귀에서 그 소리가 들린 후, 어깨뼈가 부서질 정도로 잡힌 고슬기는 순간 아파서 짧은 탄식 소리를 내뱉었다.
  • “아...”
  • 그녀는 거칠게 땅으로 내팽개쳐졌고, 온몸에서 극심한 고통이 전해졌다.
  • “아빠...”
  • 딸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유희철은 정신을 차린 듯했고, 고개를 돌려 유유를 품에 안았으며, 아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 “괜찮아 유유야, 아빠 여기 있어, 이젠 괜찮아.”
  •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와 눈물은 순식간에 그녀를 불리한 상황으로 만들었고, 모든 정황이 그녀가 유희철의 아이를 납치하려는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 고슬기의 마음은 계속 칼에 찔린 듯이 아파왔다.
  • 그녀는 이를 악물었고, 떨리는 몸으로 일어나 절뚝거리며 다가갔다.
  • “유희철,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나 믿어줘, 누가 아이를 데려가려고 정신을 잃게 했어, 내가 아니라고!”
  • 여자아이의 울음소리는 여전했다.
  • 4,5살의 아이는 사건의 진상을 말할 수 없었다.
  • 유희철은 어두운 얼굴로 유유를 안고 일어났고, 매서운 눈빛으로 고슬기를 훑어보더니 옆 사람에게 말했다.
  • “이 여자를 데리고 와, 직접 할 말이 있어.”
  • 고슬기는 홀연히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그만 주저앉았다.
  • 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다.
  • ......
  • 고슬기는 건장한 남자 두 명에게 끌려 방으로 갔고,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 복도에서 아직 유유의 울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유희철은 따듯한 모습을 보여줬고, 아이를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 “울지 마, 유유야. 아빠가 다른 사람이 널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너를 해치려는 사람들을 놓아주지 않을 거야.”
  • 그는 이 말을 하는 와중에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을 쳐다봤고,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 유유는 한참 동안 울었고, 계속 훌쩍거리며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 아이는 그저 시빈 삼촌이 일을 하러 나갔고, 자신을 사무실에서 놀게 했다는 것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아이는 혼자 몰래 나갔고, 결국 길을 잃었다. 그리고 길에서 아저씨 세 명이 자기를 데리러 가려고 했고, 그 뒤로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 그저 깨어난 후 낯선 아줌마의 얼굴을 보았을 뿐이었다.
  • “아빠...”
  • 유유는 모든 일을 아빠에게 알려주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휘둥그레진 눈으로 유희철의 나머지 반쪽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 “아빠 얼굴이 왜 그래?”
  • 유희철의 얼굴이 싸해졌고, 시빈의 안색이 변하더니 바로 걸어왔다.
  • “도련님, 오늘은 15일입니다!”
  • 바로 피가 필요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