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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죽지만 않게 마음대로 괴롭혀

  • 이 말을 듣자 유희철은 시빈을 차갑게 째려봤고, 농담을 들은 것처럼 입꼬리가 올라갔다.
  • 고슬기가 순결하다고?
  • “이 세상에 저 여자보다 더 더러운 여자는 없어.”
  • 시빈은 그의 말뜻을 이해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하지만 5년 동안 도련님의 얼굴을 회복시킨 건 두 종류의 사람 밖에 없어요. 첫 번째 종류는 조건에 맞는 처녀피고, 다른 종류는 처녀피가 아니더라도 적합한 피만 있으면 됐죠.”
  • “아까 그 여자는 처녀도 아니고 피도 건들지 않았고, 몸을 만졌을 뿐인데 회복하셨잖아요. 그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 유희철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고개를 들어 고슬기가 떠난 자리를 보며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 “내가 알고 싶은 것도 바로 그거야.”
  • ......
  • 고슬기가 금융 타워에서 나올 때,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 암흑속에서 마치 누군가 그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로비에 나오자마자 임소연의 전화가 걸려왔다.
  • “고슬기 이 멍청한 년아! 유희철이랑 자기까지 했는데 왜 아직도 우리 집안을 놓아준다는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거야! 네년이 쓸데없이 그놈 귓가에 하지 못할 말을 한 거 아니야?”
  • “잊지 마, 죽지도 않는 네 아빠는 아직 숨이 붙어있다는 걸!”
  • 고슬기는 매우 급해졌다.
  • “나는 그런 적 없어요! 유희철이 나를 그토록 원망하는데 쉽게 동의를 해줄 리가 없잖아요?”
  • 아버지와 동생을 생각하니 고슬기의 가슴이 순간 저릿했고, 예기치 못하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 “아줌마, 아줌마 진짜 제가 빌게요. 저한테 방법을 생각할 시간을 더 주면 안 될까요?”
  • 전화기는 한참 동안 조용했고, 이내 임소연의 차가운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허튼 짓만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기회를 줄 수 있지. 내가 네 아빠랑 동생을 돌봐야하니 네가 노력하지 않아서 집안을 망하게 한다면 우리는 다 같이 죽는 거야.”
  • 파박.
  •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 순간 고슬기는 손이 떨려 핸드폰이 떨어졌고, 계단을 따라 빗속으로 굴러갔다.
  • 슝——
  • 실버 봉고차가 어느새 빗속으로 달려왔고, 순식간에 바닥의 핸드폰을 깔아 뭉개며 그녀 앞에 멈췄다
  • 차문이 열리자 덩치 큰 두 사람이 내려왔고, 막무가내로 그녀의 팔을 잡으며 끌고 들어갔다.
  • 고슬기는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차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 그녀는 낯선 두 얼굴을 쳐다보았고, 몇 초 동안 멍을 때리다 갑자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난 당신들을 몰라요!”
  • “빨리 날 놔줘요! 그렇지 않으면 신고...”
  •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는 그녀에게 말을 끝낼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얼굴을 들어올린 후 천을 그녀의 코와 입에 가져댔다.
  • 그녀는 이상한 향을 맡았고, 순간 앞이 캄캄해지고 모든 감각을 잃었다.
  • 그녀는 정신이 혼미했으며, 창 밖의 빗소리와 타이어가 물위를 스치는 소리 밖에 들을 수 없었다.
  • 이내 몇몇 사람들이 모여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 “사람은 우리가 데려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너희들이 더 잘 알겠지. 이 여자가 죽지만 않는다면 마음대로 고문해도 돼.”
  • 사방에는 흔들리는 불빛과 그림자 밖에 없었고, 뼛속까지 저릴 정도로 차가웠다.
  • 그리고 그녀의 팔과 다리가 묶여졌다.
  • “다 준비됐어,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