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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가 결혼했어

  • 고슬기의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
  • 그가 결혼했다고? 아이까지 있다고?
  •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화면에 있는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4,5살 정도 되어보였으며, 흰색 공주 드레스를 입고 유희철의 다리에 철썩 달라붙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 “아빠 안아줘!”
  • 유희철은 고개를 숙여 여자아이를 쳐다봤고, 차가운 눈빛이 곧 다정함으로 가득 찼으며, 허리를 숙이고 아이를 안아 올리더니 옆에 있는 여자를 보고 얘기했다.
  • “가자.”
  • 그들은 기자들을 피해 떠났다. 남자는 큰 키에 훤칠했고, 여자는 우아하고 예뻤으며, 아이는 매우 귀여웠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한 가족이었다.
  • 고슬기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입꼬리가 씁쓸하게 올라갔다.
  • 하긴.
  • 그는 그렇게 훌륭했고, 아빠가 말했던 것처럼 뛰어난 인재였다. 그는 지금 같은 명성과 행복을 누릴만 했다.
  •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베인 듯 아팠다.
  • 그녀 손에 닿지 않는 그때의 행복…
  •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고, 서투르게 손으로 땅을 짚은 후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 “고슬기!”
  • 한 남자가 방에서 달려 나오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끌었고, 다리를 들어 그녀를 세게 찼다. 그녀의 두 다리는 순식간에 힘이 풀렸고,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게 되었다.
  • 남자는 그녀의 소매를 거칠게 헤집었고, 주사 흔적이 가득한 팔을 꺼내 뒤에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에게 말했다.
  • “피 뽑아!”
  • “사모님이 했던 말 잊었어? 얌전히 방에서 지내고, 다른 생각은 하지도 마!”
  • “자기 몸 챙기지도 못하면서 유희철 같이 높은 사람을 생각하다니, 네가 저 사람이랑 어울려?!”
  • 고슬기는 조용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있었고, 하얗게 질린 얼굴은 마치 귀신 같았다. 그녀는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그저 기다란 주사 바늘이 피부에 들어 가게 놔뒀고, 피는 조금씩 몸에서 뽑아져나왔다.
  • 그녀는 영혼을 잃은 듯했다.
  • 피를 뽑는 의사는 고슬기의 그런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다.
  • 5년, 60개월 동안 그가 한 달에 한번씩 그녀의 피를 뽑을 때마다 주사 구멍이 더욱 많아졌으며, 지금은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바늘 구멍의 흔적이 가득했다.
  • 그녀는 계속 여위었다. 입맛이 없었지만 하인에게 역겨운 반찬을 애써 달라고 했고, 그걸 먹고 토하고, 토한 다음에 먹었다, 마치 이걸로 목숨을 부지하듯,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는 듯 말이다.
  • 이렇게 가다간 빈혈뿐만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다.
  • 아무도 주의하지 않고 있을 때 의사는 주머니에서 비타민 하나를 꺼내 황급히 그녀의 입으로 쑤셔 넣었다.
  • 그의 손이 거의 고슬기의 입에 닿았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문이 열렸고, 의사는 손이 떨려 약을 순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 고슬기의 계모 임소연은 하이힐을 신고 보석으로 가득 치장한 채 고슬기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너도 다 봤지, 유희철이 돌아왔어.”
  • 임소연이 말을 하며 매우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 “고슬기, 5년이야. 네가 이렇게 착하게 있었으니 그를 볼 기회를 줄게, 어때?”
  • “그런데 조건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