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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책임? 그녀는 어울리지 않아!

  • “이솔?”
  • 유희철이 미간을 찌푸렸고, 그제서야 윤이솔 생각이 났다.
  • 그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본 후 손에 있는 자료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외투를 꺼내 일어났다.
  • 문 쪽으로 다가가자 주머니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 연락 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자 유희철의 안색이 그나마 조금 좋아졌고, 그는 걸어가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희철아,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일하고 있어? 켁! 크흠...”
  • “안 바빠, 지금 바로 보러갈게. 의사는 왔었어?”
  •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낮에 봐줬어. 그런데 왜 또 열이 나는지 모르겠네. 바쁜데 내가 방해한거 아니지?귀찮게 나 보러오지 않아도 괜찮아.”
  • “귀찮지 않아, 네가 제일 중요해.”
  • “그래 그럼, 기다릴게.”
  • 유희철과 통화를 마치자 방금전까지도 웃고 있던 윤이솔의 얼굴이 순간 무표정으로 바뀌더니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 그녀는 앞에 있는 부하를 쳐다봤다.
  • “오후에 유희철이 해독제로 쓴 그 여자에 대해서 알아봤어?”
  • “알아봤습니다, 풍성 고씨 집안의 장녀 고슬기라고 합니다. 5년 전에 풍성을 떠났는데 최근에 갑자기 돌아왔습니다. 희철 도련님과 마주친 건 그 여자가 빌딩 밖에서 납치당할 뻔한 유유 아가씨를 구해줘서고요.”
  • 이 말을 듣고 윤이솔은 눈살을 찌푸렸다.
  • 불빛 아래에 있는 그 예쁜 얼굴이 냉기로 가득차기 시작했고, 목소리에도 차가움이 가득했다.
  • “계속 조사해 봐. 희철이랑 구면인지 아니면 5년 전에 희철이를 버린 그 여자인지도. 그 소식을 내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해.”
  • 아무리 약 때문에 몸이 힘들다고 해도 유희철은 아무 여자한테나 욕구를 풀 사람이 아니었다.
  • 만약에 우연이라면 어쩔 수 없고.
  • 만약에 아니라고 하면... 그녀는 이 타이밍에 그녀와 유희철 사이에 간섭하는 그 누구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 윤이솔은 말을 끝낸 후 시간을 확인했으며, 다시 고개를 들어 앉아있는 의사를 보며 얘기했다.
  • “시작해요. 희철이가 곧 도착한대요. 당신이 나를 좀 열도 나고, 기침도 하고 아프게 만들어 봐요. 그렇게 해야 그가 날 아껴주지 않겠어요?”
  • ......
  • 유희철이 돌아왔을 때, 윤이솔은 침대 위에서 기침을 하고 있었고, 계속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 그녀는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매우 괴로운 모습이었다.
  • 유희철은 외투를 벗어 던진 후 손을 대봤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 “열이 이렇게 심한데 왜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거예요?!”
  • 그가 전화를 하려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의사들이 급히 해명했다.
  • “도련님, 걱정 마세요. 이솔 아가씨는 그냥 감기에 걸린 거예요. 그저 자극을 받아서 증상이 급하게 발현된 것뿐이죠. 약도 먹고 링거도 맞았으니 조금 휴식을 취하시면 괜찮을 거예요.”
  • 유희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자극을 받았다고요?”
  • “그게, 누군가 도련님에게 약을 탔다는 걸 아가씨도 아시고 방에서 우셨어요. 감정 기복이 심하다 보니 병세가 계속 반복됐어요...”
  • “누가 이렇게 입을 함부로 놀린 거죠?!”
  • 유희철의 표정이 순간 굳어진 것을 보고 윤이솔은 갑자기 이불 속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 “희철아, 이분들 탓하지 마.”
  • “나도 알아, 네가 원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이미 발생했으니 나도 너의 선택을 존중할게. 만약에 그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면, 내가 떠날게. 우리 결혼은 내가 할머니한테 얘기할게, 우리 헤어지기로 했다고...”
  • 동작이 큰 탓에 그녀가 입고 있던 오버핏 잠옷이 아래로 미끄러지자, 주사 구멍으로 가득한 그녀의 팔뚝이 드러났다.
  • 이것들은 윤이솔이 몇 년간 유희철과 함께하면서 희생한 흔적처럼 보였다.
  • 유희철은 이걸 보고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 그는 고슬기가 빗속에서 죄를 인정하는 모습이 떠올랐고, 윤이솔에게 시선을 돌렸다.
  • 한참 뒤, 그가 한쪽 입꼬리를 차갑게 올렸다.
  • “책임? 그런 여자한테 책임을 질 필요가 있을까?”
  • 그는 윤이솔에게 해명을 하는 대신,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진지하게 약속을 했다.
  • “내 와이프 자리는 너에게만 줄 거라고 약속해. 이미 시빈한테 준비하라고 했어. 이솔아, 우리 약혼하자.”